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 마련한 업무 공간, 워케이션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휴양지에 마련한 업무 공간, 워케이션
코코넛 스페이스, 선앤코, 해커파라다이스 외

Text | Anna Gye
Photos | Coconat Space, Sun And Co, Hackerparadise

휴가를 즐기며 일을 해야 한다면 억울하겠지만 일하면서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어떨까? 원격 근무 시스템에 익숙해진 회사들은 집이 아닌 휴가지에서 긴장을 풀고 일하는 것이 생산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며 또 다른 삶을 넘볼 수 있는 워케이션을 위한 장소가 늘어나고 있다.

(위 사진 모두) 독일 베를린의 코코넛 스페이스

독일 베를린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한적한 시골 마을 클라인글린Klein-Glien. 약 80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동네에 노트북을 무릎 위에 놓고 일하는 외지인이 가득하다. 풀밭 위나 텐트 등 야외에 뿔뿔이 흩어져 자유롭게 일한다. 독일 베를린에서 코코넛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줄리안 베커Julianne Becker는 자연이 주는 고요와 여유, 사람 간의 온기 속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탄생한다는 생각으로 워케이션 리트릿workation retreat을 표방하는 장소를 만들었다.

“연구에 따르면 90% 사람들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분위기에서 일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해요. 이곳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요.”
- 줄리안 베커, 코코넛 스페이스 운영자 -

마사지, 요가, 사우나, 수영, 하이킹, 사이클링 등 휴식과 충전을 위한 여가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이곳의 핵심은 ‘일과 휴식의 균형’이다. 여가 시설만큼 비즈니스를 위한 시설을 자랑하는데 영화감독이나 아티스트, 작가 등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뿐 아니라 규칙적으로 일하는 일반 회사원을 위해 독립 사무실, 공용 회의실, 전화 화상 업무 공간 등을 제공한다. 주변에서 구한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하루 세 끼 제공하고 펍은 24시간 오픈한다.

 

“사람들은 실내보다 숲속에서 일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시골 특유의 꾸미지 않은 자연과 무심한 데에서 오는 여유가 넘치는 분위기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려 하죠. 숲 전체에 와이파이 시설을 갖추고 숲길마다 군데군데 해먹, 벤치, 그네 등을 설치해놓아 어디서든 ‘나만의 사무실’을 만들 수 있어요.” 줄리안 베커는 이곳에 머물고 싶다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혼밥 금지’예요. 끼니때마다 20명이 앉는 대형 테이블이 실내 또는 야외에 펼쳐지죠.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우연한 대화가 일과 삶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어요. 벽난로 앞에서, 도서관에서, 집 뒤뜰에서 함께 요리하고 와인을 즐기는 번개 이벤트가 핵심이죠.” 그녀는 여성 리더를 만나고, 회사를 창업하고, 디지털 툴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커리어 중심의 이벤트를 직접 진행한다. 여행자로 왔다가 창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함께 일하게 될 파트너를 만나기도 한다.

(위 사진 모두) 스페인 하베아의 선앤코

선앤코는 휴가지 풍경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스페인 지중해 마을 하베아Javea의 19세기 주택을 개조한 워케이션 장소. 혼자 오는 투숙객도 많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회사 멤버나 가족 단위로 장기 숙박하며 워케이션을 즐기는 경우가 증가했다. 선앤코 PR 담당자 실비아는 더욱 스마트하게,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막상 집에서 일하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오히려 일을 더 오래 하게 됩니다. 이곳의 원칙은 하루 7시간만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입니다. 기존 방식은 원격 근무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하루를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으로 나누기보다 채움과 비움의 시간을 촘촘하게 배열하는 식으로 7시간을 채우는 것이죠.”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회의하고 스쿠버다이빙하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등 규칙적이지만 매일 다른 스케줄이 이어진다. 구글, 스카이스캐너, 지멘스 등 여러 대기업도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위워크 오피스 대신 이곳에 짐을 풀도록 했다. 원격 근무 시스템은 회사가 개개인의 업무량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딴짓하는 직원이나 업무 기여도는 낮은데 월급은 많이 가져가는 임원급 인사는 살아남기 힘들다. 조직은 점점 수평화되고 능력보다 효율성이 우선시된다. 회사는 집이 아닌 휴가지에서 긴장을 풀고 일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 소속원은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냄으로써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막상 집에서 일하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오히려 일을 더 오래 하게 됩니다. 이곳의 원칙은 하루 7시간만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입니다.”
- 실비아, 선앤코 PR 담당 -

남미 코스타리카 지역에서 워케이션 장소를 운영하던 해커파라다이스는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소에서 20~30일 기간으로 구성된, 일과 여행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에이전시로 탈바꿈했다.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시설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적극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 마케팅 담당자 미케일라 머레이의 설명이다. 해커파라다이스는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900명 이상 디지털 유목민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참여자의 커리어와 삶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낯선 여행 경험을 통해 예전과는 다른 삶을 꿈꿔보라고 말한다.

 

비즈니스와 여행 분야에서 워케이션이 화두가 된 것은 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원격 시스템으로 회사와 24시간 연결된 채 집 안에 머물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일이 나에게 적합한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봉착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과중한 업무보다는 자신의 삶, 여가와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 직종을 선호한다.

 

구글과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혁신 워크숍을 이끄는 프로그램 개발자 알베르토 사보이아Alberto Savoia는 “코로나19 시대가 창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어느 때보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점 깊숙이 다가오는 비대면 시대에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마주해야 할까? 미래를 위한 커리어는 무엇인지 워케이션을 누리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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