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생각하는 미래의 착한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지구를 생각하는 미래의 착한 집
에너지 세이빙 하우스

Text | Nari Park
Photos | Michael Lassman, Ryan Ng & Murray Fredericks

기후변화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주거 공간의 본질적 틀을 바꾸고 있다. 2025년부터 국내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해 제로 에너지 빌딩 설계가 의무화되면서 에너지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삶 깊숙이 들어올 미래와 마주하게 되었다. 에너지 세이빙 하우스는 태양열 에너지 같은 고전적 방식에서, 이제 수로를 내고 텃밭을 가꾸는 등의 라이프스타일로 진화 중이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집을 짓는 시대가 있었을까.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주거 건축 분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여름 미국 CNN의 분석은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담은 독립된 집을 짓는 것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그 열기와 함께 ‘에너지 세이빙 하우스’가 미래 건축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에너지 절감 방식인 태양열 패널 설치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1610만 명의 미국인이 태양에너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조달하는데, 연방 정부가 태양 전지판을 설치한 경우 26%의 세금 공제 혜택을 주면서 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축 전문 온라인 미디어 ‘컨스트럭션 리뷰Construction Review’에 따르면 “2021년 건축 분야 최대 이슈는 탄소 배출과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집’이다. 친환경 주택은 집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시세보다 3.46%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고 분석했다.

“약 100년 전 르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 말했죠. 앞으로 100년간 집은 아마도 ‘생명을 지탱하기 위한 기계’여야 하지 않을까요.”
- 씨플러스씨 아키텍처럴 워크숍 -

1990년대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시행한 에너지 절감 건축 방식이 국내에서도 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30년까지 공공 및 민간 부문 신축 건물 모두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에너지는 더 이상 건축가만의 고민이 아니게 되었다. 한 가족의 역사가 응집되는 집이라는 건축물을 짓는 모두가 ‘어떻게 하면 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라이프스타일과 공간을 꾀할 수 있을까’라는 머지않은 미래의 숙제와 마주하게 된 셈이다.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씨플러스씨 아키텍처럴 워크숍CplusC Architectural Workshop은 에너지를 절감하는 다양한 건축 방식을 주도해온 대표적인 건축 회사다. 2005년 설립 이래 태양열 시스템을 활용한 설계 방식부터 자연 친화적 소재를 사용한 다양한 그린 하우스를 통해 미래 하우스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왔다. 이들은 거주자의 생활 방식과 에너지 절감 기술을 완벽하게 연결한 주택으로 시드니 외곽에 자리한 아쿠아 파마 솔라 퍼머Aqua Perma Solar Firma를 꼽는다.

 

목재와 벽돌을 활용해 지은 이 주택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치 작은 동물 농장처럼 꾸민 실내 정원이다. 가드닝을 즐기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벽면에 선반을 달아 상추와 각종 허브 재배가 가능하도록 했고, 정원 천장은 태양열 흡수 유리로 마감해 대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확보한 3kW 전력은 부부의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는 데 사용한다. 텃밭 한쪽에서는 양계장처럼 닭을 풀어 키우고, 빗물을 걸러내 채소 재배에 사용한다. 2층으로 오르는 나선형 계단 안쪽 같은 숨어 있는 공간에도 작은 화단을 만들어 그린 하우스를 완성했다.

최근 완공한 ‘정글 하우스Jungle House’는 에너지 세이빙 하우스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건축가 클린턴 콜Clinton Cole 부부가 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설계한 2층짜리 주택으로 태양열 시스템과 빗물 지하 탱크 시설은 기본이다. 옥상 야외 텃밭은 물론, 집 안에 아쿠아 포닉스 시스템을 갖춘 수로를 내어 물고기도 키운다. 지난 호주 산불 발생 당시 호숫가에 재가 쌓이면서 수많은 어류가 사라졌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정 내 식용 가능한 물고기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외벽에 몇 개의 크고 작은 여닫이 문을 내어 낮동안 실내 깊숙이 빛을 들인 뒤, 밤에는 실내온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태양열 유리로 설계한 특수 블라인드를 창문마다 설치하고, 빗물받이 처마를 고안해 자연스레 식물에 물을 주도록 설계했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부부는 거실 천장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타고 옥상 가든에 올라가 매일 식탁에 올릴 채소와 과일을 수확한다. 최근에는 벌집을 설치해 1년 뒤 맛볼 달콤한 꿀을 기다리고, 세 아이들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수로를 내려다보며 동심을 키운다.

학창 시절부터 30여 년간 매일같이 이 동네를 지나치며 이곳에 집을 짓기를 소망했다는 클린턴 콜은 지속 가능한 집을 짓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옳다’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이 집을 짓기까지 2년이 걸렸고 예산이 초과됐지만, 여기서 생활하면서 얻는 정서적 안정감, 라이프스타일의 가치가 훨씬 크다. 소비된 것은 에너지를 절감하며 생활하는 과정에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세이빙 하우스, 패시브 하우스, 지속 가능한 집. 용어는 각기 다르지만 지향하는 바는 하나일 것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줄이는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건축물’을 짓자는 것. 씨플러스씨 아키텍처럴 워크숍의 다양한 프로젝트는 환경을 염두에 둔, 이를테면 제로웨이스트와 같은 삶의 방식이 훌륭한 건축 시스템과 만났을 때 더욱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집이란 기후, 자연, 풍경, 음식, 쓰레기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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