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FEATURE|공동주택, 네트워킹, 도시, 커뮤니티

혼자가 좋지만 외롭고 싶지 않은 이를 위해

공유 주택에 관한 모색 'House of Commons'전

Text | Young Eun Heo
Photos | The Open Workshop, Sanne Schouwink, Filip Dujardin, Mark Travis

방·화장실 같은 개인 공간은 따로, 거실·주방 같은 공용 공간은 함께 사용하는 공유 주택은 도시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했다. 동시에 사적 공간인 집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집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로 여겨지며 다양한 실험의 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도, 발전도 정체된 듯한 느낌이다.








공유 주택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끈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거주비로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울 역시 다른 나라의 대도시처럼 경제·문화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어 지방에서 많은 청년들이 올라오지만 사회 초년생이 부담하기에는 거주 비용이 높아 공유 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공유 주택이라고 하면 1인 가구를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살거나, 조합을 만들어 직접 아파트를 짓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공유 주택에 2, 3인 가족이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








공유 주택의 특징 중 하나는 커뮤니티다. 건물 내에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이 유휴 공간이 되지 않도록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끼리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공유 주택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결과를 보면 거주자들이 커뮤니티 형성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념과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인 공유 주택은 사정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주택 부족, 비용 등 외부 요인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별로 없어 커뮤니티 형성이 어렵다. 또한 일상이 바쁘고 자극이 많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타인과의 연대보다는 자신만의 시간이라는 의견도 있다.




함께 산다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과 사적 공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건축을 통해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오픈 워크숍The Open Workshop’은 앞으로 공유 주택은 개인과 집단 모두가 살고 싶은 방식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공유 주택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통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즉 앞으로 공유 주택은 개인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공간이자 개인과 집단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공간이어야 한다. 많은 건축가와 기획자들이 공유 주택 내 사적 공간과 공용 공간의 연결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이유다. 앞서 소개한 오픈 워크숍도 그중 하나다. 오픈 워크숍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 베를린, 볼티모어 등 세계의 공유 주택 35곳을 조사하고 연구한 후 사적-공적 공간의 연결 유형을 다섯 가지로 제안한 전시  'House of Commons'를 열었다.








오픈 워크숍이 제안한 다섯 가지 연결 유형은 거주자의 특성, 개인과 집단의 연결성, 건물과 도시의 관계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설계하고 디자인했다. 예를 들어 십자형 공간을 연결해 확장한 공유 주택은 내성적 성격의 거주자에게는 사생활이 보장되는 구조이지만, 외향적 성격의 거주자에게는 타인과 교류하기 좋은 공간이 된다. 컨테이너를 활용해 공간의 역할과 구조를 유연하게 만든Room’ 유형은 각 컨테이너를 사적 공간, 보관 공간, 노동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도시의 공간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한편 정사각형, 십자형, 삼각형 같은 기본 도형을 건물과 도시 설계 구조에 적용한피겨스Figures’ 유형은 오픈 워크숍의 연구가 공유 주택을 넘어 도시 설계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픈 워크숍의 연구는 앞으로 공유 주택이 개인의 정체성은 물론,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의미와 역할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커뮤니티만을 강조한다면 결국 개인은 공유 주택을 외면하고 말 것이다. 반대로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면 공유 주택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다. 공유 주택은혼자 살고 싶지만 외롭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집이다. 앞으로 공유 주택은 이 말에 숨어 있는 거주자의 욕구를 잊지 않고 개인과 집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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