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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호텔, 노마드, 재생

위기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작은 집

소형 주택

Text | Dongil Ju
Photos | PT.M Tiny Houses

1990년대 이후로 굵직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사람들은 ‘작은 집’을 찾았다. 허리케인, 금융 위기, 심지어 코로나19가 퍼진 올해도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인간이 당장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을 보호한 것은 일상에서 선망받는 큰 저택이 아닌, 가구나 겨우 들어갈 법한 조그만 집이었던 셈이다.




“록다운이 길어지면서 가족 간에도 떨어져 지낼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는데, 이에 소형 주택이 가장 적합한 대안이다.”




소형 주택 전문지 <타이니하우스블룸>에 따르면 올해 호주 내 소형 주택 수요는 약 두 배 늘었다. 호주 퀸즐랜드주의 소형 주택 판매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이동 등 제한)으로 소형 주택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바로 소형 주택을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와 메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소형 주택을 3~4개씩 구할 수 있느냐는 이들도 있었다. 호주 내 소형 주택 수요의 증가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어린 자녀나 나이 든 부모를 자가 격리 중인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하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판매업체 관계자는 “록다운이 길어지면서 가족 간에도 떨어져 지낼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는데, 이에 소형 주택이 가장 적합한 대안이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역시 지난해 대비 ADU 판매량이 150% 정도 증가했다. ADU는 각 집의 마당 등에 지을 수 있는 대표적인 소형 주택의 일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타격을 입고 일부 호텔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더 가속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채널 <리빙 빅 인 어 타이니 하우스> 운영자 브라이스 랭스턴이 5년간 직접 지어 완성한 이동식 작은 집 / (c) Bryce Langston & Rasa Pescud




소형 주택이 단순히 자가 격리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 타코마, 올림피아 등에 지은 소형 주택 단지는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기 어려운 무주택자나 코로나19로 유발된 경제 위기로 집을 잃은 이들에게 무료로 지낼 곳을 제공하는 데 쓰이고 있다. 해당 단지는 자원봉사자들과 거주자들이 운영한다. 또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캐러밴(이동식 주택) 단지는 의료진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숙소를 제공해 지역사회 복구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이곳의 숙박 비용은 하루에 125~185달러지만 의료진에겐 3분의 1 수준인 40~57달러만 받는다. 의료진이 가족 등 가까운 이들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 것을 우려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점을 고려해 시작한 서비스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는 각 집 마당 내 소형 주택 건축과 설치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관련 법안을 개정한 것은 30년 만이다. <타이니하우스블룸> 측은 “코로나19로 소형 주택의 장점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작은 집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의 유튜브 채널 <네버 투 스몰>이 소개한 잭 챈의 35m2 멜버른 원베드룸 아파트먼트 / (c)Never Too Small




작은 집 운동이란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주거 형태로 이후 트레일러, 컨테이너, 소형 주택 등에서 미니멀 라이프 등을 꾸려가는 식으로 이어졌다. 한편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 등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 입은 이재민과 2008년 금융 위기로도 불리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발생한 무주택자의 주거 문제 대안으로 적극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작은 집 운동이 성장할 것이라고 정확히 전망하긴 어렵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트레일러 등의 정차를 금지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타이니하우스블룸> 역시 “록다운이 이동식 소형 주택의 주차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소형 주택을 완공하기 전에 건설사가 부도 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주택 소유주는 다른 건설사에 새로 건설을 의뢰하면서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신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 소형 주택 소유주는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9만 달러짜리 건물을 완공하기 위해 6만 5000달러를 추가로 내야 했다. 일반적으로 고급 소형 주택 가격이 9만 달러인 점을 고려해, 해당 소유주는 ‘6만 5000달러면 소형 주택 하나를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소형 주택과 관련해 투자 등의 계획을 세울 때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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