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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도시,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아침에 대하여

Achim 비주얼 디렉터 윤샘, 발행인 윤진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당신의 아침 일과를 말해보세요.”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 자주 접하는 숙제다. 우리는 특별할 것 없는 아침 일과를 시간 순으로 나열한다.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이때 나의 아침과 너의 아침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아침이란 기상과 출근 사이의 분주한 막간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가 똑같은 아침. 그래서 좀 재미없는 아침이다.

누군가는 반려묘의 밥그릇 세척과 화장실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일어나자마자 반사적으로 에스프레소 머신 버튼을 누른다. “한국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리얼을 먹는다”라는 어쩐지 가여운 파리 유학생도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곧 알람 시계’라는 20대 엄마에게 아침은 설레기도 하고 살짝 지겹기도 하고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한 하루의 시작이다. 이런 것도 이야깃거리가 될까 싶을 정도로 사소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들이 모여 라이프스타일의 한 챕터를 완성한다.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는 아침과는 분명 다르다.








아침이 좋아서, 아침에 대한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이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아침’은 제각각 풍요롭게 달라서 톺아보는 재미가 있다. 윤샘과 윤진은 세 살 터울이다. 언니는 프리랜스 비주얼 에디터, 동생은 ‘스타일쉐어’의 브랜드 마케터로 각각 일한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벌써 4년째 발행하고 있는 독립 매거진 이다. 한 장의 신문처럼 펼쳐지는 접이식 타블로이드판형이 손맛을 돋우는 이 잡지는 아침을 주제로 한 인터뷰, 아침에 영감을 주는 음악,시리얼 리뷰 등 아침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샤워’ ‘책’ ‘휴가’ ‘엄마’ 등 매 호 바뀌는 주제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최근 발행한 11호의 주제는 뜻밖에도 ‘밤’이다.




“일어나자마자 라임즙으로 희석한 사과식초를 한 컵 마셔요. 잠이 확 깨는 동시에 입가심하는 느낌이 좋아서요. 그런 다음 짧은 묵상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저만의 시간을 가져요.”



각자의 아침 루틴을 들려주세요.

(윤진) 일어나자마자 라임즙으로 희석한 사과식초를 한 컵 마셔요. 잠이 확 깨는 동시에 입가심하는 느낌이 좋아서요. 그런 다음 짧은 묵상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저만의 시간을 가져요. 메일 발송 같은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 글을 쓰거나 영화를 볼 때도 있고요. 정신이 좀 깨면 주방 앞에 요가 매트를 깔아요. 좁은 공간이지만 알차게 써먹고 있달까요. 그렇게 30분 정도 몸을 움직이고 시리얼을 먹어요. 과일을 듬뿍 곁들여서. 제가 아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죠.

(윤샘) 전 프리랜서라 기상 시간이 좀 유동적인데 그래도 여섯 시 전에는 일어나는 편이에요. 반려견 ‘만두’와 ‘로아’를 산책시키는 게 주된 루틴 중 하나죠. 동생 집에 놀러 온 날은 함께 시리얼을 먹기도 하고요. 동생은 정말 부지런해요. 둘이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늘 어디 가고 없어요. 호텔 헬스장에 있거나, 로비에서 책을 읽고 있거나, 암튼 이미 뭔가를 하고 있죠.



상대적으로 밤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요.

(윤진) 안 그래도 얼마 전까지 밤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아침처럼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생각만큼 안되더라고요. 사람이 24시간 내내 긴장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앞으로 밤은 뭔가를 채우기보다 비우는데 쓰기로 했어요. 빨래를 개키거나 공원을 걷는 식으로요.








아침을 사랑하는 것과 ‘아침형 인간’을 전도하는 건 다르다. 누군가에게 아침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이들 자매가 가장 경계하는 태도. 실제로 에는 아침형 인간과 거리가 먼 인터뷰이도 종종 등장한다. 무조건적인 아침 예찬이 되지 않도록, 목소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윤진) 강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거든요. 그게 꼭 아침일 필요는 없다고 봐요. 누구에게는 늦은 오후가, 누구에게는 택시에서 보내는 이동 시간이 저의 아침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지난여름 독립한 윤진은 직장에서 멀지 않은 잠실 근처에 집을 구했다. 조건은 간단했다. 신축, 복층, 그리고 주변에 공원이 있을 것. 굳이 오피스텔을 고집한 건 잡지 을 위한 작업실을 염두에 두어서다. 윤진은 윤샘을 ‘간헐적 룸메이트’라 부른다. 그녀에게 언니는 일주일에 한두 번 찾아오는 손님이다.








집에 예쁜 물건들이 쇼룸처럼 정돈되어 있어요. 긴장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윤샘) 도자기나 유리잔 같은 오브제들은 대부분 제가 가져다 둔 거예요. 을 위한 비주얼 작업에 필요할 때가 많아서요. 실은 수원 본가에 이런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요. 제 방에는 더 이상 둘 자리가 없어서, 동생 집을 창고 삼아. (웃음)



‘좋은 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윤샘) 저 다운 물건으로 가득한 곳, 그래서 제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요.

(윤진) 제가 가장 솔직해지는 공간이 아닐까 해요. 마냥 편안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제가 되고 싶은 이상향이 솔직하게 반영된 공간이요.

세상의 모든 아침은 대개 집에서 시작된다. 그때의 집은 아침을 위한 도구다. 자매의 소박한 오피스텔을 나서며, 아침을 위한 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아침을 위한 공간을 꿈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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