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로 만든 지구와 나를 위한 집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컨테이너로 만든 지구와 나를 위한 집
컨테이너 협소 주택 '가이아'

Text | Kay B.
Photos | Jakub Zdechovan for pin-up house

핀업 하우스가 집에 대한 상상력을 넓혀주는 새로운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땅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가이아’는 버려진 컨테이너를 주재료로 한다. 가이아에서는 전기, 열, 물 등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구에 더 이상 해를 끼치지 않고 공존하는 방식, 나아가 지속 가능한 집의 모습에 대한 숙고가 담겨 있다.

최근 영화 <노매드랜드>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전 세계 영화인들을 매료시킨 이 작품은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이 2008년 경제 위기가 닥치고 붕괴한 도시를 떠나 밴을 타고 다니며 살아가는 노매드nomad적 삶을 다룬 내용이다. 그가 지향하는 노매드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방랑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그는 어딘가에 정주하며 살았다면 평생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을 사람들을 길 위에서 만난다.

 

차 안에는 웬만한 물건은 다 갖춰져 있다. 간이 화장실도 있고 식기구, 식탁도 있으며 취미 활동을 위한 캠핑 체어, 플루트까지 있다. 펀은 작고 볼품없는 밴에 ‘뱅가드Vanguard(선구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주변 사람들은 펀을 걱정하며 집에 정착해 살길 바란다. 하지만 펀은 노매드를 고수하면서 뱅가드는 그냥 밴이 아니라 ‘내 집’이라고 말한다. 노매드적 삶이 정주한 삶보다 더 좋은지 아닌지 우열을 가리기보다, 이 영화는 사람들에겐 각자가 추구하는 집 모양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더 나아가서는 좀 다르게 살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속삭인다.

최근 핀업 하우스Pin-up House가 디자인한 가이아Gaia도 다른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집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땅의 여신의 이름인 가이아처럼 이 작은 집은 대지에 녹아들어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가이아를 디자인한 조슈아 우드맨Joshua Woodsman은 “지구는 점점 더 해결하기 어렵고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대안적 형태의 집을 찾는 일이 절실하다”며 가이아를 짓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핀업 하우스는 협소 주택을 전문으로 디자인하는 실험적인 건축 스튜디오다. 이들은 집 안에 친환경적인 기술을 녹여내며 개인이 직접 집을 짓고 사용할 수 있는 DIY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는 점점 더 어렵고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대안적 형태의
집을 찾는 일이 절실하다."
- 조슈아 우드맨, 가이아 디자이너 -

가이아는 버려진 선적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만든다. 파란색 컨테이너 집에선 모든 에너지가 자급자족 형태로 순환한다. 이른바 ‘오프 더 그리드Off the Grid(상하수도, 전기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하우스’라는 별칭도 있다. 가이아 맨 꼭대기에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과 풍력 터빈은 하루 종일, 사계절 내내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다. 배터리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충전되었는지, 얼마나 많이 썼는지는 연동된 모바일 앱을 통해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지붕 아래 달린 물탱크는 수시로 빗물을 모아 정화한 후 화장실과 부엌으로 분배한다.

핀업 하우스는 정해진 컨테이너 면적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간 구획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부엌과 생활 공간을 분리하는 벽에는 콤팩트한 수납공간을 가능한 한 많이 넣었다. 생활 공간 중앙에는 접이식 테이블과 난방을 위해 장작을 땔 수 있는 작은 스토브도 갖추었다. 침대 역시 접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소파로 쓸 수 있다.

 

가이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아웃도어용으로 제작한 널찍한 나무 데크다. 어디든 마음에 드는 장소에 가이아를 조립해놓고 이 발코니에 앉아 여유롭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이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통 대자연 한가운데 있도록 만들어준다. 저녁에는 데크를 컨테이너 쪽으로 들어 올리면 커다란 창을 닫는 문으로 변신한다. 가이아에는 어떤 가구나 집기도 둘 이상의 기능을 한다. 꼭 필요한 것만 구비하고 자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이아는 아늑하고 멋진 보금자리가 되어줄 것이다.

6년 240일. 전 세계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탄소 예산carborn budget을 소진하기까지 남은 시간이다. 기후 위기 시계는 과학자와 기후 활동가, 아티스트가 모여 만든 프로젝트다. 탄소 예산은 지구 온도가 1.5℃ 상승하는 것을 막으면서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뜻한다. 다시 말해 시간이 별로 없다. 빠르게 무너뜨리고 새롭게 짓는 공동주택, 치솟는 부동산 가격, 낭비되고 오용되어 지구를 오염시키는 문제들. 이 속에서 우리는 삶의 방식과 집의 모습을 규정짓지 않는 보다 더 자유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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