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다르게 보여주는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서울을 다르게 보여주는 집
낙산 발코니

Text | Kakyung Baek
Photos | Naksan Balcony

코로나19 이후 여행은 어떻게 변할까? ‘지속 가능한 여행’이라 하면 혼자, 붐비지 않는 익숙한 장소로 떠나는 것 아닐까?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던 서울, 그 이면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낙산 발코니를 소개한다. 발코니에서 한참 동안 햇빛을 받아도 좋고 너른 옥상에 요가 매트를 깔기에도 제격이다. 숙소에만 머물러도 좋을 한적한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지금 혼자 있지 않으면 영원히 혼자가 될지 모릅니다.” 서울 지하철 역사에 붙어 있는 공익광고 문구다. 코로나19 시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이유를 섬뜩하리만큼 잘 표현했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 가지 않고 가급적 여러 명과 약속을 잡지 않는 것, 이런 사소한 규칙이 가져온 변화는 너무 크다. 그중에서 여행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크게는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졌고, 국내 여행을 하더라도 안전한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외출하지 않고 실내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온라인 여행 정보 기업 부킹홀딩스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8개국 2만여 명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7%가 ‘7개월에서 12개월 안에 국내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고 53%의 응답자가 ‘향후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국내 여행 관련 응답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50%의 사람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전에 가본 적 있는 익숙한 여행지’를 선택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덧붙여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여행을 위해 숙소를 공들여 찾기 시작했다. 위생과 안전 상태뿐만 아니라 외출하지 않고 실내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도시에서도 어디에서 지내는지, 무엇을 보는지에 따라 그 동네가 완전히 다른 장소가 되기도 한다. 국내의 여러 곳 중에서도 서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이 아닌 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숙소를 한 곳 소개한다. 여러 명보다 혼자,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면 마음에 들 만한 요소가 많다.

낙산 발코니는 서울의 낙산공원 정상 가까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언덕을 따라 올라간 수고만큼 멋진 장관으로 보답하는 곳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루다와 뮤지션 클레몽은 오래된 주택을 직접 리모델링해 자신들의 집을 겸한 게스트하우스로 낙산 발코니를 만들었다. 이들은 상하이에서 이방인으로 만나 국제 커플이 됐고 4년 전 함께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오랜 시간 상하이와 한국을 오가며 여러 집을 보아도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했다. 획일화된 아파트가 아닌 그들을 꼭 닮은 개성 있는 주택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마지막으로 방문한 종로 창신동에서 운명처럼 이 집을 만났다. 그들은 옥상에 올라 서울 전경을 내려다보고는 바로 ‘이 집이다!’ 하고 확신했다. 집 크기가 꽤 넓었으며 옥상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아름다운 서울 모습, 교통과 상권도 서울의 중심지답게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 이들에게 높은 언덕길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치 첫눈에 누군가에게 반한 것처럼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획일화된 아파트가 아닌 그들을 꼭 닮은
개성 있는 주택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클레몽과 이루다는 직접 이 오래된 주택을 고치는 데 굉장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붉은 벽돌의 외관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낙산 발코니가 골목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그들만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더라도 혼자서만 불거진다면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조화를 깨뜨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반면 낙산 발코니의 3개의 룸 문을 열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지점이 낙산 발코니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오래 지낸 그들에게 특히 인연이 있는 도시인 로카마두르, 상하이, 파리를 모티브로 3개의 룸 이름을 지었다. 각각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사소한 소품, 가구 등을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직접 만들었다. 또 낙산 발코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방에 발코니를 두어 여유롭게 햇빛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옥상의 너른 공간은 몇몇 손님이 요가를 하거나 명상을 하는 용도로 쓰인다. 리모델링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은 단열이다. 게스트 룸 바로 아래층에 그들 부부가 살기 때문에 오래 살 집을 짓는 마음으로 오래된 주택을 보수해나갔다.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클레몽은 자신만의 감식안으로 선정한 레코드들을 게스트 룸에 두었다. 이곳에 묵으며 LP 플레이어로 멋진 곡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집의 큰 매력이다. 오래전부터 종로 지역은 신평화시장, 동평화시장, 동묘구제시장, 꽃시장, 방산시장 등 온갖 물건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부부는 이러한 지역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구제 시장에서 멋진 빈티지 가구를 골라 오기도 하고, 직접 원단을 떼 와서 집 안의 다양한 패브릭 소품을 만들기도 했다. 창신동은 오래전부터 의류를 만드는 공장이 많았던 곳으로 이루다는 이곳에 살면서 바느질을 배웠다. 이루다와 클레몽은 의자와 소파, 작은 소품까지 방에 더 어울리는 물건으로 계속해서 낙산 발코니를 진화시키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낙산 발코니의 대문 밖을 나와 조금만 올라가면 야경이 멋진 낙산공원의 산책길을 즐길 수 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닿게 되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기도 좋다. 반대로 동대문역이나 동묘앞역이 있는 대로변으로 내려가다 보면 이 동네에 오래 살았다는 아티스트 백남준의 오래된 작품과 옛 서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기념관도 있다.

 

당신이 서울의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낙산 발코니에서 며칠을 지내고 나면 서울이 달리 보일 것이다. 고즈넉한 풍경을 보며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일상을 환기하고 싶다면 낙산 발코니 문을 두드려보자. 코로나19라는 심란한 상황 속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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