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시함을 배제한 스타일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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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시함을 배제한 스타일
공간 디자이너 크리스찬 리에거

Text | Dami Yoo
Photos | Liaigre

크리스찬 리에거는 프랑스 출신의 공간 디자이너다. ‘스타일리시함을 배제한 스타일’을 모토로 군더더기 없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린 그는 칼 라거펠트, 캘빈 클라인, 가고시안 등 안목 있는 이들의 내밀한 공간을 디자인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43년 프랑스의 해안 도시 라로셸에서 태어난 크리스찬 리에거Christian Liaigre는 파리 예술학교와 장식미술학교를 나와 1985년 파리 7구에 그의 첫 번째 쇼룸 ‘스튜디오 리에거’를 열었다. 균형 잡힌 형태와 절제된 디자인이 그의 상징. 모래, 풍화된 나무, 나무껍질과 가죽, 청동 등 자연스러운 질감이 도드라지는 소재의 조화를 고집하면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장인들과 협업했다. 그는 한평생 ‘장식이 유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고수했으며, 화려한 장식보다는 미묘한 디테일이 우아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믿었다. 실제로 18세기의 제작 기법과 모던한 디자인을 결합해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리에거의 방식이었다. 이는 당시 호화롭고 장식적인 디자인 트렌드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낸 행보였다.

(위 사진 모두) 버티고 요트Vertigo Yacht. 67.2m, 837톤의 요트다. 리에거는 인테리어와 가구를 디자인했고 필리프 브리앙Phillip Briand이 설계했다. 제작은 선박 건축 회사 알로이 요트Alloy Yachts가 맡았다.

내추럴한 소재와 균형 잡힌 형태로 리에거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는 나가토 테이블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 ‘무한주Endless Column’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그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정신을 녹여내 가구와 조각품 사이를 꾀했다. 브루탈리즘 양식을 따르면서 세련된 형상이 특징인 나가토 테이블은 그의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1990년 이후 리에거는 파리의 몽탈랑베르 호텔Montalembert Hotel, 뉴욕의 머서 호텔Mercer Hotel 등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유명 인사의 전용기와 요트 등을 디자인하며 럭셔리 공간 디자인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섰다. 그가 작업에 임하는 태도는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이 바탕으로 언제나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생제르맹 암체어Saint-Germain Armchair, 2008, 65x80x82cm. 건축가의 가구를 연상시키는 암체어로 황동을 두드려 만든 독특한 프레임은 리에거 가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소다.

크리스찬 리에거는 30년간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팀원들과 함께 스튜디오를 성장시켰다. 전 세계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유럽뿐 아니라 미국, 아시아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전 세계 도시에 총 29개의 리에거 쇼룸이 운영되고 있으며 가구, 조명 등 400여 가지의 인테리어 아이템을 현대미술 작품과 함께 제안한다. 지난해 4월 오픈한 서울 쇼룸은 상하이, 방콕, 싱가포르에 이은 아시아의 네 번째 공간이다. 서울 쇼룸 역시 리에거 디자인의 정수를 담고 있다.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Faubourg Saint-Honoré의 플래그십 스토어의 인상을 반영하면서 한국적 요소를 더해 자연스러운 빛과 그림자의 조화가 돋보이도록 했다. 선을 강조한 미니멀한 디자인 그리고 최고급 소재와 장인들이 섬세하게 마무리한 가구는 고아한 가정집을 떠올리게 한다.

리에거 서울 쇼룸

과도한 장식을 피하면서 편안하고 아늑한 무드와 최고의 퀄리티를 지향해온 리에거. 진정한 장인 정신과 자연에서 비롯한 소재로 격조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 그는 2014년 스튜디오 리에거의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그의 오랜 동료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브랜드를 떠났다. 현재는 18년간 협업한 프라우케 마이어Frauke Meyer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장 폴 고티에의 CEO로 활약한 바 있는 크리스토프 카이요가 CEO를 맡고 있다. 이들은 크리스찬 리에거의 뒤를 이어 그의 디자인 철학을 지키면서 고유한 브랜드 ‘리에거’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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