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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네트워킹, 로컬, 커뮤니티

집 짓는 방법 알려주는 비영리 단체

커먼 날리지

Text | Hey. P
Photos | Common Knowledge

불꽃 튀는 현장에서 익히는 용접술, 목재를 재단한 뒤 실측 도면에 따라 집 골조를 쌓는 목공술, 마당을 가꾸는 데 필요한 기계 사용을 습득하는 가드닝 수업···. 아일랜드 더블린 기반의 비영리 하우스 빌딩 단체 커먼 날리지는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도록 건축 전반에 관한 이론과 실전을 가르친다. 현재까지 400명 넘는 수강생이 다녀간 ‘DIY 건축학교’는 집을 주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요즘 세대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 Shantanu Starick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의 안전모를 쓴 이들이 능숙한 솜씨로 나무를 재단하고, 구조목을 세워 창틀을 완성한다. 스파크가 튀는 용접 현장에서는 강철 가공 기술을 배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목가구 제작과 콘크리트 주물 기술을 연마하기도 한다. 땀 흘려 고되게 습득한 기술은 개인 집은 물론 학교, 유서 깊은 코티지 하우스 등의 시공에 활용된다. 언뜻 시공업체 전문가들의 실습 같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집을 지어본 적 없는 일반인들이 모인 ‘집 짓기 수업’ 현장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자리한 비영리 하우스 빌딩 단체 커먼 날리지Common Knowledge 워크숍은 현장 전문가들을 초빙해 건축에 관한 유용한 기술을 가르친다.





© Nicola Henley




스파이더 히크먼Spider Hickman, 피온 키드니Fionn Kidney 4명이 모여 설립한 커먼 날리지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때에 출범한 단체다. 전대미문의 봉쇄령이 지구를 덮친 가운데 이들은 문명과 환경, 그 속에서 숨 쉬는 인간의 삶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이들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 지속 가능한 삶과 주택 부족 상황을 해결할 대안을 찾고자 회사를 설립했다.




기본 기술을 공유하고 유용한 자원을 만들며 집을 통해 모두의 삶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한 가정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이 거대한 일을 선뜻 배우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커먼 날리지의 ‘DIY 건축’ 수업을 수강한 사람이 400명이 훌쩍 넘었으니 말이다. 지역사회의 학교 건물을 짓는 5일짜리 '빌드 스쿨Build School' 수업은 향후 5월분까지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합판과 구조목을 이어 골조를 완성하는 기본적인 수업은 물론이고, 집 짓는 데 수반되는 소재와 특정 건축술을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였다. 유럽 가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회벽을 보수하는 방법을 석공 장인 도미닉 키오Dominic Keogh가 알려주며, 마당을 가꾸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계를 작동해보고, 한 번씩 기본적인 개념을 압축한 원데이 워크숍도 진행한다. 용접 기술은 물론 콘크리트 타일을 직접 제작해보는 주물 코스도 인상적이다.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단순한 기술을 연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을 통해 본인의 삶과 환경까지 돌아보게 된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집을 짓는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과정을 경험하면서 집을 구성하는 마감재와 주변 자연환경까지 돌아보게 되었다.








커먼 날리지에서 건축술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주제다. 이곳에서 기술을 습득한 이들은 돌아가 자신의 집을 짓는 대신 건축 기술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수단으로 활용한다. 티긴의 작은 집(TIGÍN Tiny Homes)이 대표적이다. 아일랜드 마젠트 농장(Margent Farm) 안에 자리한 캐러밴 형태의 이 이동식 협소 주택은 수강생 120명이 협심한 결과다. 코르크 단열재, 천연고무 리놀륨 타일, 골판지 피복재를 사용하는 등 ‘탄소 배출 제로’에 도전하며 친환경 소재로 완성해 주목을 끌었다. 그 결과 <월페이퍼>가 주관한 2023 디자인 어워즈에서 ‘2023 라이프 엔핸서Life-Enhancer’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Shantanu Starick



© Shantanu Starick




“건축 기술은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지어 오랜 시간 머물 수 있게 해주는 탈출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일상적 건축 기술을 가르쳐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커먼 날리지 공동 대표 가드너의 설명이다. 그렇게 워크숍을 통해 완성한 4채의 협소 주택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최소 5 5,000유로부터 판매한다. 또한 건축 도면과 함께 믿을 수 있는 공급업체와 자재 목록, 가격표를 기재한 ‘툴 키트’를 출시해 일반인도 공정한 가격으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맞춤형 주택 비율은 2018년을 기점으로 19.5% 감소세를 보이며 이는 2000년 중반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짓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과 예상을 훨씬 벗어난 비용 때문에 고충을 토로하는데 이런 것이 고스란히 데이터에 반영된 셈이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 꿈꾸지만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집 짓기’에 관한 DIY 건축 전문 기관 ‘올드 월드 커스텀 홈즈Old World Custom Homes’는 말한다. “맞춤형 주택을 직접 짓는 것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일종의 투자다. 5년 이상 생활할 수 있는 장기적인 재정 및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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