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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도시, 커뮤니티, 홈데코, 큐레이션

매거진을 넘어 유튜브로 담은 일본 라이프스타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호쿠오 구라시

Text | Nari Park
Photos | Hokuoh Kurashi(hokuohkurashi.com)

유튜브 채널 호쿠오 구라시에는 자그마한 원룸에서 살아가는 도시 청춘들이 등장한다. 싱글족의 소울 푸드를 소개하는 〈Kitchen for Singles〉, 밀레니얼 세대의 아침 풍경을 담은 〈Morning Routine〉은 한 편의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다. 채널을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호쿠오 구라시는 동시대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변화시킨다.







컴컴한 아파트 현관. 조명이 켜지자 늦은 밤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한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앞치마를 두른 채 집에 남은 양파로 무슨 요리를 할지 고민하다 이내 그라탱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양파와 감자를 가늘게 채 써는 동안 등장하는 나무 도마, 올리브 오일을 두른 낡은 법랑 냄비, 언뜻 화면에 비치는 리넨 앞치마의 디자인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요리를 하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던 오늘의 일과를 툭툭 뱉어내던 주인공은 어느새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치즈 그라탱과 마주한다. 한밤의 소울 푸드 앞에서 위로받는 주인공은 마음을 다잡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잘 먹겠습니다.” 영화 <심야식당>이 연상되는 이 요리 영상은 일본에서 북유럽 관련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숍 호쿠오 구라시(北欧、暮らしの道具店, 영문명 Hokuoh Kurashi 사용)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 중 하나다.

이 밖에도 동일 채널에 다양한 도시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긴다. 북유럽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집과 삶에 대한 철학을 담은 니시다 나오미, 요가와 우타타 등 실제 배우들이 4인 가족 이야기를 연기하는 리얼 단편 드라마 등 하나같이 매력적인 시리즈로 가득하다. SNS와 유튜브로 타인과 내밀하게 소통하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현상을 반영한 결과다. 이들이 구현한 감각적 영상 속에는 식기류와 조리 도구, 의상, 뷰티용품,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등 삶 전반에 관련한 생활 소품이 자연스레 등장한다.




'우리는 이런 제품을 판매한다'고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대신 누군가의 매력적인 일상을 통해 자연스러운 호기심과 구매 심리를 유도한다.




지난 14년간 호쿠오 구라시가 온라인 숍만으로도 긴 시간 생명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되, 철저하게 브랜드를 감춘 채 사용하는 이들의 일상에 기대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온기를 입은 제품은 영상으로 구현된 스토리텔링을 통해 동경의 물건으로 극대화된다.

일본어로 ‘북유럽 생활 도구점’이라는 뜻의 호쿠오 구라시는 라이프스타일 관련 제품을 망라하는 온라인 숍이다. 뷰티 및 생활용품, 도서, 식기, 잼과 장류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심플한 북유럽 스타일 주방용품과 생활용품이 주 아이템이다. ‘아라비아 핀란드’의 플레이트, 덴스크의 버터 워머, 100년 전통의 스웨덴 브러시 브랜드 ‘이리스 한트베르크’의 청소 도구 등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제품들이 가득하다.

30~40대 싱글 라이프에 필요한 생활 물품을 판매하는 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1차원적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여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달리 도시인의 일상에 관한 콘텐츠를 자체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유한다. 긴 시간 그들이 매거진 형식으로 발행해온 이메일 잡지가 대표적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구독을 신청하면 주 2~3회 누군가의 집과 일상,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삶에 관한 기록을 사진과 함께 받아볼 수 있다. 물건을 통해 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판매하는 곳답게 일본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프리미엄Premium>에서도 거의 매호 호쿠오 구라시에 관한 콘텐츠가 소개된다. 일례로 지난 3월호 <프리미엄Premium>에는 최근 집을 구매해 리모델링을 마친 다케우치 부부의 삶을 자세히 다루며 호쿠오 구라시의 물품들이 자연스레 등장했다. 일례로 지난 3월호에는 최근 집을 구매해 리모델링을 마친 다케우치 부부의 삶을 자세히 다뤘다.

부부가 6개월간 직접 집을 고치고 다듬는 일련의 과정을 ‘하우스 빌딩house building’이라는 키워드 아래 소개한 피처 기사에서 ‘집을 짓는 의미’, ‘그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인내와 실패’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특집은 다케우치 부부의 경험담과 함께 그들이 긴 시간 유용하게 사용해온 일상 소품들을 소개했다. 한 사람의 삶과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끝에서 누군가의 ‘반려 물건’과 마주하게 된다. 월간지라는 두툼한 인쇄물 외에 이들은 이메일 형식의 매거진도 발행하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구독을 신청하면 주 2~3회 누군가의 집과 일상,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삶에 관한 기록을 사진과 함께 받아볼 수 있다.








잡지가 삶의 방식에 대한 일종의 텍스트 요약본이라면 호쿠오 구라시의 유튜브 채널은 영상을 통한 확장판이라 할 만하다. 평범한 이들의 삶이 다른 이들의 삶에 얼마나 훌륭한 영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이 콘텐츠에 전 세계 수십만 명의 구독자들이 열광한다. 이들이 매일같이 전송하는 이메일 매거진 하단 영상을 클릭하면 동시대 어느 대도시 생활자의 삶이 펼쳐진다. 오전 6~7시 알람 소리에 맞춰 기상한 인물들은 일절의 늘어짐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아침을 부지런히 시작하는데, 이 같은 타인의 일상은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의 아침 루틴을 각성하게 만든다.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 준비를 하는 영상 모습은 당장이라도 친구들을 내 집에 초대하고 싶게 만든다.

영상을 통해 변화시키고자 하는 호쿠오 구라시의 전략은 실제로 많은 구독자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이들의 아침 패턴을 보며 스스로 게을러지지 말자고 다짐한다.” “등장인물들의 요리 영상이 마치 한 편의 시 같다. 별다를 것 없는 요리 시간조차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데 놀랍다.” 각각의 영상 하단에 담긴 유튜브 구독자들의 리뷰가 이를 증명한다.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 도모코 사토토, 쿠라시컴Kurashicom Inc. 디렉터 -




지난 14년간 텍스트와 영상으로 ‘이야기 형식을 내포한 전자 상거래(story style commerce)’를 운영해온 결과 호쿠오 구라시의 온라인 몰에는 매달 150만 명의 방문객이 드나든다. 회사의 모체인 쿠라시컴Kurashicom Inc. 디렉터 도모코 사토토는 말한다.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그들이 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끊임없는 화두를 던지는 것은 바로 제품과 사용자 간의 교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다.

일본 유수의 미디어 <재패니즈 스테이션Japanese Station>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시대, 유튜브를 통해 누군가의 집과 삶을 들여다보는 현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하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더했다. “젊은 성인 여성들 사이에 호쿠오 구라시 유튜브 채널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조화를 일컫는 ‘재팬디Japandi’ 트렌드를 통해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삶을 보여준다. 이들의 콘텐츠를 접한 뒤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서 더 나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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