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동부의 창의적 DNA가 꿈틀대는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런던 동부의 창의적 DNA가 꿈틀대는 집
사라 바그너 & 존 에런 그린의 <이스트 런던 홈>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xton Mini Press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지은 최첨단 주거용 타워 ‘프린서플 타워principal tower’가 들어선 곳, 오래된 공장 지대로 산업 유물이 즐비한 곳, 영국의 반항아라 불리는 뱅크시의 그라피티가 곳곳에 숨겨진 거리. 쉽사리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들이 이렇게 한 지역에 존재한다. 바로 런던 동부다. 이곳에서 크리에이터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모양의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작가 사라 바그너Sarah Bagner와 사진가 존 에런 그린Jon Aaron Green은 ‘가능성의 놀이터’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에서 원예가, 영화제작자, 디자이너, 건축가, 스타일리스트 등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집을 방문했다. 그들은 각자의 삶이 녹아든 집 곳곳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해 책 <이스트 런던 홈East London Home>으로 엮었다.

 

사라 바그너는 아트디렉터이자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줄곧 성장한 그녀는 현재 런던 해크니에 살고 있다. 그녀가 이번 책을 낸 혹스턴 미니 프레스Hoxton Mini Press 역시 런던에 대한 애착으로 세운 독립 출판사로, 공동 대표 앤과 마틴은 혹스턴 광장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첫눈에 반해 결혼한 사이다. 이들은 런던 동부의 디자인과 인테리어, 미술 등을 소개하는 책을 펴내는 중이다.

“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의 지출 내역이나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것과는 상관없으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에너지를 찾아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집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길 바라며 런던 동부의 창조적인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라 바그너 -

셰리든 코클리Sheridan Coakley가 쓴 이 책의 서문을 보면 런던 동부에 많은 예술가들이 모이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는 재스퍼 모리슨, 매슈 힐튼 등의 현대적 디자인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SCP 설립자로 1985년 영국의 쇼어디치 지역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 쇼어디치는 1800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대형 극장과 화려한 오케스트라 홀로 유명한 문화 지역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19세기 말까지 범죄나 성매매 등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임대료가 낮아지고 1990년대 후반부터 이 지역에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쇼어디치 지역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때쯤 셰리든코클리는 런던의 커텐 로드Curtain Road를 지나가다 매력적이면서 저렴하기까지한 건물을 임대하게 되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 쇼어디치는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했던 1970년대 소호 지역 같았다고 한다. 대다수 건물이 경공업을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했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스튜디오를 열거나 거주용으로 사용했으며, 매일 불법 파티를 여는 개척자로 살기 시작했다.

미셸 켈리의 집 거실

이 책에 수록된 여러 집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패션 스타일리스트와 도예가의 집을 소개한다. 청록색 벽지와 나무 재질의 가구, 흰 대리석 벽난로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거실이 자리한 이곳은 미셸 켈리Michelle Kelly의 집이다. 잡지사에서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그녀는 2000년에 런던 동부로 이사와 19년째 이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과 분홍색으로, 패션 빈티지 스타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오시 클락Ossie Clark과 1970년대 런던의 아이코닉한 패션 스토어 비바Biba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녀는 모로코, 인도,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복잡한 무늬의 아이템을 집안 곳곳에 배치해 현대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저는 이제 어른이지만 집 분위기와 인테리어는 어른스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테리어가 독특한 집이 그 자체로 엄격하거나 심각해 보이는 게 싫어요”라고미셸 켈리가 말한다.그녀의 스타일은 사라 바그너의 묘사에 따르면,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윌리엄 모리스가 브랜드 미우미우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녹색 공간에서 세련되고 감각적인 아이템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미셸 켈리와 그 딸은 손님 초대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부엌과 거실을 확장해 실외와 이어지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19년 전 이곳에 처음 이사했을 때만 해도 창의적인 스튜디오와 예술가가 많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요즘은 가족 단위 이웃이 더 많지만 그것도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몰리 미클스웨이트와 루퍼스 화이트의 집 부엌

“친구들은 쉽게 버리지 못할 만큼 정교하게 만든 물건을 우리 집으로 가져와요. 어딘지 비밀스러운 그 물건을 우리가 잘 다룰 걸 알기 때문이죠.” 도예가인 몰리 미클스웨이트Molly Micklethwait와 그녀의 남편으로 금속공예가인 루퍼스 화이트Rufus White의 집은 친구들이 가져온 온갖 진귀하고 독특한 물건으로 꽉 차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각자 창의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웬만한 박물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물건들을 집안에 수집한다. 마치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그들의 부엌에는 두 그루 벚나무가 자라고 천장에는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는 중이다. 앤티크한 나무 탁자가 정중앙에 놓여 있고 천장과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햇살이 한가득 퍼지는 이 공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전원을 만끽하는 느낌이다.두 명의 예술가는 농촌 생활에 대한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 해석으로 ‘더 빌리지’라는 컬렉션을 만들기도 했다. 아주 오래된 간판, 정원에 미스매치로 배치한 가구들, 오두막, 바 등으로 구성한 컬렉션으로 다양한 이벤트나 사진 촬영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도시가 품은 역사를 사랑하고 역사의 일부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사라 바그너와 존 에런 그린에게 자신의 집 문을 열어준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이다.

도시가 품은 역사를 사랑하고 역사의 일부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사라 바그너와 존 에런 그린에게 자신의 집 문을 열어준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이다. 이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요즘 공간은 어떻게 꾸미는 게 트렌드인지, 어떤 가구가 유행인지에 대해 언급하기보다 자신의 일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집을 꾸미고 자신의 취향대로 스타일을 개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두지 않고 장난스럽고 재미있게 집을 꾸미는 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이스트 런던 홈>을 통해서 건축 잡지의 레이더에서는 잡히지 않는 흥미로운 디자인과 건축 철학을 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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