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로 변신한 뉴욕 아파트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갤러리로 변신한 뉴욕 아파트
뉴욕 웨스트빌리지 아파트

Text | Nari Park
Photos | Sean Davidson

사람들은 주변에 구애받지 않는 보다 사적인 공간을 찾아 눈을 돌리고 있다. 건축가 올리비에 가체는 공공 공간에서 전시를 열 수 없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뉴욕 웨스트빌리지에 자리한 자신의 원베드룸 아파트를 쇼룸으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지역 아티스트를 모으는 구심점으로서 그는 집의 새로운 역할에 주목했다.

‘피에르 요바노비치Pierre Yovanovich’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올리비에 가체Olivier Garce와 클리오 디모프스키Clio Dimofski가 운영하는 건축 & 인테리어 회사다. 몇 년간 뉴욕에서 쇼룸을 운영하다가 급작스레 닥친 팬데믹으로 이들도 여느 디자이너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고민 끝에 뉴욕 웨스트빌리지의 원베드룸 아파트에 쇼룸을 꾸미기로 결심했다. 지난 3월 선보인 ‘팬데믹 록다운 프로젝트Pandemic Lockdown Project’는 그렇게 시작됐다.

원베드룸 아파트 특유의 아늑함, 뉴욕 아파트의 특징인 높은 층고, 통창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은 작품이 자연스레 공간에 스미도록 하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어준다. 벽돌을 켜켜이 쌓아 올려 만든 흰 벽면, 낡고 닳은 나무 바닥의 빈티지한 텍스처는 획일적이고 미끈한 일반 아파트와는 구조적인 차이를 보인다. 해가 하루 종일 깊고 강하게 드리우는 루프톱 같은 뉴욕의 아파트는 생활 속에서 쓰임이 깃들 때 완벽해지는 공예품을 전시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라 할 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작품을 취합한 방식이다. 큐레이션 방식에도 전례없는 실험을 적용했다. 각자가 선별한 디자이너 가구와 작품을 공간에 놓고 떠나면 다음 사람이 그 공간에 작품을 진열하는 식이다. 아파트 구석구석의 코너와 자투리 공간은 공예품을 소개하기 최적의 공간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아티스트 이언 펠턴Ian Felton의 도자 오브제. 콜럼버스 이전 문명에서 영감을 얻은 오브제 가구들이 아파트 거실 한가운데에서 이국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다양한 유약을 활용해 산호색에서 붉은 용암빛까지 신비한 색감을 선보이는 라운드 테이블은 뉴욕의 아파트를 이국적인 공간으로 환기시킨다.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디자인 신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다양한 작업이 어려워졌다. 갤러리 전시와 오프닝 쇼, 새로운 작업에 관한 사교 모임이 사라졌다. 누군가 살고 있는 공간 안에서 작업을 선보이는 ‘팬데믹 록다운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언 펠턴이 <커브드> 매거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올리비에 가체와 클리오 디모프스키는 사진작가 숀 데이비드슨Sean Davidson을 포함해 디자이너, 갤러리스트 그룹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를 디자인 쇼케이스 공간으로 바꾸었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주목적은 작업 활동을 하는 지인들을 모아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었지만, 생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컬렉션을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고 소회한다. 뉴욕의 오래된 원베드룸 아파트에서 거실 벽난로는 디자인 가구와 오브제를 진열하기 최적의 자리라 할 만하다.

“집은 절충과 단순함이 결집한 공간이다.
한 사람의 온전한 취향이 응축되기 때문이다.”

유약을 바른 용암 성분의 라바스톤으로 제작한 이언 펠턴의 의자와 원형 커피 테이블, 조지 나카시마에게 영감을 준 스웨덴 디자이너 악셀 에이나르 요르트Axel Einar Hjorth의 흔들의자, 벽난로 상부 선반의 다다시 가와마타의 오브제 작품이 한 편의 미니멀리즘 추상화처럼 공간을 빛낸다. 연둣빛으로 채색한 접이식 대나무 병풍을 모던하게 풀어낸 ‘그린 리버 프로젝트Green River Project’의 가림막, 구겨진 비닐을 씌운 듯 위트 넘치는 조명등이 인상적인 김민재 작가의 플로어 램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목 상자 위에 건초를 쌓아 새 둥지 같은 스툴을 완성한 이언 펠턴의 작품은 아파트 공간에 전원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앞으로 놓인 로낭 부룰레크Ronan Bouroullec의 그림, 목욕 가운을 입은 여성을 그린 장필리프 델롬Jean-Philippe Delhomme의 작품은 모두 바닥에 진열했다. 그야말로 갤러리처럼 벽에 걸고 인위적인 조명을 달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빛나는 전시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 어딘가에 앉아 보내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작품을 감상하는 시선을 낮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뉴욕 웨스트빌리지 아파트를 아트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에 힘입어 이들은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아파트를 구매했다. 이번에는 도자기, 목재 및 직물 등 포르투갈의 다양한 공예품을 모아 소개할 예정이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이 갖는 특유의 편안함, 그 공간에 사는 누군가의 고유한 내러티브는 이렇듯 예술과 만나 그 쓰임과 미적 측면을 활성화한다. 디자이너 올리비에 가체는 말한다. “집은 절충과 단순함이 결집한 공간이다. 한 사람의 온전한 취향이 제한된 공간 속에 응축되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과 디자인 가구의 균형을 맞춰 집 안에 들이면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스칸디나비아 가구는 항상 옳은 선택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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