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고독을 품는 호텔의 고독 여행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자발적 고독을 품는 호텔의 고독 여행
눌 스턴 호텔 외

Text | Anna Gye
Photography | Zero Real Estate, Awasi Patagonia, Deplar Farm, The Arctic hideaway

다양한 관계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사람에게 지쳐간다. 현대인은 자신을 찾기 위해 자발적 고독을 택한다. 최근 여행업계는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오가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외딴 곳에서 혼자 조용히 보낼 수 있는 고독 호텔을 소개한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남극이나 북극 등 온전한 격리와 단절이 가능한 장소로 떠나는 여정도 있다.

스위스 알프스산 위의 ‘눌 스턴 호텔’

사람 한 명 만나지 않고 숲속 오두막에서 몇 주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할까? 고독은 과연 즐거울까? 이 질문에 핀란드인 대부분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들은 발트해 연안을 마주하고 있는 숲속의 아담한 오두막을 구입해 사우나를 하고 보트를 타고 모닥불을 피우며 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기를 꿈꾼다. 핀란드 문화 전문가 리처드 D. 루이스는 핀란드를 ‘고독한 늑대의 나라’라 불렀다. 그들에게 고독은 일상이다. 핀란드 동화 무민 시리즈에도 고독과 자유를 사랑하는 스너프킨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혼자 모닥불을 피우고 불꽃을 바라보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인물. 오두막 중개 웹사이트(www.huvila.net)에서는 스너프킨처럼 살 수 있는, 인적 드문 장소에 위치한 통나무집을 구입하거나 단기간 빌릴 수 있다. 핀란드인은 여름휴가 기간만이라도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 혼자 장작을 패고 모닥불을 피우며 생각을 비워내는 시간을 보낸다. 그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삶의 처방전이다.

 

핀란드인처럼 숲속 오두막을 사두고 수시로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핸드폰을 꺼두는 것만도 쉽지 않은 상황. 고독과 동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편의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는 쉽게 잠을 청하기 힘들다. 이런 현실적인 조건과 밀레니얼 세대의 여행법이 맞물리면서 등장한 것이 ‘고독 호텔’이다. 2019년 여행 웹사이트 익스피디아 조사 결과, 밀레니얼 세대는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보다 ‘혼자 휴식하기’(47.6%)를 원한다. 영국의 스코필드 보험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행지 선택 기준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40%)가 가장 중요하다. 이들은 장기간의 여행보다 짧게 자주 가는 여행을 선호한다.

최근 고급 리조트업계는 폭포, 산꼭대기, 절벽, 무인도 등 관광지와 거리가 먼 낯선 지역에 ‘외딴 호텔’, ‘고립 호텔’ 등을 내건 시설을 짓고 있다.

여행은 독서보다 흔한 취미다. 인적 드문 장소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취사, 난방, 목욕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고독’, ‘#혼행’이란 해시태그를 붙여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만한 장소라면 금상첨화.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것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안락한 고독이다. 고독 호텔은 단기 여행, 색다른 경험, 웰니스, 휴식, 호텔 서비스 등의 교집합 속에 있다. 아만 리조트 최고 책임자 롤란드 파셀Roland Fasel은 럭셔리 호텔 브랜드일수록 ‘고독 호텔’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경험하고 누려본 사람들에게 일상의 부담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치입니다. 고독 호텔은 럭셔리 경험의 하나죠.” 최근 고급 리조트업계는 폭포, 산꼭대기, 절벽, 무인도 등 관광지와 거리가 먼 낯선 지역에 ‘외딴 호텔remote hotel’, ‘고립 호텔isolated hotel’ 등을 내건 시설을 짓고 있다. 소수만이 머무는 곳일수록 가격은 비싸진다. 고독하지만 고독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건축가나 아티스트가 떠올린 공간은 유쾌하고 철학적이다. 쌍둥이 아티스트 패트릭 프랭크Patrik Frank와 패트릭 리클린Patrik Riklin이 스위스 알프스산에 지은 건물이자 개념 미술 작품 ‘눌 스턴 호텔Null Stern Hotel’은 지붕도 벽도 욕실도 없다. 산 위에 덩그러니 침대만 놓여 있다. 호텔 버틀러가 매일 침구를 정리하고 조식을 챙겨준다. 여름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10분을 걸어 다른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음 연도 예약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치스러운 고독을 경험하는 것이에요. 밤새도록 하늘과 독대하면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과 끊임없이 소유하려는 욕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죠.”

