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사는 집이라도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빌려 사는 집이라도
<케네디 매거진> 발행인 크리스 콘토스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graphy | Chris Kontos

내 취향에 맞춰 집을 가꾸기 위해 내 소유의 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무엇 하나 바꾸려면 주인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 게다가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이사를 하게 되면 애써 집에 들인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내 맘대로 집을 꾸미고 싶다는 욕망은 억눌러야만 하는 것일까.

그리스 아테네를 중심으로 패션 포토그래퍼로서 오랜 경력을 쌓다가 2012년 <케네디 매거진 Kennedy Magazine>을 창간해 올해로 10번째 이슈 발간을 앞두고 있는 크리스 콘토스 Chris Kontos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노력과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크리스 콘토스의 집 안 모습1

패션 포토그래퍼로 다년간 경험을 쌓다가 잡지를 창간한 이력이 꽤 독특한데, 동기가 궁금해요.
(크리스 콘토스, 케네디 매거진 발행인) 저의 좋은 친구이자 동료인 디자이너 안젤로 판데리데스 Angelo Pandelides와 의기 투합해 2012년 여름 창간했습니다. 사실 당시 그리스가 경제 위기를 겪던 상황이었기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업계와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었습니다. 케네디 매거진은 소소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과 함께 진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에 언제나 시선을 두고 있어요. 그 속에서 어둠의 터널을 지나 힘겨운 시절을 버텨낼 힘이 되는 긍정적 메시지를 찾아 공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매월 집세를 내는 상황에서 마냥 저와 저의 배우자가 원하는 대로 집을 갖추어가기에 분명 한계가 있긴 해요. 그래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면 안식처가 될 집을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여전히 쉽지 않은 비즈니스 환경인데, 그런 고된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는 집은 본인에게 어떤 곳인가요?

제게 집은 안식처입니다. 몸과 마음이 안정감을 느끼고 차분해질 수 있는 곳이죠. 제가 좋아하는 책, 오디오 시스템, 와인 한 잔과 함께 고단한 하루를 보내며 쌓인 긴장감과 피로감을 풀 수 있고요. 물론 매월 집세를 내는 상황에서 마냥 저와 저의 배우자가 원하는 대로 집을 갖추어가기에 분명 한계가 있긴 해요. 그래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면 안식처가 될 집을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 콘토스의 집 안 모습2
크리스 콘토스의 집 안 모습3
“잠시 빌려 사는 집이라도 몸과 마음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남의 집’에 살면서 내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본인만의 방법 같은 게 있을까요?

저희 부부는 고풍스러운 건물을 선호해요. 분위기나 장식적인 요소 그리고 높은 천장 같은 것을 포함하는. 그런 곳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에 더 매력을 느낄지 몰라요. 지금 사는 집도 1920년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당시 지은 건물이라고 하는데, 이런 역사가 있는 건물이면서 세 들어 살고 있다는 부분이 집 내부를 더 과감하게 꾸미는데 제약이 되었죠. 한 번은 일부 공간을 확장해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싶어 집주인과 상의해 보았지만 절충안을 찾지 못해 결국 원래 형태를 유지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집 주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잠시 빌려 사는 집이라도 몸과 마음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크리스 콘토스의 집 안 모습4
크리스 콘토스의 집 안 모습5

그렇게 꾸민 공간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신다면요?

구조를 개조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집안에 들이는 가구에 최대한 취향을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디자인하거나 벼룩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찾아내기도 하고요. 할 수 없는 일에 아쉬워하기 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것이죠. 대리석으로 된 커피 테이블도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을 의뢰한 것이고, 장인어른의 도움을 받아 거실에 놓을 소파도 만들었습니다. 주방 역시 원하는 디자인을 구상해 높은 뒤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고요.

배우자와 함께 사는 공간이면 의견 충돌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결혼한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각자의 생각과 취향이 뚜렷하다 보니 의견 충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의견 충돌이 생기는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아름답고 실용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녹이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니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접합점을 찾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보다 아내 의견이 맞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웃음) 아내는 현관에서 거실로 연결되는 통로에 탁자 하나만 놓자고 한 의견에 처음에는 반대했었는데 막상 놓고 보니 그럴싸하더라고요. 아내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것이 역시 낫다고 느꼈죠.

 

임시로 거주하는 공간에서도 내가 원하는 집을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내가 머물며 살고 있는 공간이면, 그곳이 바로 내 집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으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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