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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

아트펜트 화환, 아트펜트 캘린더

Text | Dongmi Lee
Photos | Dongmi Lee

어둡고 칙칙한 베를린의 겨울을 아름답고 따스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긴긴 겨울밤 집 안에서는 소소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 사람들은 재료를 사서 직접 아트펜트 화환의 초를 만들거나 캘린더를 꾸미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가장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다. 우리가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가족을 만나러 간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베를린 거리 전체가 텅텅 비는 이유다. 우리가 몇 날 며칠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도 가족이 함께 먹을 칠면조 요리를 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12월 내내 준비한다는 것. 그래서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하룻밤의 단수가 아닌 복수로 부른다. 독일에선 크리스마스를 신성한 밤들이란 뜻의 바이나흐텐Weihnachten이라 부른다.



독일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한 달 넘게 즐기는 데에는 종교적 이유가 크다. 전통적으로 기독교 문화권인 서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 전 4주의 대림절을 챙기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대림절은 아트펜트Advent’이다. 아트펜트 기간에 초도 켜고 캘린더도 열어본다. 대림절이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전 네 번째 일요일, 올해는 1129일부터 크리스마스가 시작됐다.








대림절이 시작되면 독일은 집집마다 아트펜트 화환의 초를 켠다. 전나무잎으로 만든 녹색 화환에 4개의 빨간 초를 꽂은 크리스마스 장식이다. 11월 초부터 꽃집과 슈퍼마켓에서는 이 화환을 팔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화환은 빨간 초와 솔방울, 시나몬 스틱, 말린 과일 등으로 장식하며, 꽃집에서도 이런 형태의 화환을 가장 많이 판다. 물론 상점에 따라 파란색이나 터키시 블루, 금색 장식 볼, 반짝이는 은색이나 금색 초 등으로 장식한 좀 더 모던하고 시크한 느낌의 화환을 팔기도 한다. 취향에 맞는 스타일로 구입하거나, 재료를 구입해 직접 자기만의 아트펜트 화환를 만들 수도 있다. 촛대와 초, 화환으로 쓸 받침, 장식에 넣을 구슬, 말린 과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수백 가지 중 원하는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아트펜트 화환와 함께 집집마다 준비하는 것이 아트펜트 캘린더다.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어릴 적부터 아트펜트 캘린더를 받았던 추억으로 어른들 또한 각자 캘린더를 장만하기도 한다. 캘린더에는 1부터 24까지 숫자가 순서 없이 적혀 있고 숫자마다 창이 있다. 창 안에는 보통 초콜릿이 들어 있는데 121일에 숫자 1을 찾아 초콜릿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2일에는 숫자 2를 여는 식으로 24일이 될 때까지 매일 하나씩 열어 초콜릿을 꺼내 먹는다. 숫자 중 24는 예수 탄생일 전날이고 달력의 마지막 숫자이기도 해서 보통 24에 가장 크고 맛있는 초콜릿이 들어 있다.










대림절에 켜는 초, 대림절에 여는 달력, 대림절에 마시는 차 등 독일에는 아트펜트 시리즈가 많다.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쓰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재료를 구입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만드는 데에도 능수능란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런 손재주가 좋은 지역 사람들의 장터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 전통 상인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목각 인형과 나무 장신구, 마찬가지로 직접 만든 비누와 향초,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파는 부스가 시장 안에 빼곡히 들어선다. 장인들은 제품을 팔면서 한쪽에서는 계속 작업을 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전통적으로 토텐존타크Totensonntag, 즉 죽은 자들의 일요일 다음 날부터 열린다. 1224일에서 일요일을 다섯 번 거꾸로 세었을 때 나오는 일요일이 바로 토텐존타크다. 올해는 1121일이었으며 그다음 날인 1122,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일제히 시작됐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베를린에만 50개가 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었음에도 많은 시장이 그대로 열릴 예정이다. 다만 백신 접종 완료자와 코로나19 완치자만 입장할 수 있는 마켓이 늘고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백미는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따뜻한 글뤼바인을 마시며 12월의 밤을 보내는 것이다. 이 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는 천사들이다. 해마다 다른 의상과 분장을 한 천사들이 장대 위에 올라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걷는다.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젠다르멘마르크트 시장에서도 항상 천사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을 놀래기도 하고, 속삭이기도 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하얀 날개를 단 천사들이 아주 작은 가짜 발가락을 달고 성큼성큼 걸으며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크리스마스 전설을 들은 커플들은 천사들이 들고 있는 겨우살이 가지 아래서 마주 보고 긴 입맞춤을 한다. 시장에는 천사들의 축복을 받으려는 커플들의 줄이 길다. 노부부, 결혼하지 않은 커플, 레즈비언 커플도 천사 아래에서 키스를 한다. 키스한 커플에게는 천사들이 허리를 구부려 파란 구슬을 손에 꼬옥 쥐여준다. 오늘 밤 서로 마주 보고 함께 깨물어 먹으라는 속삭임과 함께. 파란 구슬에 싸여 있는 건 다름 아닌 초콜릿. 하지만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불빛 아래서 반짝반짝 빛나는 파란 구슬을 잃어버릴까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고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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