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토박이들이 모여 문화 공간으로 만든 제주도 마늘 창고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제주 토박이들이 모여 문화 공간으로 만든 마늘 창고
문화 공간 ‘인스밀’

Text | Dami Yoo
Photos | Kiwoong Hong(CFC Photography)

제주도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바닷가 마을 대정읍. 외지인의 발길이 드문 덕에 제주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이 지역 문화를 제대로 보여줄 인스밀을 만들었다. 이곳은 방앗간(mill)을 콘셉트로 완성한 카페이자 문화 공간이다.

시작은 대표 현인협이 마늘 창고로 쓰던 대정읍의 한 건물을 발견하면서다. 넓은 밭과 때때로 돌고래가 출몰하는 바다, 한산하고 느긋한 주민들이 이 마을의 주인인 만큼 이곳에 무언가를 만든다면 제주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디자인, 조경, 도자기 등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이 오래된 장소를 1년 동안 탈바꿈시켰다. 디자이너 문승지가 전반적인 기획을 맡고 그의 동생 문승호가 공간을 디자인했다. 이 외에도 조경 스튜디오 꼬네띠Kkonetti, 브랜드 디자이너 김혜림 등 총 10명의 제주 토박이가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화두는 제주의 로컬리티였다. 10명의 멤버들은 우후죽순 들어서는 상업 공간으로 인해 점점 어수선해지는 제주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따라서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장소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주안점이었다. 이들은 2700m2 부지에 야자수와 사철나무를 심고 화산송이로 바닥을, 볏짚으로 지붕을 만들었다. 여기에 군데군데 시골 마을의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두어 인스밀을 완성했다. 야자수와 사철나무는 제주 토박이들에게 친구네 집, 초등학교 교정 등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친근한 요소라는 것이 문승지의 설명. ‘육지 사람’들에게 이 풍경은 지극히 이국적이지만 제주에서는 아주 일상적인 풍경인 것이다. 인테리어는 커다란 창문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바깥 풍경을 내부로 들이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창밖에 펼쳐진 근사한 자연은 더할 나위 없이 공간의 매력을 배가시키는데 ‘이것이 제주도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고,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충분하다.

인스밀은 보리를 이용한 메뉴가 주다. 보리를 빻아 만드는 음료인 ‘보리개역’이 대표적. 제주도식 미숫가루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이드 메뉴로는 보리를 활용한 스낵과 디저트를 마련했다. 인상적인 것은 재료에 사용하는 보리를 재배부터 수확은 물론 빻는 일까지 모두 인스밀에서 도맡는다는 점이다. 외관뿐 아니라 콘텐츠에도 지역의 특색을 온전히 녹여보자는 생각에서다. 벼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제주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보리가 주식이자 감귤만큼이나 중요한 주요 작물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겨준다.

“공간은 특정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양한 불특정 다수,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문승지는 이 프로젝트에 가장 큰 영감을 준 브랜드로 스카게락Skagerak을 꼽았다. 스카게락은 1976년 덴마크 항구도시 올보르에서 탄생한 로컬 가구 브랜드로, 삼림 보호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문승지는 덴마크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스카게락과 인연을 맺고 있었는데, 인스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서로 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실제로 스카게라크 CEO Jesper Panduro는 인스밀이 추구하는 로컬 정신과 오래된 제주의 공간을 재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취지에 공감해 인스밀의 아웃도어 가구 협업을 진행했다.

인스밀은 ‘로컬’이라는 화두에 대해 ‘진정성’이라고 대답한다. “공간은 특정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양한 불특정 다수,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진정성에 있는 만큼 진정성 있는 로컬 브랜드야말로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로컬이 글로벌에 뿌리내리는 힘을요.” 이제 막 오픈한 인스밀은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소개하는 장소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제주 문화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제주 쇼룸’인 셈. 제주의 잠재력을 가득 안고 있는 장소다.



Related Posts

벨라 폭스웰
가드닝다양성로컬홈데코
카우스 AR 전시 외
노마드라이프스타일재생큐레이션
책 <안녕, 둔촌주공아파트>와 영화 <집의 시간들>
다양성도시재생
VILLIV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VILLIV NEWSLETTER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