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속 버닝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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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속 버닝맨

블랙록시티의 버닝맨

Text | Anna Gye
Photos | Burning Man

버닝맨 행사가 열리는 9일 동안 약 7만 명이 사막에 캠프와 예술 작품을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행사 마지막 날 도시를 불태운다. 무無에서 무無를 창조하는 이벤트 버닝맨. 올해는 실제 사막 대신 메타버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세계 각국에서 접속한 아바타들이 가상공간에서 디지털 예술 작품을 함께 만들고 교류하면서 실험적 공동체를 즐기게 된다.

  




The Folly, Mark Fromson, 2019

 



매년 8월 말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행사 버닝맨이다. 영화 <매드맥스>처럼 모래바람이 부는 황량한 사막에 위치한 블랙록시티에 수만 명이 모인다. 행사가 열리는 9일 동안 사람들은 캠프를 만들고 예술 작품을 즐기며 공동체 생활을 한다. 물도 전기도 식량도 없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기술, 재능, 마음을 서로 나누는 것.





Truth is Beauty, Steven Fritz, 2013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그 연결 고리는 사막을 떠난 현실에서도 이어진다. 아트 프로덕션 펀드 운영자이자 유명 컬렉터 이본 포스 빌라리얼Yvonne Force Villareal <W> 매거진 칼럼에서 버너Burner(버닝맨 참가자)가 되어 깨달은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버닝맨은 축제가 아닌 실험적 커뮤니티라는 말을 남겼다. 버닝맨에는 열 가지 원칙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 거래, 쓰레기 금지다. 무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함께 살기를 고민해야 한다. 관계, 경험, 창조, 자유, 무소유를 키워드로 한 버닝맨은 실패와 도전을 환영한다. 함께 토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면서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네트워크다.

 



메타버스 속 버닝맨에서 일어나는 일은

매 순간이 예술이고, 실험이고, 도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버닝맨이 선택한 메타버스 세상은 함께하는 아트 프로젝트이자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버닝맨의 원래 원칙대로 모든 메타버스 서비스는 버너들의 자발적 참여와 기부로만 이뤄진다. 디지털 예술 작품과 즉흥적으로 열리는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VR 기기,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것이다. 세계인이 함께 만드는 디지털 퍼포먼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으로 정의한다. 미국미래가속화연구재단(ASF) 2006년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거울 세계, 가상 세계 등 네 범주로 분류했다. 국내에서도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등 게임과 소셜 미디어가 인기를 끌면서 메타버스는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되었고 가상 세계에서 브랜드 론칭, 팬 사인회, 콘퍼런스 등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The Infinite Playa



The Infinite Playa




버닝맨은 지난해에도 '멀티버스Multiverse'라는 주제로 VR 기기를 이용한 버추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알트스페이스VR 플랫폼AltspaceVR platform,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만들고 버닝맨 행사의 핵심인 참여’, ‘공동체’, ‘경험수치를 더욱 높였다. 아바타 기술 또한 발전했다. 자신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타인을 만나 예술 작품을 체험하고 게임을 즐기며 관계를 넓힌다. 웹사이트에서 여섯 가지 특별한 메타버스 경험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여섯 가지 방식 모두 원래 행사가 열리는 블랙록시티를 배경으로 하지만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 세계, 가상 세계 등을 혼합해 접속 방식, 풍경, 분위기, 인터랙티브 경험이 다르다. 각각 별도 사이트로 연결되고 티켓 가격(접속 가격)도 다르다. 일부는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





The Infinite Playa

 



스파클버스SparkleVerse(https://sparklever.se)는 브라우저 지도에 자신만의 가상 캠프를 만들고 직접 미술, 음악, 영화 등 이벤트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BRCvr(https://brcvr.org)은 알트스페이스VR, VR 헤드셋,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평균 7만 명이 모여드는 광장 플라야Playa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압도적 규모의 대형 설치 작품,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뮤직카, 미스터리 서클처럼 모여 있는 캠핑카 등 플라야 모습 그대로다. 한편 더 인피니티 플라야™The Infinite Playa™(https://www.infiniteplaya.com)는 플라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ord Snort, Jamen Percy, 2016

 



메타버스 속 버닝맨에서 일어나는 일은 매 순간이 예술이고, 실험이고, 도전이다. 버닝맨 관계자도 메타버스가 버닝맨 행사 자체를 대신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버닝맨을 체험하며 솔라시티를 구상했고 화성에 도시를 짓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리콘밸리 혁신가들은 블랙록시티에서 마음껏 자신의 상상을 실험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혁신을 꾀한다. 822일부터 97일까지 열리는 버닝맨은 어떤 물음표와 느낌표를 남기게 될까?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실패해도 좋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그대로 유의미한 일이다. 어쨌든 버닝맨은 무에서 무를 창조하는 행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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