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최전선을 들여놓은 집으로의 초대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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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최전선을 들여놓은 집으로의 초대
더 퓨처 퍼펙트의 전시 <카사 퍼펙트>

Text | Kakyung Baek
Photos | Douglas Friedman

영국의 리젠시 스타일로 지은 앤티크한 인테리어의 집에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키치한 가구가 놓여 있다. 현대 디자인 갤러리 중에서도 독보적 위치에 있는 더 퓨처 퍼펙트는 건축 역사와 내러티브가 살아 숨 쉬는 집에 젊고 유망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큐레이팅해 <카사 퍼펙트>를 선보였다.

카사 퍼펙트가 열리는 곳 중 하나인 LA 갤러리는 건축가 렉스 로터리가 지어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기 전까지 소유한 주택으로 유명하다.

작품을 걸어둔 전시장 하면 자연스럽게 화이트 큐브가 떠오른다.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하얗고 각진 공간 말이다. 20세기 초부터 이런 전형적인 공간을 탈피하려는 예술계의 시도는 무수히 있었으며 그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현대 디자인 갤러리의 전시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더 퓨처 퍼펙트The Future Perfect의 전시 <카사 퍼펙트Casa Perfect>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공간에 차별화를 두었기 때문이다.

 

예술 애호가인 데이비드 알하데프David Alhadeff는 미국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 2003년 뉴욕에 디자인 갤러리 더 퓨처 퍼펙트를 열었다. 창작자와 갤러리스트, 판매자, 애호가 등의 경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한 이곳은 17년 동안 린지 아델만Lindsey Adelman, 제이슨 밀러Jason Miller, 크리스틴 빅토리아 배런Kristin Victoria Baron 등 동시대의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들의 소장 가치 높은 작품을 소개해왔다. 동시에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직 조명받지 못한 신진 아티스트나 젊은 공예가와의 협업에도 에너지를 쏟는다. 다시 말해 더 퓨처 퍼펙트는 이미 잘 만든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로부터 새롭고 참신한 디자인을 끌어내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기획한 전시가 바로 <카사 퍼펙트>이다. 건축적으로 내러티브가 있는 저택에서 동시대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큐레이팅하고 그들과 함께 공간에 어울리는 디자인 작품을 제작해 선보이는 입체적 방식이 눈에 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세 곳에 위치한 갤러리는 각자의 지역적 특징을 간직하면서 건축 역사에서 유의미한 지점을 내포한다. 2019년 3월에 문을 연 뉴욕의 <카사 퍼펙트>가 열린 공간은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레노베이션한 5층짜리 타운하우스이며 LA에 위치한 갤러리는 건축가 렉스 로터리Rex Lottery가 현대적인 리젠시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이곳은 ‘로큰롤의 왕’으로 불린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기 전까지 소유한 주택으로도 유명하다.

“<카사 퍼펙트>를 위한 LA의 저택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집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콘셉트는 언제나 놀라운 건축물을 전시 프로그램을 위한 배경으로 사용한다는 것이죠. 이 건축물 역시 1971년 이후 거의 손대지 않은 보석과도 같습니다.”
- 데이비드 알하데프, 더 퓨처 퍼펙트 설립자 -

올해 2월 첫선을 보인 <카사 퍼펙트>의 네 번째 전시 역시 이곳 LA의 갤러리에서 열렸다. 19세기 초 영국의 앤티크 스타일이 잘 묻어난 공간에서 디자이너들의 컬러풀한 가구와 소품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에서 특히나 돋보이는 아티스트는 매슈 데이 잭슨Matthew Day Jackson이다. 아마도 심플한 화이트 큐브에서 그의 가구를 마주했다면 ‘대체 어떤 공간에, 어떻게 매치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전적인 벽돌로 지은 벽과 부드러운 색채의 카펫 위에 그가 디자인한 테이블과 체어, 선반이 놓이니 그 자체로 유쾌함을 발산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웡키Wonky’라는 이름을 붙인 그의 컬렉션은 단어의 뜻처럼 불안정하고 기우뚱해 보이는데, 코미디 공연에 쓰기 위해 디자인한 시리즈라고 한다. 특히 이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식당에서 쓰는 의자를 사용해 판지 재질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그 위에 탄소섬유와 에폭시를 여러 번 덮어 가구를 완성한다. 매슈 데이 잭슨은 정확한 측정 도구 없이 제작하기 때문에 가구 표면에 그의 손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심지어 크기도 제각각인 데다 대칭이 안 맞는 경우도 있지만 아티스트의 유머러스함과 독창성이 가구로서의 취약점을 매력으로 승화시킨다.

매슈 데이 잭슨의 가구 컬렉션 ‘웡키’
양승진의 ‘블로잉 시리즈’

이와 함께 반가운 한국 디자이너 양승진의 작품도 눈에 띈다. 무채색의 대리석 바닥과 어두운 톤의 목재로 짠 공간에 놓인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풍선 의자. 원색의 화려한 컬러는 이 공간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데, 이는 양승진의 ‘블로잉 시리즈Blowing Series’이다. 풍선을 불어 단단한 가구로 변형시키는 이 연작은 2013년부터 해온 작업이다. 재료의 본래 특성을 마치 마법처럼 변신시키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낀다. 한국에서도 꾸준히 주목받는 그의 작품은 더 퓨처 퍼펙트의 총괄 디렉터로부터 제안받아 단독 전시를 열고 이번 <카사 퍼펙트>의 네 번째 전시까지 함께하는 중이다.

 

<카사 퍼펙트>는 그 이름에 걸맞게 집이라는 공간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저택 외관에 흐르는 건축 역사를 헤아린 뒤 다이닝룸, 리빙룸, 키친 등 각각의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역량 있는 컬렉터의 집에 놀러 온 듯 멋진 셀렉션을 공감각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데이비드 알하데프를 필두로 한 더 퓨처 퍼펙트의 야심 찬 기획은 <뉴욕 타임스>에서 ‘미국 디자인의 최우수 챔피언’이라는 수식어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전시는 예약한 인원만 한정적으로 입장할 수 있으며 더 퓨처 퍼펙트 공식 웹사이트(www.thefutureperfect.com)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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