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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네트워킹, 다양성, 힙스터

취하지 않고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

스피리츠 어웨이, 보이슨 외

Text | Anna Gye
Photos | Ritual Zero Proof, Seedlip, Spirited Away, Boisson

매년 1월이면 반짝 유행하고 사라지는 금주 운동이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가 됐다. 건강과 행복을 우선시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은 술이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즐기는 노로알코올 운동이 인기를 얻고 있다. 주류업체는 알코올만 쏙 뺀 음료가 아니라 알코올 없이도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음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








코로나19불러온 예상치 못한 사건 중 하나는 주류 판매 급증이다. 외국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면서 주류 판매도 덩달아 늘어나고 혼술 문화가 확대되었다. 그러면서 팬데믹으로 음주 인구가 크게 줄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뒤집었다. 영국 음료 리서치 기업 IWSR은 세계적으로 알코올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5년까지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주류 전문가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 하나 더 있다.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 (non-alcohol)과 저도주(low-alcohol) 시장 또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이다. 매년 1월만 되면 ‘금주를 하겠다'거나 '술을 줄이겠다’ 목표를 세우는 이가 많다. 주류업계는 이를 마케팅에 이용해 ‘금주를 위한 1(Dry January)’이란 테마로 논알콜 술이나 저도주를 소개해왔. 그런데 올해는 건강과 행복을 우선시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에 따라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 이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즐기는 노로알코올 운동(NoLo-Alcohol movement)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로알코올 카테고리를 지정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100개가 넘는 신생 브랜드가 등장했을 정도다. 2022년 바카디 칵테일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세계 주류 인구 58%가 노로알코올 제품을 찾다고 한다.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화법이 달라지고 있어요. 더 이상 욕망을 제한하고 맥주를 대체하는 음료가 아닙니다. 운동 후 마시는 초콜릿 우유 한잔처럼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기분 좋게 느끼게 만드는 선택지가 되고 있어요. 무알코올 맥주 전문 브랜드 애슬레틱 브루잉Athletic Brewing 설립자 빌 슈펠트Bill Shufelt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노로알코올 운동을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일부로 해석한다.




노로알코올 운동을 헬시 플레저 트렌드의 일부로 해석한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관리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MZ세대에게 건강관리는 면역력을 기르고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일종의 자기 계발로 스스로 얼마나 만족스러운 몸과 마음 상태를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기존 세대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거나 절제하는 것을 필수로 여겼지만 이들은 즐기면서 관리하기를 원한다. 욕망을 절제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을 선호한. 건강을 챙기면서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주류업체도 이런 성향을 반영해 알코올 유무를 강조하기보다 제품 남다른 맛과 향을 강조하는 초점을 둔다. 알코올만 쏙 뺀 음료가 아니라 알코올이 없어도 그 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음료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노로알코올 업체들이 양조장을 무료로 오픈하거나 웹사이트를 통해 재료 원산지와 제조 방식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죠. 기존 주류업체들이 비법을 강조했다면 우리는 공유에 핵심을 두고 있어요.” 알코올프리 진, 위스키, 킬라 제품을 소개하는 리추얼 제로 프Ritual Zero Proof 공동 대표 데이비드 크루크David Crooch는 원산지와 제조 방식 등을 상세하게 알리는 은 물론 더욱 재미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금주를 권하는 것이 아닌, 주류 미식에 대한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려는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낸.








2019년 디아지오가 인수한 무알코올 음료 시드립Seedlip 또한 웹사이트 내 저널을 통해 무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것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시드립 재료는 약 제조에 주로 사용하는 허브로, 친환경 방식으로 채집. 음료를 주문하면 친환경 봉투에 담아 탄소 발자국을 적게 남기는 방법으로 배달. 얼마 전 펭귄 북스와 함께 100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담은 책도 출간했다. 지난 2년 사이 급속도겨난 다양한 신생 브랜드 덕분에 사람들은 취하지 않고 술을 즐기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취하지 않는 술’이 트렌드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변화 중 하나는 무알코올 전문 보틀 이 생겼다는 이다. 2020 11월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 뉴욕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 거리에 최초 무알코올 보틀 숍인 스피리티드 어웨이Spirited Away가 문을 열었다. 은행원 출신 오너 더글스 워터스Douglas Watters는 팬데믹 기간 동안 겪 경험을 통해 무알코올 전문 보틀 숍의 필요성을 알아차렸.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하다 보면 피로를 풀기 위해 술 한잔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의 진, 보드카, 위스키가 필요하다는 알게 되었어요.” 그는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무알코올 브랜드를 찾았고, 그렇게 전 세계에서 들여온 술로 더욱 흥미로운 맛과 향을 내는 칵테일 레시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주류법상 주류 전문점에서는 무알코올 제품을 판매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직접 보틀 을 오픈하기로 했다. “저는 알코올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요. 노로알코올은 술의 대체재가 아니라 기폭제가 될 수 있거든요. 알코올만 없을 뿐 술이 주는 분위기, 술로 이루어지는 관계 이어니다.



현재 뉴욕 맨튼에는 스피리티드 어웨이를 선두로 7개 이상의 무알코올 보틀 숍이 생겨났다. 보이슨Boisson은 미국 전역에 가장 빠르게 체인점을 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보험회사에서 일했던 대표 닉 보드킨Nick Bodkins ‘보틀 은 이벤트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술집에서 무알코올 음료를 주문하면 왠지 소외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보틀 이 펍 분위기를 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어떨까요?” 매장에서는 매일 테이스팅 이벤트가 열린다. 갓 론칭한 노로알코올 음료를 즐기면서 품질을 비교하고 ‘맨 정신’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한다.








노로알코올 트렌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포브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노로알코올 제품 수요가 2015년과 비교해 506%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에 술을 즐던 사람들이 제품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또 이 중 78% 사람들이 알코올이 들어간 맥주, 와인, 양주를 함께 소비했다. 사람들은 술을 줄일 계획은 없다. 대신 술을 자주 즐기지만 취하지 않고 기분 좋게 마시고자 한다. 즐기는 음주로의 선회를 위해 영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끊임없이 찾을 것이다. 영국 시인 존 카츠는 ‘술은 행복한 자에게만 달콤하다'고 했다. 건강한 삶을 원하지만 쾌락과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면, 오늘 밤 취하지 않는 술을 마셔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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