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경계 없는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지중해의 경계 없는 집
올리브 트리 하우스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graphy | Eva Sopeoglou

그리스 아테네와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건축가 에바 소페오글로우 Eva Sopeoglou는 ‘올리브 트리 하우스 the Olive Tree House’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 속에서 머무는 집을 말하고 있다. ‘지중해 별장’에 대한 뻔한 이미지가 아닌, 단순하고 수수해 보이는 집을 빌어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것에 다른 관점을 갖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유리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전히 자연을 느낀다고 할 수 없습니다. 눈 이외의 다른 감각이 배제된 경험은 무의미하기 때문이죠.”

그리스 북부 할키디키 Halkidiki에 있는 올리브 트리 하우스는 휴가용으로 지어졌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에바 소페오글로우, 올리브 트리 하우스 건축가) 클라이언트의 요청이었습니다. 잠시 머무는 곳이기에 비용과 자재를 너무 많이 들이지 않았으면 했죠.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집의 외부와 내부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중간지대(in-between)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공간을 만들 때 중요한 부분이지만 일반적으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죠. 제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도 집의 안과 밖을 재정의해보는 것이었고요.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편안함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통해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구체화해보고 싶었습니다.

 

외벽을 올리브색으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스 하면 흔히 에게해 연안 지역이나 섬에서 볼 수 있는, 전통 시클라딕 Cycladic 양식으로 지은 하얀색 집을 떠올립니다. 저는 그런 등식에서 탈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리스 북부 내륙 지역의 기후나 환경 조건에 흰색이 어울리지도 않았고요.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서 단조롭고 개성 없는 집을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중해 별장에 대한 선입견과 대척점에 놓인 캠핑용 텐트 같은 집을 떠올리게 된 것이죠. 조금 작더라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고 조화를 이뤘으면 했고요. 주변에 올리브 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비슷한 색을 선택했는데, 주변 환경이 색을 정하게 이끌었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탁 트인 창문 대신 올리브 나무 문양의 타공 철제 벽면 구조를 통해 햇빛이 더 많이 들어오고 때로는 그림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인상도 주네요.

유리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전히 자연을 느낀다고 할 수 없습니다. 눈 이외의 다른 감각이 배제된 경험은 무의미하기 때문이죠. 벽이나 창문으로 집의 안과 밖을 나누는 일반적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대신 원할 때 벽면을 자유롭게 움직여 중간 지대를 많이 만들고자 했어요. 날씨, 계절, 시간대에 따라 파티션 형태의 벽면을 움직임으로써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요. 집 안에 있어도 외부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으며, 외부의 소리와 바람 그리고 햇빛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타공 철제 벽면을 사용한 점이 신선하지만 많은 일조량으로 내부 온도가 걱정되긴 하는데요.
직사광선으로 인해 벽면이 뜨거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철제 벽면이 열기를 품진 않고, 해가 지면 훨씬 더 빨리 열기가 식는 장점도 있죠. 공기역학적으로 말하면, 직사광선으로 인해 가열되면 철제 벽면은 실내 온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더운 공기를 위로 끌어올리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지붕에 있는 개방구로 배출되는 것이죠. 그래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비해 구조적으로는 직사광선에서 보호하고 통기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동서로 배치한 건물 남쪽에는 오픈 형태의 파사드를 설치해 내부에 그늘을 최대한 많이 드리워지도록 했고요. 북쪽에는 반개방형 현관을 배치해 일조량이 많은 시간에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했습니다. 일조량과 그늘의 길이에 따라 집안의 분위기가 다르게 연출되기도 하고요.

에바 소페오글로우는 올리브 트리 하우스를 통해 집이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물체가 아닌,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이에 뒤따르는 니즈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존재로 그려보고자 했다.햇빛과 바람처럼 수시로 바뀌는 자연을 온전히 느끼기에 ‘벽’은 방해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스페인의 성직자 발타사르 그라시안 이 모랄레스 Baltasar Gracian Y Morales는 “현명한 사람은 느긋하게 인생을 보냄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이”라고 말한다. 느긋함과 함께하는 인생에 필요한 휴식을 위해 내게 알맞고 필요한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중간 지점을 찾아 나서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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