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마세요, 고쳐 입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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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마세요, 고쳐 입으세요

토스트 리뉴드

Text | Hey. P
Photos | Toast, Eileen Fisher Renew

우리는 필요한 것을 소비하고 폐기하는 데 익숙한 삶을 살아간다. 보스턴 대학교 글로벌 보건학과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이 버리는 직물만 340억 파운드에 달한다.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스트는 올이 풀리고 흠집 난 상품을 ‘세일’로 처리하는 대신 ‘보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토스트 리뉴드’ 프로그램을 통해 아티스트의 손길을 거친 제품이 하나의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탈바꿈해 신상품 못지않은 고가에 판매된다.








브랜드 의류 매장 안에 수리 전문가(repair specialist)가 상주한다는 건 꽤 솔깃한 일이다. 아끼는 캐시미어 카디건의 팔꿈치 부분이 해지거나, 고가의 티셔츠에 지우기 어려운 이염이 생겼을 경우는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흔히 집 근처 수선집을 찾지만, 디자인 전반을 고려한 전문가의 손길이라면 못 입게 된 옷에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유니크한 디자인 패턴과 높은 품질의 원단으로 유명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스트Toast는 고착화한 리사이클링 패턴에 영감을 주는 정책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2019년부터 토스트 매장 중 여섯 곳의 지점에 수리 전문가를 두었는데 지금까지 수리한 의류만 3245점에 달한다. 예상보다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올해 초 공식 온라인 몰에 ‘토스트 리뉴드Toast Renewed’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론칭해 ‘장인들이 수리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토스트 측은 이 이벤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환경을 생각하고 물건을 고를 때 좀 더 심사숙고하도록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빈티지’라는 의미 있는 이름으로 대하는 건 결국 취향과 감각,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창고에 보관 중 훼손되었거나 반품된 제품을 엄선해 수리 전문가에게 전달하면 각 직조의 손상 여부를 평가하는 정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 다음 일본식 전통 자수 기법인 사시코, 패치워크, 아플리케, 퀼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성스레 보수해 새 생명을 부여한다. 전문가의 정성 어린 손길을 거친 의류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공산품이 아닌, 세상에 단 한 점뿐인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치를 얻는다. 작은 결함으로 영원히 사장될 뻔했던 옷이 누군가에게 다시 선택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매력적인 디테일을 더하는 쪽으로 수선 방향이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직조와 섬유 등 다양한 원단의 특징과 디자인 패턴을 깊이 있게 전공한 노련한 아티스트들이다. 노팅힐 매장에서 근무하는 마리아 테닌지안Maria Teninzhiyan의 경우 모스코바 텍스타일 주립 대학교에서 패션 디자인,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여성복을 전공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고객을 위해 수리하고 오랫동안 옷장 안에만 있던 것을 복원하는 일이 정말 좋다. 고치고 아름답게 만드는 행위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에든버러 토스트 매장에서 복원사로 근무하는 에밀리 메이 마틴Emily Mae Martin 또한 섬유 석사 학위를 지닌 수리 전문가다. “예전부터 지속 가능한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내 역할이 윤리적으로나 공예적으로 적합하다는 데 매력을 느낀다.” 그녀에게 크로스 형태의 미세한 스티치를 반복적으로 새겨 하나의 군락을 이루는 사시코 바느질은 일종의 수양이자 명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수리한 제품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해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사시코 바느질 디테일을 더한 코듀로이 팬츠 140파운드, 가슴 부분에 커다란 꽃 문양을 더한 원피스 450파운드 등 동일 품목의 신제품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대다. 수선한 제품이니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을 깨는 가치 측정인 셈이다.








토스트 리뉴드는 제품을 수선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고객의 삶의 태도에도 ‘고치고 재사용하는’ 방법을 일깨우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매주 토스트 라이브 채널(TOAST Live | Join Our Upcoming Events | TOAST)을 통해 스타일리스, 아트 디렉터, 디자이너, 수리 전문가 등을 초빙해 ‘어떻게 하면 기존 옷을 좀 더 새롭게 수정해 재사용할 수 있는가’에 관한 강의를 제공한다.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없는 미세한 결함이 있는 의류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이 리사이클링 운영 방식은 비단 토스트만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 기반의 아일린 피셔Eileen Fisher 역시 고객이 착용했던 사용감이 있는 헌 옷을 전문 큐레이터와 수선가의 손을 거쳐 재판매하는 ‘아일린 피셔 리뉴Elieen Fisher Renew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래된 누군가의 옷을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평균 신상품 판매 가격의 1/3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재사용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엘런 맥아더 재단The Ellen MacArthur Found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1초마다 직물 쓰레기 수거차한 대에 해당하는 직물이 매립되거나 태워진다”고 말한다. 꽉꽉 채워진 집 안의 옷장 한 구석에 몇 년간 방치되어 있는 옷, 오래된 방석과 쿠션, 커튼, 침구류 이 모든 것에 다시 애정의 시선을 줄 수는 없을까? 새롭고 반짝이진 않지만 누군가의 손을 거치고 깨끗하게 사용되어 길들여진 품목을 ‘빈티지’라는 의미 있는 이름으로 대하는 건 결국 취향과 감각,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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