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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네트워킹,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볼캡 모자 위 한 뼘에 담은 커뮤니티 메시지

볼캡 브랜드 ‘웨글’ 외

대다수 미국인은 고가의 명품이나 브랜드 로고가 아닌 모자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 나아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드러낸다.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나 모교는 물론 단골 카페, 양조장 이름이 적힌 모자를 기분과 장소에 따라 바꿔 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 보유하고 있는 모자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타인의 시선보다 나 자신에 집중한다.






볕이 뜨거운 여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에만 모자를 쓰는 게 아니다. 미국인의 51%, 그러니까 어디를 가든 둘 중 한 명은 착용한다고 봐도 무방한 볼캡은 미국인에게 일종의 반려 물건이다. 모자를 패션으로 생각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인의 사고는 좀 더 유연하다. 앞머리 위 한 뼘 남짓한 공간에 로고와 타이포그래피를 담아 자신의 커뮤니티를 알리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공연히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낸다. 슈퍼볼 시즌에 캔자스시티 치프스 로고가 들어간 빨간 모자를 쓴다거나, 야구 시즌에영원한 우승 후보’ LA 다저스나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쓰는 것 이상이다. 모교 대학은 물론 자녀들이 재학 중인 학교 모자까지 열성적으로 착용하며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동네 마트, 직장 회식 자리에서도 다양한 모자가 눈에 띈다. 여간해선 같은 모자를 찾기 힘들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이쯤 되면모자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자에 정체성을 담는 미국의 독특한 문화는 18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주 지역, 즉 자신의 주를 고향으로 삼고, 출신지를 또 다른 헤리티지로 여겨온 이들에게 패션을 넘어 개인적 관심사, 출신 학교와 지역, 나아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데 볼캡만 한 상징적 아이템은 없었으리라. 지역과 동네 이름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으로 유명한 모자 브랜드 후드 해트Hood Hat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이애미의 코코넛그로브, 하와이의 마우이, 유타주의 파크시티 등 유명한 미국 동네들을 재조명한로잉 블레이저Rowing Blazers’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뉴욕 브루클린의 공공 주택마시 하우스Marcy Houses’ 출신 가수 제이 지는 자신의 연고지를 모자에 새겨 출신지를 헤리티지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모자에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는 아웃도어 브랜드 웨글Waggle에서 정점을 이룬다. 2018년 미 중부 미네소타주를 거점으로 출범한 이 아웃도어 브랜드는 지난 1~2년 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 시즌 70종이 넘는 모자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지역 특성에 기반한 독창적 디자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고유한 디자인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모자의 헤드보드 부분이 빳빳하게 각이 잡힌 스냅백snapback에 지역의 상징적 동물, 스포츠 팀 로고 등을 담아 구매욕을 자극한다. 미네소타주의 농경지와 호수가 많은 지역의 특성을 담은 에이커스 트러커 해트, 보트 패들을 닮은 업힐 패들 해트, 캠핑족을 위한 그릴 마스터 해트, 이 외에도 히비스커스, 도마뱀, 수탉, 호수, 아이오와주 지도를 모티프로 한 모자 등 개인 취향에 따라 골라 쓰고 싶은 독창적인 디자인이 가득하다. “고객이 그 모자가 자신을 위해 제작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듭니다. 모자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브랜드 창업주 트래비스 베이커Travis Baker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고객이 그 모자가 자신을 위해 제작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듭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모자, 나만의 개성을 담은 희소성을 극대화한 모자를 선보이기 위한 웨글의 노력은 커스텀디자인 서비스에서 읽을 수 있다. 모자를 최소 250개 주문해야만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는 각 도시나 학교, 커뮤니티 기반의 하키 팀 등 다양한 단체에서 매 시즌 이용이 끊이질 않는다. 원하는 로고나 팀명으로 디자인한 이 한정판 모자는 제작하기 무섭게 지역 맘 카페, 소셜 미디어, 자선 단체 행사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완판된다. 모자 하나 가격은 35~50달러 정도다.


글로벌 조사 기관 코그니티브 마켓 리서치Cognitiv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4억 개 이상의 볼캡이 판매된다. 2024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19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34년까지 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6.3%. 이렇게 보면 모자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손쉽게 드러낼 수 있는 물건인 셈이다. 유명인들이 쓰는 볼캡을 따라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올봄에는 나와 커뮤니티를 드러내는 모자 하나쯤 써보는 건 어떨까.



Text | Nari Park

Photos | Wa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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