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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도시, 로컬, 커뮤니티

커피를 매개로 한 도시 라이프스타일 공간

스타벅스 리저브 시카고

Text | Hey. P
Photos | Starbucks(starbucks.com)

롤러코스터가 연상되는 초대형 로스터리에서 원두가 분쇄되자 매장 가득 놀이동산처럼 종이 울린다. 숙련된 바리스타가 제조한 에스프레소 마티니 한 잔을 마주한 이들 사이로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건축의 도시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모티브로 제작한 다양한 텀블러, 지역 아티스트 데이비드 안토니 게리가 그린 벽화, 홈카페를 위한 테이블 조명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오늘날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도시의 문화를 규정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소비된다. 전 세계 분포한 25,000여 개의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서도 초대형 로스터리, 전문 바리스타와 바텐더를 갖추고 고품질 커피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리저브Starbucks Reserve’는 전 세계 단 6곳에 불과하다. 시애틀, 뉴욕, 상하이, 밀라노 그리고 도쿄에 이어 최근 시카고까지. ‘선택받은 도시에서만이 이 특별한 커피 문화를 소비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최신이라 할 만한 스타벅스 리저브 시카고 지점은 2019 11, 매그니피센트 마일에 들어선 43,000평방피트의 건물. 5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규모 면에서도 세계 최대다. 팬데믹 시대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행렬이 매장 밖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흡사 갤러리나 박물관이 연상되는 건물 전층을 통틀어 ‘커피’를 판매하는 지상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는 어반시티의 라이프스타일이 담겨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기둥처럼 자리한 금빛 로스터리 기계다. 공간 한가운데 나선 형태로 56피트 높이까지 휘감아 솟은 로스터리는 볶은 콩을 모래알처럼 다지는 하나의 설치작품처럼 보인다. 갓 볶은 커피가 튜브를 통해 사방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만큼이나 드라마틱 하다. 마치 거대한 조형작품 같은 로스터리 만이 스타벅스 리저브의 모든 것은 아니다. 공간을 빛내는 것은 사실 ‘유형의 시설’이 아닌, ‘무형의 이야기’에 있다. 스타벅스가 2000년대 이후 커피를 마주하고 학업과 업무를 보는 ‘카페 문화’ 탄생의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리저브 시카고 점은 그 어디에서도 휴대폰이나 랩톱을 충전할 플러그를 찾을 수 없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이곳에서 공부나 업무를 보는 이들 또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4층 에스프레소 바에서는 갓 볶은 원두로 뽑은 샷으로 블렌딩한 마티니와 테킬라, 럼 등을 즐기는 시카고 도심 청춘들의 대화 소리가 가득하다.




“몰입형 경험은 도시인들이 커피를 통해

그들 삶을 새롭게 확장하고 싶어 하는 방식이다.

- 조슬린 바우어, 빅테이터 분석 전문기관 기자 -




스타벅스 리저브는 메뉴의 다양성이나 품질 좋은 커피 맛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커피를 넘어 도시를 이야기하자 한다. 시카고를 테마로 한 음식과 음료 제공뿐 아니라 지역 아티스트,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 상품들을 구비했다. 빅테이터 분석 전문기관 Placer.ai(Da)가 작성한 보고에서 스타벅스 리저브 고객의 약 50%가 방문을 위해 최소 30마일 이상을 달려 찾아왔다는 것에 미루어 시카고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기자 조슬린 바우어Jocelyn Bauer는 “몰입형 경험은 도시인들이 커피를 통해 그들 삶을 새롭게 확장하고 싶어 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인다.










팬데믹 시기이지만 여전히 시카고 스타벅스 리저브는 주말이면 최대 1시간 동안 밖에서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커피 향이 진동하는 1층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정면에 마주하는 것은 ‘스타벅스 굿즈’다. 아티스트 맥 블랙아웃Mac Blackout의 핸드 페인팅을 곁들인 에스프레소 기계 The La Marzocco Linea mini expresso machine을 비롯해 시카고 지역 작가 데이비드 안토니 게리David Anthony Geary가 디자인한 벽화, 봄버 재킷과 아트 프린트, 머그, 화분 등도 만날 수 있다. 작가 스스로의 얼굴과 생동감 넘치는 잎의 단면,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별마크를 결합해 다이내믹한 시카고를 표현했다. 익히 각 도시의 단면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담은 텀블러 디자인과 ‘헤브빈Have Been’ 시리즈로 알려진 머그 디자인에서 한결 확장된 굿즈 스펙트럼 또한 인상적이다. 홈 카페처럼 집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운치를 위한 공간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1971년부터 시작된 스타벅스는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커피’, 그것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오늘날 커피를 통해 도시를 이야기하는 몰입형 체험의 공간을 제안한다. 도시를 담은 특별한 머그잔과 품질 좋은 커피 한 잔이 우리의 여행과 순간을 기억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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