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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모더니즘 디자인을 통해 본 그 시대의 집

<더 하우스>전

Text | Dami Yoo
Photos | Gallery L.993

장 프루베, 샤를로트 페리앙, 피에르 잔느레,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을 모은 전시 <더 하우스>가 압구정 로데오 헨리베글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5월 11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린다. 프랑스 모더니즘 디자인을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 피스를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그중 장 프루베의 조립식 주택이 특히 볼거리다.




Jean Prouve, Demountable House

 



지난 5월 11일 헨리베글린이 압구정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복합 문화 공간L.993을 개관했다. 브랜드의 감각을 반영한 문화와 라이스프타일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안하기 위해서다. 첫 번째 전시 <더 하우스>는 프렌치 모던 디자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채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집을 잃은 유랑민을 위해 장 프루베가 제작한 조립식 주택을 중심으로 현대예술가연합 멤버로 활동하며 활발하게 교류했던 샤를로트 페리앙, 피에르 잔느레, 르코르뷔지에의 오리지널 가구가 한데 모여 있다. 이렇게 1940~1960년대에 4명의 디자이너가 선보인 상징적인 의자와 책장, 스툴, 테이블을 구매도 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작품은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시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조립식 주택. 1944년 프랑스 정부는 장 프루베에게 의뢰해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조립식 주택을 보급했다. 장 프루베는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하나로 목재 가구가 주를 이루던 당시 금속을 이용해 실용성과 심미성을 두루 갖춘 실용주의 디자인 사조를 선도했다. 가구의 견고함은 물론 제작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 절감을 고려한 그의 디자인에는 산업혁명이 이루어지던 당시의 시대정신이 녹아 있다.

 



실용성을 추구하면서도 그 자체로 아름답도록 한

장 프루베의 디자인 철학을 가늠할 수 있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조립식 주택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운반과 조립, 해체가 용이하고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도록 고안한 임시 가옥이다. 장 프루베는 임시 가옥이란 가구부터 집까지 모두 ‘휴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를 디자인했다. 당시 생산한 400개의 조립식 주택 중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매우 적다. 전시장에 설치한 것은 당시 일반 가정집 창고로 쓰이던 것을 L.933 큐레이터가 찾아내 옮겨온 것이다. 난민을 위해 제작한 최소한의 집이 누군가의 창고가, 오늘날 갤러리의 작품이 되기까지의 맥락을 떠올려보는 것도 흥미롭다.





Jean Prouve, Rare Potence Lamp



 

조립식 주택 내부에 설치된 ‘시테 책상’은 장 프루베의 아들 프랑수아 고티에François Gautier가 소장했던 가구로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한편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했던 장 프루베의 면모는 ‘스쿨 체어’로 유명한 ‘스탠더드 체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실제 대학교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디자인한 이 의자는 오늘날까지도 학교 의자의 표준이 되고 있다. 가벼운 강철관으로 만들어 의자 무게를 줄인 앞다리와 역삼각형 구조로 안정감을 유도한 뒷다리는 심미성과 실용성을 모두 겸비한 장 프루베의 아이콘이다. 조립식 세미메탈 체어, 포텐스 램프도 운반과 설치가 용이하도록 디자인한 대표적인 가구다. 이렇게 실용성을 추구하면서도 그 자체로 아름답도록 한 장 프루베의 디자인 철학을 가늠할 수 있다.





Charlotte Perriand, Nuage Bookshelf

 



조립식 주택 내부에 설치한 샤를로트 페리앙의 ‘폼 리브레 커피 테이블’과 ‘뉘아주 책장’ 등은 그의 세련된 조형미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작품이다. 이는 페리앙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체류하며 영감을 받아 완성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알루미늄, 크롬, 강철 등 금속을 주로 사용한 페리앙의 초기 디자인이 1940년 이후 아시아 문화에 영향을 받아 수공예 요소가 더해진 변화를 짚어볼 수 있다. 일본의 벽걸이형 수납장을 모티프로 한 뉘아주 책장 역시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프렌치 모던 디자인의 특징을 반영한다.





Pierre Jeanneret, Early Edition Office Chair

 



이 외에 르코르뷔지에의 사촌으로 알려진 피에르 잔느레의 의자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피에르 잔느레는 인도 북서브 펀자브주 찬디가르에 15년간 머물며 찬디가르의 수석 건축가이자 도시계획 디자이너로 지낸 바 있다. 이때 인도 문화와 기후, 소재 등을 고려하고 인도인의 생활 방식을 반영해 제작한 ‘찬디가르 퍼니처’는 많은 디자인 애호가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프랑스 모더니즘 디자인을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 피스를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5월 11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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