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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도시, 노마드, 커뮤니티, 다양성

집과 삶에 대한 다양성을 공론화한 사진 프로젝트

사진가 조너선 도너번

Text | Nari Park
Photos | Jonathan Donovan

사진가 조너선 도너번은 집을 구하는 것이 힘든 시대, 이 열악한 환경에서 인간이 자신만의 온전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생각보다 다양한 층위를 이룬다는 데 천착했다. ‘어디에도 집 같은 곳은 없다’는 이 명료한 진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영국에 거주하는 40명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집은 쉬고 휴식을 취하는 안전하고 고요한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보금자리를 갖고 있음을 행운으로 여기며 감사했다. 모든 이들의 집은 각기 완벽하게 서로 다른 형태일 수 있으며, 누군가는 시끄러움과 혼란, 수선스러움이 맴도는 환경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형태나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가장 안전하고 아늑한 곳, 그곳이 집 아닐까.”

- 조너선 도너번, 사진가 -




‘집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사진가 조너선 도너번Jonathan Donovan은 몇 년 전 큰 프로젝트를 결심했다. BBC 월드 서비스 라디오 기자였던 작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그들의 인물 사진과 함께 재미난 장면을 연출했다. 3분 남짓한 오디오 녹취를 통해 인물들이 선택한 현재의 보금자리 그리고 집에 대한 생각을 담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2017년 런던 플랫폼 서더크Platform Southwark에서 전시 형태로 소개한 프로젝트 은 이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가디언>지 등에 상세히 소개되며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런던 제프리 뮤지엄에 영구 소장됐다.

작품에는 다양한 집과 삶의 층위를 이루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유산과도 같은 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노인, 여행 자금을 모으기 위해 집이 아닌 밴에서 생활하는 청년, 치매 노인을 보살피며 그의 집에서 생활하는 시리아 난민, 폐기된 재료로 집을 지어 사는 남자, 방 한 칸에서 6명이 생활하는 간호사 가족, 2층짜리 주택에서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평범한 중산층 가족까지···. 삶의 형태는 다르나 모두가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누구보다 아끼는 이들의 이야기다.

“원래는 기발한 곳에 거주하는 이들을 담은 사진책을 기획했다. 그런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개인적 이야기에 더 끌렸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것을 끌어내는 것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돌렸다.” 의 탄생 배경에 대한 조너선 도너번의 설명이다. 그는 단지 전형적인 집의 형태를 버리고 독특한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나아가 결국 새로운 형태의 가족과 삶, 가족에 대해 질문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다양성에 관해 생각할 수 있길 바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이 턱없이 비싸진 세상에서 모두가 안전하고 저렴하게 쉴 수 있는 집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싶다.” 조너선 도너번이 5점을 선별해 <빌리브>에 소개했다. 아울러 작업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은, 자신에게 집의 의미와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만든 특별한 기록에 직접 코멘트도 달았다.




All I Want Is a Room Somewhere




내전을 피해 떠나온 가족과 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한 치매 노인

니자르Nizar와 파테미Fatemi, 그리고 두 딸은 시리아 내전으로부터 달아나 런던에서 치매에 걸린 노인 팻Pat을 돌보며 생활한다. 이 사진의 특별한 가치는 전혀 다른 백그라운드, 전혀 다른 필요함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가족의 유형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러나 이 차이점은 서로 가족이 되는 순간 사라진다. 팻 집에서의 일상은 니자르, 파테미와 그 딸들이 합류하며 더욱 번창하고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이들은 팻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녀를 돌보며 그녀를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됐다. 이 가족은 팻을 너무 사랑했고 여전히 그리워하며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Rolling Stones




살인적인 임대료 앞에 선 런던의 청춘들

사진 속 남자 렉스는 새로운 방으로 막 이사 온 상태다. 그곳은 런던 부동산 보호 회사에서 임대하고 건물을 개발 및 판매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모델하우스 같은 집이다. 이 사진은 많은 런더너들이 생각하는 ‘저렴한 숙박 시설(affordable accommodation)’이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부적절하고 안전하지 않은 숙소에서의 생활 말이다. 런던 사회의 주택 부족은 렉스 같은 많은 이들이 고가의 임대료를 내면서 기본적으로 버려진 건물에 머물러야 하는 현실을 의미한다.




Organic being




강 위를 유영하는 삶

존은 런던 운하에 정박한 내로보트에서 2년째 생활 중이다. 런던의 내로보트는 2주에 한 번씩 정박지를 바꿔 이동해야 하므로 존은 ‘연속해서 순항하는 크루저(continuous cruiser)’에 몸을 계속해 움직여야만 한다. 모험을 즐기는 영혼의 소유자인 잭은 좀 더 유기적이고 본질적인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대안 생활을 원했다. 그는 강을 유영하는 유목민의 삶을 경험하며 비로소 땅에 딛고 선 ‘보편적 집’에서 산다는 것이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일이 아니며, 내로보트를 통해 세상과 사람에 대한 더 많은 동지애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My time, my energy




직접 내 집을 짓기 위해 사회단체를 만들다

사진 속 남성은 주택 협회와 함께 지역사회 자체 건설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실제로 임대할 수 있는 새로운 주택을 건설했다. 존의 이야기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자신의 집을 구입하지 못했던 그는 좌절하기보다 대안을 찾았다. 그는 지역사회 단체를 모집하고 그들 모두와 함께 야간학교에서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웠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집이 아닌 자신의 집을 직접 짓게 된 것이다.




By the way




돈을 모으기 위해 밴에서 생활하는 청년

알렉스는 여행을 하기 위해 돈을 절약하려고 18개월 동안 밴에서 살았다. 그는 자신의 ‘특이한 생활’에 대해 사람들이 판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하며 매우 조용히 생활했다. 그러나 18개월간의 생활 끝에 자신이 밴에서 산 것이 보다 사회적이고 사교적인 선택이었으며 자신의 삶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세계를 여행하기에 충분한 돈을 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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