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 가는 게 아닌 경험을 잇는 공간으로의 호텔 | 신세계 빌리브
Sunday, June 13, 2021
새로움에 살다, 빌리브

머물다 가는 게 아닌 경험을 잇는 공간으로의 호텔
인테리어 디자이너 라사로 로사 비올란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s | Lázaro Rosa-Violán Studio, 조선호텔앤리조트

모든 유기체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만약 호텔을 일종의 유기체로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으로 움직이며 변화할까. 2002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디자이너 라사로 로사 비올란의 손길을 거친 그래비티 서울 판교를 통해 한발 더 나아가는 호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라사로 로사 비올란Lázaro Rosa-Violán은 200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디자인 스튜디오 LSV를 설립해 세계 각국에서 유수의 호텔, 레스토랑, 매장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새로움과 친숙함을 아우른 독특한 경험을 선사해왔다. 2020년 12월 문을 연 그래비티 서울 판교를 통해 지금까지 친숙하게 접해온 호텔에 새로움을 더해 머물다 가는 곳 이상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ONLY YOU BARQUILLO / ©LRV Studio
ONLY YOU BARQUILLO / ©LRV Studio

호텔은 더 이상 ‘머무는 장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특히 작년부터 계속되는 팬데믹으로 인해 능동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고요. 앞으로 호텔이란 어떤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보나요?

호텔은 더 이상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닙니다.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흥미와 경험을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장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객 역시 호텔을 고를 때 호텔 브랜드의 가치와 연결 고리를 찾으려 하고요. 머무는 동안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팬데믹으로 인해 가속화합니다. 따라서 호텔 투숙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의 원천이 될 필요가 있겠죠.

“호텔은 더 이상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닙니다.
흥미와 경험을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장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라사로 로사 비올란은 바르셀로나에 문을 연 레스토랑 엘 나티오날El National, 마드리드에 자리 잡은 호텔 온리 유Only You 등 스페인 국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각 프로젝트에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개성을 불어넣어 차별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디자인하는 차원을 넘어 ‘총체론적’ 디자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기에 여행, 예술, 책 등 다양한 것에서 영감을 얻고, 스튜디오 내 그래픽 디자인 팀 및 건축 팀과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해 작업한다. 그렇다면 결이 다른 아이덴티티와 개성을 가진 브랜드와 함께 일할 때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해 결과물을 창출할까.

 

 

호텔과 레스토랑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독특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전 작업과 비교해 그래비티 서울 판교는 성격이 꽤 달라 보이는데요.

그래비티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여는 호텔이다 보니 호텔 측과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함께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래비티의 콘셉트를 물리적인 공간에서 구체화하는 시도뿐 아니라 우리만의 개성과 관점을 녹여낼 기회를 얻을 수 있었죠. 이를 위해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브랜드 철학과 주변 지역의 선호도, 분위기 그리고 문화와의 접점까지 찾아낼 일종의 프리즘 같은 것이 필요했죠. 호텔 브랜드가 선사할 수 있는 것과 고객의 기대치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El Nacional restaurant / ©LRV Studio

‘프리즘’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네요. 그래비티 서울 판교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어떤 프리즘을 찾아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미학적으로는 호텔 이름이자 중력을 의미하는 그래비티gravity와 대비되는 ‘부상levitation’ 혹은 ‘부양levitation’을 중심축으로 삼았습니다. 심플하되 곳곳에서 힘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구체화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집을 떠나 잠시 머물며 쉬는 호텔과 레스토랑·바 등 사교와 여가를 위해 찾는 장소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도 무게를 많이 실었습니다. 로비를 예로 들 수 있어요. 다른 호텔과 달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리셉션 대신 바와 레스토랑을 비롯한 여러 선택지가 눈앞에 놓입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무언가 재미난 일이 일어나는 장소’로 재해석함으로써 투숙객뿐 아니라 잠깐씩 드나드는 방문객에게도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다양하게 갖추고자 했죠.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셈인 것입니다.

그래비티 서울 판교 그래비티 스위트 다이닝 / ©조선호텔앤리조트
그래비티 서울 판교 호무랑 / ©조선호텔앤리조트
그래비티 서울 판교 로비 / ©조선호텔앤리조트

허브로서 여러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그래비티 서울 판교만의 매력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봅니다. 디자인적으로는 어떤 매력적인 요소가 있을까요?

디자인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예술이라는 요소는 제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재료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비티 서울 판교의 경우 3D 벽화를 레스토랑에 설치해 개성과 독창성을 더하고 그래비티 브랜드 콘셉트에 부합하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곳곳에 기술을 디자인 요소로 끌어들였습니다. 주변 환경과의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하는 판교의 특성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텔의 엘리베이터 홀에 디지털 그래픽 벽화를 설치해 각 층이 연결되어 보이도록 하면서 중력과 부상의 대비 효과도 시각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디자인 콘셉트와 상호 보완되고 호텔에 개성과 모던함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비티 서울 판교 수영장 / ©조선호텔앤리조트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 바라면서 그래비티 서울 판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간을 조성했나요?

각자의 목표에 부합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허브 역할을 할 유연성 있는 공동 공간을 조성했고, 객실은 기존의 공간 배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다양한 요소를 분절하거나 분리해 재구성했습니다. 옷장 대신 오픈 클로짓을 배치한 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아주 잠깐 머물며 짐을 다 풀지 않고 가방에서 필요한 물건을 바로 꺼내 쓰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가방을 열어둔 채 옷장에 놓아두고 필요한 물건을 편하게 꺼내 쓸 수 있도록 했어요. 아울러 욕실과 화장실을 분리해 두 사람 이상이 머무를 때 서로 동선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도록 했고요.

그래비티 서울 판교 그래비티 스위트 욕실 / ©조선호텔앤리조트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역동적인 에너지와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과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새로운 장소에 방문하거나 새로운 음식을 맛볼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가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설렘과 새로움을 그래비티 서울 판교를 통해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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