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이 사라진다면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부엌이 사라진다면
리폼 외

Text | Anna Gye
Photos | Reform

앞으로 부엌은 필수가 아니라 취향이 될 것이다. 하나의 가구가 준비, 조리, 세척 기능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면 남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또 부엌 가구가 거실 또는 서재 가구가 될 수 있다면 모든 공간은 단순한 방으로 남는다. 주방에 미학, 기능, 정서를 삽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덴마크 주방 디자인 가구 브랜드가 있다.

덴마크 건축 집단 그룹 비야르케 잉엘스 그룹Bjarke Ingels Group에서 일했던 건축가 미카엘 아네르센Michael Andersen과 디자인 회사 마케팅 디렉터로 일했던 예페 크리스텐센Jeppe Christensen.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로 아파트 부엌에 대해 불평했다.

왜 부엌 가구는 벽에 기댄 채 집 안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까?

아네르센은 홈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커다란 집으로 이사했는데 주방이 생각보다 좁고 불편했고, 반대로 크리스텐센은 대부분 외식을 하는 편이라 주방이 쓸데없이 넓고 어두웠다.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공통적인 의문이 들었다. ‘왜 부엌 가구는 한결같이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구조일까?’ ‘왜 부엌 가구는 벽에 기댄 채 집 안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까?’ ‘부엌을 새롭게 바꾸는 일은 다른 공간을 바꾸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들까?’ 두 사람은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업체를 만들기로 했다. 2014년 론칭한 덴마크 주방 디자인 가구 브랜드 리폼Reform은 부엌 가구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주방의 역할과 의미를 이야기하는 회사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부엌 공간이 간절해졌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반조리 식품이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메뉴를 찾고,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는 조리 기기를 구입하기 시작했죠. 이로써 부엌 가구 또한 준비, 조리 영역이 짧아지고 일주일에 한 번 한꺼번에 구입한 식품을 저장할 수납공간이 필요해졌어요. 전기 배선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문제고요.” 아네르센은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생활 패턴에 따라 한정된 집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때 부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엌 가구를 새롭게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자투리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이제 부엌은 필수가 아니라 취향입니다. 주방에 필요한 요소는 소통, 휴식, 아름다움, 친환경이고 기능은 사용자의 습관에 따른 선택지로 남겨둬야 하죠.” 주방이 취향이 되었다는 말은 부엌 가구 또한 기능만큼 미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오픈 키친’이라는 이름 아래 아일랜드 조리대를 중심에 놓고 투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디자인했지만, 리폼이 추구하는 디자인은 미니멀 디자인을 기본으로 기능과 목적을 감추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다. 가구 외관만큼 서랍 내부에 힘을 주고, 기능보다 소통에 집중하는 구조. 그는 이를 ‘불완전한 주방’이라 부른다. “그릇 대신 책, 옷, 가방을 넣을 수 있도록 내부를 자유자재로 열어두면 부엌 가구는 거실, 방, 서재 등과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되죠. 멋진 소파를 고르는 것처럼 부엌 가구를 선택하고 디자인과 아트 요소를 마음껏 삽입해도 해요.”

 

리폼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출발했지만 북유럽 디자인을 언급하지 않는다. 한 가지 스타일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핵심.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 비야르케 잉엘스 그룹 등 기능과 미학을 모두 잘 이해하는 유명 건축가와 협업해 라인을 생산한다. 놈 아키텍츠의 프로파일 라인 중에는 벽과 가구 컬러를 비슷하게 맞추고 수납장처럼 배치해 마치 부엌이 벽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만든 제품도 있다.

베이시스 라인은 1960년대 스칸디나비아 주방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제품으로 원형의 구멍 손잡이 디자인이 특징이다. 지름 4.3cm, 깊이 1.5cm의 구멍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장 편안하게 손가락을 넣어 편리하게 서랍을 열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다. 비야르케 잉엘스 그룹의 스트랩 라인은 좌석 벨트를 재활용해 만든 고리형 손잡이를 달았는데, 분리해 세척할 수 있다. 각 라인마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은 다양하지만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두께, 질감, 소재가 따로 있다.

 

디자인이 결정된 후 제품 제작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6~8주 정도. 유럽 외 지역은 4주 정도 배송 기간이 늘어난다. “가족 모두 요리를 좋아하고 홈 파티를 자주 해 물러 판 제베렌Muller Van Severen의 매치 라인을 거실 중앙에 두었어요. 가족이 좋아하는 컬러로 고르고 평균 사이즈보다 크게 만들어 거실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어요.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부엌 공간이 제 일터가 되었어요.” 주방을 거실 중심에 두거나 거실 벽을 따라 길게 이어지도록 수납장처럼 만들고 눈앞에 커다란 창을 내는 것도 혁신적인 방법. 아파트의 부엌 공간 또한 점점 달라지고 있다.

부엌 교체 작업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비용이다. 부엌 가구는 가구를 해체하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제작한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작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퍼즐 맞추듯 리폼과 이케아 제품을 혼용하는 것입니다. 리폼의 모든 제품은 이케아 모듈 라인과 규격이 같아요. 예산과 취향에 따라 원하는 부분만 교체할 수 있죠. 기존 주방 가구를 없애지 않고 살짝 변형시키는 것도 가능하고요.”

(왼쪽부터) Michael Andersen und Jeppe Christensen

아네르센은 이런 상상도 더한다. “부엌이 집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오면 어떨까요? 1인 가구가 사는 아파트의 경우 옥상에 멋진 공유 주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그리운 것이 사람 간의 접촉이니 가족처럼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죠. 옥상 한쪽에는 텃밭을 만들어 로즈메리, 케일 등을 키우면서 바로 요리에 활용할 수도 있고요.” 좁고 어두운 공간, 가스버너 열기와 싸우며 음식을 만드는 노동의 공간, 음식 냄새가 나는 소외된 공간, 기능과 효율을 위한 시스템 구조로 채워진 답답한 공간, 주부 전용 공간이라 여기던 부엌은 사라지고 있다.



Related Posts

아마추어 서울 공동 대표 유혜인, 조예진
다양성도시큐레이션
그래픽 디자이너 김신정
가드닝홈데코
아르마니 까사
라이프스타일홈데코
VILLIV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VILLIV NEWSLETTER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