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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호텔, 노마드, 힙스터

비대면 시대의 여행, 캠핑

언택트 캠핑

Text | Nari Park
Photos | Kampgrounds of America, SmithFly Designs, Escape Campervans

자연의 심장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것. 일상에서 벗어나 산을 오르거나 숲속에서 일주일 정도 보내며 생각을 깨끗하게 씻어낼 것.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존 뮤어가 예찬한 캠핑이 비대면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요즘이다. 텐트를 세우고 식사를 해결하며 24시간 자연과 교감하는 오랜 아날로그 여행에 밀레니얼 세대가 유입되며 다양한 트렌드가 파생 중이다.



ⓒSmithFly Designs



‘미국인의 85%가 이번 여름 로드 트립을 떠날 예정’이라는 익스피디아의 7월 조사는 많은 이들이 자연 속에서 기꺼이 자발적 고독의 여행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가히 폭발적인 캠핑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camping’이라는 키워드 검색은 2011년 이후 올해 최대치를 이뤘고,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캠핑은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스타일로 떠올랐다”고 분석한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 3만여 캠핑 사이트를 보유한 캠프 사이트 캠펜디엄Campendium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80% 이상의 캠프그라운드가 영업을 제기했고, 국립공원이 하나둘 닫힌 빗장을 열며 전례 없는 캠핑 열풍이 일고 있다.

주마다 캠핑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상이하지만 미국 캠핑장의 코로나19 관련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미국 최대의 캠핑 사이트 KOA(Kampgrounds Of America)는 캠핑 사이트 간 간격을 하나씩 비워 자연 속에서도 확실한 거리 두기를 권고한다. 콜로라도주의 알바라도 캠프그라운드는 캠프 사이트당 텐트와 차량을 2대씩만 허용하며, 8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금한다. 캠핑장에서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화장실과 식기 조리대 같은 ‘실내 시설 사용’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하도록 한다. CNN 트래블은 여가 활동의 코로나19 위험도를 10단계로 나눴는데 캠핑은 3에 해당한다. 이는 골프, 마트에서 장 보기와 같은 수준이다.




2014, 35101, Buckeye Lake / Columbus East Holiday KOA, Ohio, OH, Dow, Patio site, RV, A-__frame, Families, Kids, Outdoor, Campground

Elkhart Co / Middlebury KOA, 14133, Outdoor, tent, lake, pull camper, Activities, Families, IN, Campground



코로나19는 기존의 캠핑 문화 또한 바꾸어놓았다. 캠핑장 내 이웃과 담소를 나누거나 서로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 먹는 풍경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놀이터나 수영장 같은 캠핑장 내 주요 시설의 이용도 금지됐다. “단지 모닥불 주변으로 가족이 둘러앉아 스모어를 구워 먹고 자연과 마스크 없이 교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외부로의 노출을 최소화하며 일탈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여행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소개된 캠핑 전문가 에이미 화이트Amie White의 소회에는 2020년 현재 여행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담겨 있다.

전혀 관심이 없던 이들마저 대안적 여행인 캠핑에 뛰어들면서 캠핑 트렌드도 진화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바퀴 달린 집’이라 부르는 캐러밴의 폭발적 증가다. 미국의 캠핑차 대여업체 RV셰어에 따르면 “4월 20일 이후 레저용 차량을 일컫는 RV(Recreational Vehicle) 대여 문의가 2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 캠핑카 대여 시장은 에어비앤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 중이다”라고 설명한다. 캠핑카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 2월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며 모든 차종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된 데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캠핑카 포레스트 출시 등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차에서 자면서 이동하는 여행인 ‘차박’처럼 이동식 차량으로 캠핑을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가 일찌감치 형성됐다.




“캠핑은 지난 몇 달간 집에 갇혀 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치유의 여행이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면역력 강화에 큰 도움을 주며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 줄리 프라가Juli Fraga, 미국의 심리학자 -




부모 세대의 전유물이던 캠핑에 밀레니얼 세대가 유입되며 흥미로운 ‘RV 라이프’가 연출되기도 한다. 플라이낚시 관련 용품을 생산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스미스플라이Smithfly에서 출시한 ‘쇼얼 텐트Shoal Tent’는 세계 최초로 물 위를 유영하는 수상 텐트를 선보였다. 폴대 없이 공기 주입 방식으로 완성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텐트가 전복되더라도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최대 180cm 키의 성인이 누울 수 있도록 제작한 텐트는 각각의 면을 말아 올리면 창문을 낼 수 있으며, 강기슭에 고리를 걸어 텐트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정박할 수 있다. “지구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수상 텐트는 수면과 한 몸이 되어 강 위를 유영하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준다”라는 설명서에 솔깃해지는 이 수상 텐트는 1999달러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주문에 제품 완성까지 최소 6~8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부피가 큰 캠퍼밴이나 RV 차량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캠퍼밴은 부피는 최소화하고 환경친화적 기능을 탑재하며 진화 중이다. 픽업트럭에 설치하는 ‘베드 캠퍼’가 대표적이다. 스카우트Scout에서 출시한 ‘스카우트 올림픽Scout Olympic’은 SUV 차량 상부에 침실을 올린 트럭 캠핑카. 토요타, 닛산 타이탄, 포드 F-150 같은 소형 레저용 차량에 접합 가능하다. 특히 중력 공급 물 시스템, 부착 가능한 물탱크, 160W 단결정 태양열 집광 장치, 프로판 벽난로 등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이코 캠핑을 지향한다.

마지막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더 콜로라도 선> 에디터 제임슨 블렌빈스Jason Blenvins의 분석처럼 ‘완벽한 자유와 거리 두기를 위한 이성의 통제’는 앞서 언급한 캠핑 신 트렌드 맨 앞줄에 놓여야 할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오롯이 자연 속에서 먹고 자고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완벽한 여행이 되는 시대, 2020년 여름 우리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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