십렉 로지Shipwreck Lodge

5성급 호텔을 비꼬는 의도도 포함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제로 리얼 이스테이트Zero Real Estate’란 이름으로 이어진다. 여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더욱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다. 2020년 여름부터 그들이 만든 호텔을 스위스 동부와 리히텐슈타인공국 내 6곳의 자연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건축가 니나 마리츠Nina Maritz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스켈레톤 해변(Namibia Skeleton Coast)에 난파선 모양의 십렉 로지Shipwreck Lodge를 건축했다. 철제 나사 없이 100% 목재로 지은 친환경 건물로 해변에서 유일한 건축물이다. 서로 방해되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10개 동을 짓고 내부에는 욕실, 화장실, 벽난로 등을 갖췄다.

 

정제되어 있지 않는 아프리카 해변 풍경은 야생 그 자체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실제 난파선에 갇힌 기분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자, 코끼리 발자국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건축가 잔마테오 로메잘리Gianmatteo Romegialli와 에리카 가자Erika Gaggia는 새를 사냥할 때 사용하던 숲속의 집을 휴식과 명상의 장소로 바꾸었다. 산티아고 네스트 프로젝트는 새와 사람을 위한 공동의 둥지로 변화시키는 일이었다. 건축가는 부엌, 침실, 개인 공간이 있던 1층 건물 위에 통유리 공간을 새롭게 만들었다. 2층에 사용한 특수 유리는 주변을 거울처럼 반사시키는데, 숲으로 위장한 건물 덕분에 새들이 안심하고 사람과 함께 휴식을 취한다. 유리 안에는 편안한 암체어만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놓여 있다. 해, 달, 별에게 곁을 내주는 혼자만의 둥지에는 고독과 자유가 넘친다.

Awasi Patagonia, Chile

홈페이지(awasi.com)를 클릭하는 순간 알게 된다.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Torres del Paine National Park)의 만년설로 뒤덮인 산을 정면으로 홀로 마주하는 것은 인생 버킷 리스트에 올려야 할 일이라고. 호텔 시설을 갖춘 14개의 오두막이 초원 위에 드문드문 자리해 있다. 객실에서도 산꼭대기의 만년설이 보인다. 야외 통나무 욕조에서 스파를 즐기거나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산길을 달릴 수 있다.

Deplar Farm, Iceland

하늘을 물들이는 몽환적인 오로라 아래서 즐기는 야외 온천. 아이슬란드 데플라 팜Deplar Farm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다. 객실 건물 외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눈밖에 없다. 밤이 되면 하늘은 별로 가득 찬다. 객실은 호텔 같고 바, 레스토랑, 영화관이 갖춰져 있다. 1층 통유리 공간에서는 매일 요가 클래스가 열린다. 이곳에 가려면 전용기를 타야 한다.

The Arctic Hideaway, Norway

완벽히 고립된 장소에서 고독을 즐기고자 한다면 쇠르베르Sørvær라는 작은 섬에 10개의 오두막으로 이루어진 호텔(thearctichideaway.com)이 제격이다. ‘더 깊은 연구를 위한 공간’이란 이름이 붙은 호텔로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에 소설가들이 많이 찾는다. 지형적으로 북극과 가장 가까워 여름에도 두꺼운 옷으로 무장해야 한다. 객실은 트리 하우스처럼 높은 곳에 위치해 수백 개의 군도로 이루어진 노르웨이 지형을 만끽할 수 있다. 다이닝, 화장실, 샤워실 등은 공용이다. 투숙객 중에는 호텔과 정부가 함께 만든 아트 레지던시 건물을 일주일간 이용하는 아티스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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