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중고 물품으로 꾸민 정크 호텔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100% 중고 물품으로 꾸민 정크 호텔
더 드웰 호텔

Text | Nari Park
Photos | The Dwell Hotel(www.thedwellhotel.com)

호텔리어 세이자 오얀페라는 미국 전역의 복고풍 빈티지 가구를 뒤져 미국 채터누가에 첫 부티크 호텔 ‘더 드웰 호텔The Dwell Hotel’을 선보였다. 온라인 수공예품 거래 장터 엣시, 이베이와 중고 매장에서 수집한 손때 묻은 가구로 객실 16곳을 채웠다. “누군가 사용한 물건이 공간을 더 친밀하고 아늑하게 만든다”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들여다본다.

오늘날 호텔은 어떤 모습으로 기능하는가. 자본력을 앞세워 나날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지는 럭셔리 리조트와 ‘로컬 경험’에 기반을 둔 에어비앤비로 양극화된 여행업계 그리고 여기 100% 중고 가구로 채운 ‘정크 호텔’이 있다. 차갑고 이질적인 새 가구 대신 긴 시간 누군가의 삶에 놓였던 오래된 가구로 채우는 것이, 호텔이 그 도시의 일부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5세부터 미국, 이탈리아, 코스타리카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긴 시간 서비스업계에 종사해온 호텔리어 세이자 오얀페라Seija Ojanpera는 최근 급변하는 여행 트렌드를 한발 먼저 읽었다. 에어비앤비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2015년,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오래된 숙박업체 스톤 포트 인Stone Fort Inn을 구입해 새로운 형태의 부티크 호텔을 열기로 결심한다. 남북전쟁 시대에 군사 요새였던 3층 규모의 호텔 외관은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과 석회암을 고스란히 남겨 그 시대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여기에 호텔 객실 전체를 중고 가구로 채워 레트로풍 인테리어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호텔 내외부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1950~1970년대 가구가 비치된 16개의 객실은 각 콘셉트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독특한 패턴의 카펫과 벽지, 그 아래 섬세하게 고른 소파, 테이블, 조명, 화병 등 중고 가구와 소품이 마치 정물화처럼 근사한 한 장면을 완성한다. 붉은 벽돌이 노출된 거실 벽면과 네이비 컬러의 빈티지 소파가 영국의 ‘모드 룩’을 떠올리게 하는 ‘더 모드The Mod’, 플라밍코 패턴 벽지와 빈티지 숍에서 고른 깃털 장식 의자가 인상적인 ‘플라밍고Flamingo’, ‘피에타’가 연상되는 금속 오브제, 핑크 컬러의 기하학적 프린트 벽지로 꾸민 킹 스위트룸 ‘더 핑크 레이디The Pink Lady’ 등이 대표적이다. 세이자 오얀페라는 어린 시절 자신이 여행지에서 묵었던 각 지역별 가정집 숙소 ‘B&B’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 넘치는 16개의 거실 같은 객실을 완성했다.

“우리는 채터누가의 일부, 이 동네의 거실이 되고 싶어요. 이곳에서 먹고 마시며 모두가 즐겁기를 바랍니다. 한 번도 앉아본 적 없는 새 가구보다 과거의 감성을 자극하는 친숙한 중고 소품이 훨씬 편안함을 줄 거예요.”
- 세이자 오얀페라, 더 드웰 호텔 오너 -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가 한데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거대한 ‘거실’이 되길 바라는 더 드웰 호텔은 객실은 물론 바와 레스토랑까지 일관된 톤을 유지한다. 인수 전 기존 호텔이 운영하던 고급 레스토랑을 캐주얼한 카페 형태로 탈바꿈시켰다. 자연 채광이 풍부해 일광 욕실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인 ‘솔라리엄Solarium’에는 호두 나무와 황동으로 제작한 대형 유리창, 고리버들 의자와 얇게 주름을 접어 완성한 핀턱 베개를 비치해 누구라도 등을 대고 편히 식사를 즐기도록 했다.

25인석 규모의 아담한 칵테일 바 ‘마틸다 미드나이트Matilda Midnight’는 긴 금색 비닐 소파와 손가락을 펼친 듯한 모양의 대형 나무 조각상 등을 비치해 독창적이고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호텔은 휴식의 공간 그 이상이다. 집을 벗어나 또 다른 집으로 향하는 긴 여정에서 호텔은 그 자체로 여행의 과정이자 목적지다.” 럭셔리 인테리어 브랜드 소허Soher의 최근 분석은 이 시대에 호텔이 그 자체로 얼마나 훌륭한 여행지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누군가 사용했던 쓰임 가득한 물건들로 꾸민 100% 정크 호텔이라니. 천편일률적인 디자인 호텔 사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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