이태원만큼 자유롭고 멋진 꽃집, 박플로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이태원만큼 자유롭고 멋진 꽃집, 박플로
플로리스트 박준석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플라워 숍 ‘박플로’는 지역 분위기를 닮아서인지 자유롭고 멋진 공간이다. 다채로운 꽃과 식물과 LP 플레이어, 사진, 스케이트보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곳. 우연히 이 앞을 지나다가 꽃을 직접 만져보고 향을 맡고 반려식물을 골라 갈 수 있다. 앞으로 음악과 식물을 연결시킨 재밌는 일을 벌여보고 싶다는 박준석을 이태원에서 만났다.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리단길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박준석이라고 합니다. 꽃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캐주얼한 무드의 로드 숍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 플라워 숍 박플로에서는 여느 꽃집과 다르게 꽃을 비롯한 식물을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아요. 손님이 꽃을 가까이에서 보고 쉽게 만져볼 수 있도록 문도 활짝 열어놓고요.

 

이태녹사평에 자리 잡 계기가 있나요?

DJ로 활동하는 형이 이태원에서 일하면서 이 동네를 알게 되었어요. 이태원은 서울에서도 길거리 문화가 잘 정착되고 다채로운 곳이잖아요. 여기에 꽃집을 열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때부터 녹사평이라는 곳에 애정을 가지고 자주 오게 된 것 같아요. 이후에 박플로를 열게 되었고요.

맨 처음 플로리스트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인가요?

군대를 제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남자 플로리스트를 보게 되었어요. 그의 일을 보고 있으니 꽤 괜찮은 직업으로 보이고 제가 하면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또 잘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품고 그 플로리스트에게 연락해서 일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직접 해보니까 더 자신감이 생겼고 평생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런 마음으로 지금껏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어요.

플로리스트의 어떤 일에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하네요.

자신만의 분야를 찾아 꾸준히 일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관심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등산할 때 보면 어떤 나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 일을 하고 나서는 모든 식물의 이름과 특성을 알게 되고, 계절에 따라 꽃을 피우고 낙엽이 지는 식물의 리듬까지 알게 됐어요. 그런 디테일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게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오늘은 어떤 일을 하며 보낼 계획인가요?

요즘은 ‘보 마켓Bo Market’이라는 슈퍼마켓 겸 브런치 가게에서 팝업 스토어 ‘위클리 키친 가든’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또 박플로에서 진행하는 플라워 레슨도 있어서 오늘은 세 가지 일정이 잡혀 있어요. 보 마켓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드리자면, 이번에 경리단길에 문을 연 조그마한 슈퍼마켓 겸 브런치 가게예요. 보 마켓과 저희와 함께 식목일을 기념해서 집에서 키워 먹을 수 있는 채소, 허브, 과실수를 같이 판매하고 알리자는 취지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어요.

집에서 키워 먹을 수 있는 식물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

제일 쉬운 건 로즈메리인데요, 이 허브는 스테이크 만들 때 넣으면 좋아요. 바질은 파스타에 넣어 먹기 좋고요. 셀러리도 집에서 쉽게 키워 먹을 수 있는 채소예요. 심지어 고수도 키울 수 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채소류는 반려식물로 집에서도 키울 수 있는 것들이에요.

“(꽃 가게를) 제가 좋아하는 것,
제가 수집한 것으로 집처럼 만들었어요.”

박플로 처음 만들 때 어떤 공간으로 표현하고 싶었나요?

제가 좋아하는 것, 제가 수집한 것으로 집처럼 만들었어요. 집에도 누군가에게 선물받거나 여행 가서 사 온 것을 진열해놓잖아요. 그런 생각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저희 집이 좀 더 넓었다면 이곳과 분위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뒤쪽의 가구, 바닥, 조명만 일부러 설치한 것이고 나머지는 다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채워진 것들이에요. 구조도 자주 바꾸고요. 어느 날은 화분을 새롭게 배치해보기도 하고, 액자 같은 것도 수시로 위치를 바꾸면서 그렇게 계속 변화를 주고 있어요.

