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성에 모여 숲과 호수를 탐험하는 디자인 워크숍

VILLIV



FEATURE|feature

프랑스 고성에 모여 숲과 호수를 탐험하는 디자인 워크숍

프랑스 부아부셰 디자인 워크숍

Text | Jehoun Gim
Photos | Jehoun Gim, Leidy Karina Gomez Montoya

매년 여름마다 프랑스 남서부 시골에 위치한 부아부셰 영지에서는 스타 디자이너와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두가 자연과 하나 되어 창작에 몰두하는 특별한 디자인 워크숍이 열린다. 부아부셰 영지는 큰 개발 없이 버려져 있던 오래된 성과 건물을 일부 개조해 새롭게 탄생했다. 이들은 일주일간 새로운 삶의 관점과 창작의 의미를 찾아가며 온몸으로 자연을 만끽한다.





©CIRECADomainedeBoisbuchet




데스크 리서치와 디지털 작업에 익숙해진 현대의 디자이너들은 물리적인 작업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디지털 작업의 편리성과 효율성이 창작자들의 본질적 고민의 깊이를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도시와는 완전히 차단된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연의 재료를 활용해 디자인부터 건축, 패션, 쿠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워크숍이 있다.




친자연적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부아부셰에서의 일주일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박한 자연의 소중함과 창작의 즐거움을 되새.




퐁피두 센터와 같은 단체에 속한 비트라 뮤지엄 설립 멤버인 알렉산더 폰 페게작Alexander von Vegesack 1986년에 부아부셰 영지(Domaine de Boisbuchet)를 매입 디자인 워크숍을 열고 있. 전 세계 디자이너들을 위한 창작의 놀이터를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 재산을 털어 매입한 약 150만㎡(45만 평)의 토지는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시골 땅이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을 간 뒤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한 시간을 가야 하는, 도시와는 완벽히 격리된 청정 지역이다. 발상이 막혔을 때는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나무 밑에서 딴생각을 하는 등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철학대로 부아부셰 영지는 큰 개발 없이 버려져 있던 오래된 성과 건물을 일부 개조해 새롭게 탄생했다.







©CIRECADomainedeBoisbuchet






2023년 부아부셰 여름 워크숍은 ‘나무’를 키워드로 했다. 참가자에게는 자유롭게 주변의 숲과 호수를 탐험할 시간이 주어지고, 이들을 이끄는 초청 디자이너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연을 탐구해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발전시키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각양각색의 방법론과 목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프로젝트는 별다른 제약 없이 매우 자유로운 필드 리서치를 기본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자유분방한 프로세스에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참가자도 적지 않다. 클라이언트나 상사의 요청에 따라 작업하는 수동적 체계에 익숙해진 경우는 특히 이런 방식이 더 어색할 것이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누구든 무자비하게 자연에 내던져진다. 참가자들은 나무와 풀을 매만지고 맨발로 흙 위를 걷는 등 공감각적 체험을 하면서 새로운 감정과 경험에서 영감을 얻기 시작한다. 옷이 흙먼지로 더럽혀지고 발에 가시가 박히는 불상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그런 불편함은 도시의 일상을 벗어난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각자 영감을 얻은 참가자들의 본격적인 작업 공간은 컴퓨터 앞이 아닌 공방이다. 부아부셰 영지에서 줍는 모든 것이 재료가 될 수 있다는 한 스태프의 조언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뭇가지부터 땅에 버려진 동물 뼈까지 다양한 재료에 참가자들은 생명을 불어넣게 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모든 작업물은 부아부셰 영지의 인테리어 및 익스테리어 소품이 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들은 자연이 영감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전시장이 될 수도 있음을 몸소 보여준다. 실용적인 가구와 건축물부터 많은 생각을 자아내는 조형물까지, 곳곳에 자리한 역대 참가자들의 작업물은 주변 풍광과 어우러지며 자급자족의 매력 또한 느끼게끔 한다.







©CIRECADomainedeBoisbuchet




부아부셰 워크숍에는 특별한 참가 자격이 따로 없다. 술이 제공되고 소통이 가능해야 하기에 ‘영어 회화가 가능한 성인’이란 요건이 존재하지만, 그 외의 연령이나 국적, 경력 등에는 차별을 두지 않는다. 총괄 디렉터 마티아스 슈바르츠클라우스Mathias Schwartz-Clauss는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비로소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한데 합쳐져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믿는다. 또한 서로 다른 삶의 방식 속에서도 공통된 본질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기를 바라면서 다양한 주제와 참가자들을 포용하고자 한다.



그는 각각의 프로젝트가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만큼 작업의 결과물이 완벽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반 디자인 워크숍과 달리 참가자와 튜터가 함께 숙식하는 시스템 에서 서로 일상을 나누며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기를 기대한다. 그로 인한 새로운 경험, 그리고 그들 간에 형성된 네트워크가 일회성이 아닌 영구적 자산으로 자리 잡는 것이 알렉산더 폰 페게작 대표와 마티아스 슈바르츠클라우스 디렉터가 구상하는 이 워크숍의 궁극적 의의다.



잔디밭에 잠깐 눕더라도 돗자리를 까는 게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어색할 수밖에 없는, 가끔은 비위생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친자연적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부아부셰에서의 일주일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박한 자연의 소중함과 창작의 즐거움을 되새.




RELATED POSTS

PREVIOUS

화성에 지은 인류 최초의 디지털 하우스
3D 디지털 하우스 ‘Mars House’

NEXT

후각과 촉각을 더한 가구 컬렉션
테이크 유어 타임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