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티 공화국에 세워진 아이들의 집, 아이들을 위한 마을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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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티 공화국에 세워진 아이들의 집, 아이들을 위한 마을
지부티 공화국 SOS 어린이 마을

Text | Bora Kang
Photos | Javier Callejas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실제로 아이의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서는 부모뿐 아니라 주변 이웃들의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인간은 집단에 소속되고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인식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권 밖에 있는 아이들에게 지역공동체의 존재는 무척 중요하다.

SOS 어린이 마을SOS Children’s Village’(www.sos-childrensvillages.org)은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정 형태의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국제 민간 사회복지 기구(INGO)다. 이들은 형식적인 보호시설이 아닌 마을 단위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여러 채의 주택과 골목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 자체를 새로 조성한다. 이들에게 집은 가정과 이웃이 공존하는 작은 도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1949년 오스트리아의 헤르만 그마이너 박사가 창설한 이 단체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136개국 559개 마을에서 수만 명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가뭄과 물 부족으로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 SOS 어린이 마을의 존재는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지부티 공화국(이하 지부티)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더운 나라에 속한다. 덥고 건조한 기후 탓에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음식은 물론 전기조차 수입에 의존하며 유아 사망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 인구의 약 35%를 차지하는 15세 미만 어린이들의 경우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데 이런 환경 탓에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는 일도 흔하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 정부가 6세부터 6년간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를 학교에 보낼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옛 이슬람식 도시인 메디나Medina를 모범으로 삼았다. 과거 외부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성벽을 두르고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으로 조성한 메디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골목과 안전한 집을 만들기에 적합한 구조였다.”

2014년 SOS 어린이 마을은 지부티에 총 15가구로 이루어진 소규모 주택 단지를 조성했다. 설계는 스페인을 기반으로 케냐, 지부티,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르코 산체스 아키텍츠Urko Sanchez Architects가 맡았다. 마드리드 출신 건축가 우르코 산체스는 건물이 들어서는 지역의 문화적 뿌리를 면밀히 살피고 그 지역의 전통 재료를 활용해 주변 환경에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보스니아, 엘살바도르, 앙골라를 비롯한 여러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며 캠프, 학교, 의료 시설 등을 건축한 이력을 갖고 있다.

 

우르코 산체스는 문화와 극한 기후 환경이 지부티와 가장 유사한 여러 장소를 조사한 끝에 옛 이슬람식 도시인 메디나를 모범으로 삼았다. 과거 외부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성벽을 두르고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을 조성한 메디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골목과 안전한 집을 만들기에 적합한 구조였다. 우르코 산체스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오래된 도시 구조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마을 주변에 담장을 세워 아이들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마을 내에 공동의 녹지망을 조성해 주민들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이 키운 나무는 장기적으로 공간에 그늘을 만들어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한편 마을 곳곳에는 주민들을 위한 광장과 놀이터를 마련했는데 골목을 일부러 좁고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자동차가 마을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덕분에 아이들은 안심하고 거리를 뛰어다닐 수 있다.

 

설계팀이 마을을 조성하면서 가장 걱정한 것은 적은 예산이었다. 우르코 산체스는 자재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셈크리트Cemcrete(시멘트와 콘크리트를 합친 신소재) 회사가 제공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과 시멘트 블록 등을 사용했다. 아프리카 회사의 저렴한 콘크리트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한 동시에 해당 지역의 전통 재료를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내부는 사려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한 것이다. 일례로 집들의 높이가 들쭉날쭉한 것은 태양의 고도에 따른 그늘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담이 잇대어 있는 살구색 건물들이 서로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모습은 기능을 떠나서 미적으로도 아름답다. 한편 골목 곳곳에 설치된 자연 환기 타워는 바깥 바람을 내부로 향하게 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상쾌한 공기를 제공한다. 모든 세대는 지상으로부터 20cm가량 띄워져 있는데 이는 바깥의 모래가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지부티 SOS 어린이 마을은 2층 건물에 총 15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아이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총 10세대이다. 모든 주택은 동일한 구조이되 배치가 조금씩 다르다. 햇볕을 최대한 가리는 동시에 환기에 최적화된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다. 1층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2층에는 공부방과 게스트하우스, 사회복지 시설, 그리고 ‘SOS 어머니’를 위한 방이 마련되어 있다. 참고로 SOS 어린이 마을은 어머니 한 명이 7~9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방식을 취한다. 제각각 소명을 갖고 이곳에 정착한 SOS 어머니들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고, 아이들 또한 그 안에서 친형제자매 못지않은 우애를 쌓는다. 또한 지부티 SOS 어린이 마을의 경우 특별히 인근 유치원과의 협약을 통해 아이들의 교육까지 지원하고 있다.

 

타주라만과 인접한 항구도시에 들어선 이 주택 단지에는 아동복지시설 특유의 쓸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네모반듯한 집과 초목이 어우러진 마을은 오히려 누구라도 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역시나 마을을 가장 빛나게 하는 건 색색의 옷을 입고 골목을 휘젓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 참고 문헌: 학술 논문 <지부티 SOS 어린이 마을의 건축 특성 연구>, 임희영·전병권·김경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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