식물을 위해서 고안한 공간 배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원래 매장이 세로로 길어요. 손님이 제가 있는 카운터까지 곧바로 들어오게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매장에 들어오기 전 바로 앞에서 꽃을 볼 수 있게 층을 쌓아 꽃을 올려놓았어요. 또 문이 완전히 개방되게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하려는 마음도 있지만, 이런 개방형 문은 식물이 햇빛을 더 잘 받고 통풍도 더 원활하거든요.

 

꽃을 생생하게 유지하고 잘 키우려면 공간 습도나 온도 등 민감하게 체크해야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여름철이면 매장에 직사광선이 세게 들어와요. 직사광선에 약한 식물은 너무 열을 받지 않게 놓고, 더울 때는 항상 제습기랑 에어컨을 틀어놓아요. 위치를 자주 바꾸는 것은 그만큼 해를 고루고루 받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비를 못 맞았으면 일부러 밖에 내놓기도 하고요. 이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습도, 직사광선, 통풍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꽃을 한자리에 놓아두지 않고 상태에 따라서 계속 옮겨두는 거예요. 저희 매장은 꽃이 너무 많다 보니까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어두지 않으면 이산화탄소가 엄청나요.

요즘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식물의 종류가 있다면?

사람들이 최근 반려식물로 과실수를 많이 키워요. 귀엽거든요. 예를 들면 오렌지나 레몬, 구아바, 이런 종류의 먹을 수 있는 과실수에 열매가 맺히면 귀엽단 말이에요. 그런데 서울에서는 너무 춥기 때문에 키우기가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집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과실수를 예쁘게 키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집이나 작업실 등 개인적인 공간에도 식물을 가까이 두는지 궁금해요.

집 안에 초록색이 있으면 좋더라고요. 다른 것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식물이 있으면 좋은 배경이 생긴 기분이에요. 상쾌한 기분이 들고요. 공기 정화까지 해주잖아요. 한편으로는 뭔가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그런 기분이 들게 해주는 게 반려식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집에서 네 가지 식물을 키우는데요, 산세비에리아, 알로카시아, 청산홍, 선인장 이렇게 키우고 있어요. 다 쉬운 것들이에요.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한 공간에서 편하게 함께 살아가는 식물들이죠.

집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달라 이 있나요?

반려동물을 키울 때 배가 고파 보인다거나 그러면 그냥 못 지나치잖아요. 그거랑 똑같다고 보면 돼요. 오늘은 힘이 없어 보이네, 이런 생각이 들면 그냥 못 지나치고 가지 정리를 해준다거나 물을 준다거나, 아니면 해 받는 방향을 좀 바꿔주기도 해요. 그래야 자라는 머리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냥 못 지나치게 되더라고요.

 

집에 반려식물을 들이려는 사람에게 팁을 준다면요?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양이 특이한 식물을 많이 찾는데, 그런 건 키우기가 좀 어려울 수 있어요. 선이 가늘고 잎이 적은 것은 낙엽이 지기 때문에 대체로 키우기 어렵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 집에서는 쉬운 것만 키워요. 특히 서울에서는 겨울철에 식물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재미있는 것을 키워보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집에서는 쉬운 것만 키워요.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재미있는 것을
키워보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식물과 관련된 공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은 어디인가요?

가까운 곳부터 생각해보면 남산이에요. 제 집이 남산 앞이라서요. 사실 가까운 곳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남산만 가더라도 계절마다 변하는 꽃, 나무를 다 볼 수 있거든요. 용산가족공원도 자주 가요. 뭔가 잘 갖춰진 카페, 페스티벌에 가는 것보다 집 근처만 돌아다녀도 식물과 만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꽃집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곳은 영국 런던이에요. 그때 런던을 걸으면서 식물을 파는 가게가 손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꽃도 다 가게 밖에 내놓고요.

요즘 집이나 브랜드의 공간 등에서 플랜테리어를 많이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반려식물이잖아요. 인테리어를 위해 들이는 식물이라도 말이죠. 재미있게 키울 수 있으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매장을 오픈할 때만 식물이 울창하고 예쁘고, 그 뒤에 방문해보면 식물이 죽어 있거나 관리하지 못해서 밖에 내놓은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아쉬울 때가 많아요.

 

앞으로 새롭게 만들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희 매장 공간이 협소해서 조금 더 넓혀서 다양한 클래스를 열고 싶어요. 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DJ로 활동하는 제 형과 함께 식물과 음악을 연결한 재미있는 일도 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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