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의 뉴욕 아파트 월세는 얼마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힙스터의 뉴욕 아파트 월세는 얼마
리파이너리29의 <스윗디그스>

Text | Eunah Kim
Photography | Refinery29

그래서, 한 달에 얼마면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나?

젊고 아름답지만 셀레브리티 대신 주변에 한두 명쯤 있을 법한 ‘쿨한 친구’에 더 가까운 출연자가

현관문 앞에서 말한다. “제 끝내주는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신발은 벗어주시고요, 아니 아래 구독 버튼부터 눌러주세요!” 이후 색연필로 삐뚤빼뚤 그린 도면이 화면을 가득 메운 뒤, 출연자의 안내에 따라 침실, 주방, 거실, 욕실 등을 훑는다. 출연자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앉아 자연스레 그녀의 직업, 이 집에서 가장 비싼 것, 할머니가 물려주신 소중한 소품, 좋아하는 브랜드 이야기가 물꼬를 트고 동거 중인 애인이나 반려묘, 반려견, 반려 식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언뜻<보그>의 인기 디지털 콘텐츠 ‘73개의 질문(유명 연예인이 현관에서부터 촬영 카메라를 맞이해 친구랑 대화하듯 73개의 문답을 빠르게 주고받는 동안 자연스레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주는 원-테이크 영상)’을 연상시키는 구성 때문에 콘셉트가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 다르다. 매 에피소드마다 월세액과 대도시 이름만 바뀐 채 동일하게 반복해 내거는 제목 ‘What $2000 Will Get You In NY’는 대놓고 묻고 있다.이 정도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면 사고 유지하며 살 수 있는지.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리파이너리29의 인기 시리즈 <스윗 디그스>는2017년에 시작해 50여 개 집을 소개하며 시즌3에 접어든5~6분 내외의 인기 동영상 콘텐츠다. 20~30대 여성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에 능한 미디어답게 뉴욕, LA로 대표되는 꿈의 도시에 핀터레스트를 옮겨 놓은 듯한 쇼룸 같은 집을 소개한다. 출연자는 종종 무미건조한 직사각형 로프트를 개조해 부분적으로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기도 하고, LA에 커다란 집을 빌려 한쪽을 전문 스튜디오 렌털로 활용하기도 한다. 에어비앤비, 피어스페이스와 같은 공간 공유 플랫폼 이름이 흔하게 언급되는 이유다. 이전 세대라면 선택하지 않거나 몰랐을 주거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이 새로운 가능성과 공감과 환상과 불러일으킨다.

 

월세 3000달러짜리 브루클린 부시윅 아파트에 사는 브리트니는 남자친구, 반려견, 반려거북, 52개 반려 식물과 사는 광고 회사의 소셜 미디어 담당 직원이다. 5명의 하우스 메이트와 월세 7500달러짜리 윌리엄스버그의2층 주택에 사는 캣 그레이는 배우이자 모델이자 요가 지도자이자 발레리나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제는 반려묘 집사보다 반려식물 돌보미 시대지요(Green lady is the new cat lady)”라던가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는 뉴욕에서는‘유니콘’이에요. 그것들은 진작에 서부(시애틀 출신의 출연자)에 두고 왔어요”와 같은 대사는 문화적인 스타일리시함에 매료돼 기꺼이 살인적인 집값을 부담하고 사는 밀레니얼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화한다는 비평도 듣는다.

 

아울러 <스윗디그스>는 배우 지망생들을 의도적으로 섭외한다거나 티 나는 협찬 상품을 등장시키고 리파이너리29 제작진이 자주 등장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으며<섹스앤더시티>를 보고 자란 여성들의 로망을 부추길 뿐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이에 대해<슬레이트>의 에디터 레이첼 햄튼은“특별한 일부 케이스가 있지만, 적어도 요즘 밀레니얼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훌륭하게 반영하고 있죠”라고 말한다.그녀 말대로 <스윗디그스>에 등장하는 집에는 흰색 페인트, 미니멀리즘, 다육식물, 에디슨 전구, 바나나 잎이 그려진 프린트 등의 일종의 공식이 읽힌다. 이케아, 어반아웃피터스, 앤트로폴로지의 가구와 소품이 흔하게 등장하고, 마음먹고산 가구는 웨스트 엘름 정도다.

이 새로운 인류에게 집이란 자신의 스토리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때 비로소 충만해지는
무형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모든 뉴요커의 삶이<섹스앤더시티>와 같을 수 없듯<스윗디그스> 속 20~30대 여성의 모습 또한 지극히 일부만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파생되는 트렌드의 힘은 ‘실제’다. 이들이 보여주는 표면적인 브랜드 네임이나 스타일링 방식 너머에는 이만큼의 비싼 월세를 감당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한다. 집 소개 영상 중, 자신이 겨울철에 죽인 식물을 되살리는 법을 묻거나 새롭게 페인트칠할 부엌 서랍에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해달라며 ‘영상 아래 댓글로 남겨주세요?’라는 대사를 자연스레 내뱉는 이들은, 분명 이전에는 없던 인류다. 이 새로운 인류에게 집이란 자신의 스토리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때 비로소 충만해지는 무형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집을 매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세대가 집을 통해 최대한도로 얻으려는 씁쓸한 만족감의 형태인지, 이전에는 없던 수많은 가능성을 연결하는 획기적인 방식일지는 앞으로의 에피소드가 나아가는 방향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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