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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힙스터, 다양성

창문을 바라보는 호크니의 방식

데이비드 호크니의

Text | Kakyung Baek
Photos | Taschen

요즘 부쩍 창문을 자주 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봄볕을 즐겼을 테지만 집에서 종일 생활하는 요즘, 창문 밖 풍경이 어쩐지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여기,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서 매일같이 창문을 그린 화가가 있다. 그의 눈을 빌린다면 단조롭기만 한 당신의 창문도 매일 새롭게 생동할지도 모를 일이다.







집에서 창문이 지닌 의미는 제법 광범위하다. 남향으로 넓게 난 창을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집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창문으로 한가득 들어오는 자연광과 바람은 훌륭한 조명과 환풍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면적 기능에서 비롯된 심리적 효과도 크다. 창문은 밖의 풍경을 응시하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기도 한다.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창문도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보면 작품의 모티브가 된다. 최근 예술 서적 전문 출판사 타셴이 출판한 <마이 윈도My Window>가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올해 84세인 영국의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가 매일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그린 창문의 풍경을 한데 모은 것이다. 그는 현존하는 예술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며 빛과 풍경, 수영장 등 통속적인 스타일을 자신만의 극히 세련된 방식으로 해석해 유명해졌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아르카 세르차’, ‘더 큰 첨벙’ 등이 있으며 팝 아트뿐만 아니라 무대연출가,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새로운 방법으로 본다는 것은 새로운 방법으로 느끼는 것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 다큐멘터리 <호크니> 중 -




데이비드 호크니는 디지털 사진 때문에 곧 사진 예술의 종말이 온다고 단언했던 작가다. 하지만 그는 당대 최신 카메라로 사진 작업을 많이 했으며 폴라로이드, 팩스, 디지털 비디오, 아이폰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났다. 최신 기술을 예술에 접목하는 그의 흥미는 2009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데까지 미쳤다. 호크니는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필요한 것은 전부 아이폰에 있다고 말하고, 특히 아이폰의 백라이트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 바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자신이 태어난 영국의 요크셔 브리들링턴에서 노년을 보내는 중이다. 그는 집 창문을 통해 매일 변하는 날씨와 계절의 흐름을 아이폰으로 기록했다. 다채로운 일출 모습과 라일락꽃이 만개한 아침부터 눈 덮인 나뭇가지가 황량한 저녁까지 총 120점의 그림을 <마이 윈도>에 담았다.










당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친구 존은 2~3일에 한 번씩 데이비드의 집에 들러 매번 다른 꽃을 선물했다고 한다. 매일 새로운 꽃을 창문 곁에 꽂아두고 호크니는 엄지를 열심히 움직여 잠깐 동안의 풍경을 기록한 것이다. 2010년 그가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나서부터 그림의 묘사가 더 세밀해지고 채색 역시 한층 복잡해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이패드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캘리포니아로 달려갔다. 아마도 그는 브리들링턴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한 가장 첫 번째 사용자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창의적인 욕망과 예술적인 열망으로 가득한 데이비드 호크니. 그의 책에 대해 <타임스>는 동시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로부터 꽃다발을 받을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 칭송하기도 했다.

“새로운 방법으로 본다는 것은 새로운 방법으로 느끼는 것이다.” 랜들 라이트 감독이 데이비드 호크니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다큐멘터리 <호크니>에서 나온 말이다. 비록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젊은 시절의 호크니가 했던 말이긴 하지만, 그는 전 생애에 걸쳐 무언가를 새롭게 느끼고 해석하려는 시도를 보이며 그 말을 증명해내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유화 도구를 내려놓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집어 든 이유 역시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헤아려도 무방할 것이다. “뭔가를 관둔다는 것은 그것을 거부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곳을 보고 싶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한 그의 말처럼 익숙한 일상에서도 새로운 도구를 찾고 이를 통해 전에 없던 방식으로 무엇이든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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