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휴가를 위한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가족의 휴가를 위한 집
칠레의 스플릿 하우스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graphy | Hsu-Rudolphy Architects

모처럼 온 가족이 시간을 맞춰 떠나는 휴가.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리라는 기대에 한껏 들뜨게 마련이다. 그러나 막상 떠나보면 기대와 달리 크고 작은 다툼을 계속하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일이 잦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휴식에 대한 각자의 취향과 니즈가 달라 서로 충돌할 때도 있다. 특히 자녀와의 취향 차이는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스플릿 하우스 부감

칠레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건축 스튜디오 슈-루돌피 아키텍츠 Hsu-Rudolphy Architects는 따로 또 같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스플릿 하우스 Split House’를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

“칠레에서는 ‘함께 하되 뒤섞이지 않는다 together but not scrambled’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중략) 때로는 니즈에 따라 한 장소나 공간에 두어 가지 다른 성격과 기능을 과감하게 구현할 방법을 찾을 필요도 있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Santiago에서 남쪽으로 100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로스 라고스 Los Lagos에 지어진 스플릿 하우스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두 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나뉜 세컨드 하우스이다. “칠레에서는 ‘함께 하되 뒤섞이지 않는다 together but not scrambled’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머무는 집에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때로는 니즈에 따라 한 장소나 공간에 두어 가지 다른 성격이나 기능을 과감하게 구현할 방법을 찾을 필요도 있죠”라고 이안 슈 Ian Hsu 슈-루돌피 아키텍츠 공동 대표는 말한다.

 

가족을 포함해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분명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서로의 니즈와 취향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스플릿 하우스를 의뢰한 클라이언트는 부모와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들 간에 적당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부모는 정적인 휴식을 원하지만 자녀들은 동적인 휴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되 프라이버시와 독립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자 고민한 끝에 찾은 방안은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부모가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자녀들이 마음껏 떠들고 때로는 뛰어다닐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하는 것. 정면에서 보면 마치 독립된 집 두 채가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플릿 하우스
스플릿 하우스

그렇다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공간이 지나치게 단절되는 것은 클라이언트와 건축가 모두 원치 않았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가족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공통 거실, 다이닝 룸, 메인 테라스 등의 형태로 확보했다. 무엇보다 두 채의 세컨드 하우스 사이를 잇는 통로가 가장 도드라진다. 공통 출입구 역할을 하기도 하고, 두 공간 사이에서 편리하게 오가며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호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공간은 목자재를 사용한 데다 형태가 단순해 마치 주변 자연환경의 일부처럼 보인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이동 수단이 제한되어 있어 원하는 기자재를 쉽게 가져다 쓸 수 없었던 기술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드로잉과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거친 끝에 가장 단순하고 지속가능한 형태와 자재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려면 도드라지기보다 어우러지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이안 슈는 설명한다.

밤의 스플릿 하우스

궁극적으로 슈-루돌피 아키텍츠가 만들어내고자 한 휴식을 위해 머무는 집은 어떤 모습일지 이안 슈에게 물었다. “휴식을 위해 머무는 공간은 일종의 피난처이자 안식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거나 단절되어 지낼 수 있는 곳 말이죠. 자신의 상상과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

 

세컨드 하우스를 따로 짓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 생활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능동적으로 찾아보는 시도를 해보자.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과 함께한다면 서로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한가로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그 자산을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때로는 함께, 때로는 각자 가져가길 바란다. 취향만 강요하거나 상대방의 니즈에 마냥 맞추기보다 서로의 방식을 존중한다면 휴식을 취하는 시간과 공간도 더욱더 다채롭고 풍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휴식을 위해 머무는 공간은 일종의 피난처이자 안식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거나 단절되어 지낼 수 있는 곳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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