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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네트워킹, 커뮤니티, 힙스터

공원에서 펼쳐지는 1300개 케이크의 향연

케이크 커뮤니티 ‘케이크 피크닉’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술관 ‘더 레전드 오브 아너’ 앞 잔디밭에는 1300개가 넘는 휘황찬란한 케이크가 진열되어 장관을 이루었다. 이처럼 수많은 케이크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케이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케이크 피크닉’이 열렸기 때문이다.






케이크 피크닉Cake Picnic 202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커뮤니티 모임으로, ‘No Cake, No Entry’라는 슬로건에 따라 무조건 홀 케이크를 가져와야 입장할 수 있다. 직접 만든 케이크도 좋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케이크도 상관없다. 그래서 행사 당일에는 수백 명이 케이크 박스를 들고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광경이 펼쳐진다.


참가자들이 가져온 케이크는 대형 테이블에 진열된다.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가 끝나면 케이크를 먹기 전에 먼저 아름답고 때로는 독창적인 케이크를 구경하고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이때 어떤 케이크를 맛볼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 탐색전이 끝나면 정해진 시간 안에 그룹별로 먹고 싶은 케이크를 박스에 담는다. 케이크 애호가들이 모인 자리이기에 케이크 조각의 크기보다는 더 다채로운 맛의 케이크를 담는 데 욕심을 낸다. 케이크를 마음껏 담은 뒤에는 테이블 앞에 마련된 공간에서 피크닉 매트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각자 담아 온 케이크를 나눠 먹는다. 사람들은 케이크와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목을 다지고 휴식을 취한다. 케이크라는 주제 하나로 인종, 성별, 나이, 직업 등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이다.


긴 테이블에 가득 채워진 케이크는 모인 사람만큼이나 개성이 넘친다. 시폰 케이크, 러시아 허니 케이크, 머랭 케이크 등등 케이크 종류와 맛은 물론이요, 디자인도 다양하다.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레시피로 만든 케이크를 가져온 사람도 있고, 비건과 글루텐프리 케이크 등 건강을 위한 케이크를 가져온 사람도 있으며, 실험적인 디자인의 케이크로 눈길을 끈 참가자도 있다. 케이크 피크닉의 주최자이자 베이킹이 취미인 엘리사 숭가Elisa Sunga는 케이크 피크닉에서 영감과 자극을 얻는다고 밝혔다. “케이크 피크닉을 열 때마다 마치 케이크 미술관에 온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케이크를 보고 맛보면서 나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아이디어에 자주 놀라요. 케이크를 굽는 사람에게는 이 점이 가장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 UX 디자이너로 일하는 숭가는 케이크를 구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부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케이크가 단순히 디저트를 넘어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걸 경험했다. 그렇지만 케이크 피크닉은 그저 다양한 케이크를 마음껏 먹어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커뮤니티 앱에 각자 케이크를 가져와 나눠 먹으며 친목을 다지고 싶다는 글을 남겼는데, 100명이 넘는 사람이 관심을 표현했다. 점차 늘어나는 사람 수를 보고 숭가는 계획을 변경했고, 첫 번째 케이크 피크닉엔 183명이 참가했다. 이제 케이크 피크닉은 샌프란시스코, LA, 뉴욕은 물론 영국 런던에서도 열리는 등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는 총 1387명이 참석했다. 케이크 하나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고 주최자 숭가는 물론 사람들이 놀랐다. 심지어 케이크 피크닉에 참석하려고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도 있고, 유명 베이커리 셰프도 자기가 만든 케이크를 가지고 참석한다. 케이크 피크닉 참석자들은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관심사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즐거워요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별한 연결 고리가 없어도 취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모여서 생각과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 최근 변화한 커뮤니티의 특징이다. 거주지, 직장 같은 조건을 중심으로 모여 나이, 성별 등을 중요하게 여기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커뮤니티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타인과 느슨한 관계를 맺는다. 특히 이 관계에선 나 자신이 제일 중요한 중심축이 된다. 숭가는 푸드 매거진 <체리 봄브Cherry Bombe> 팟캐스트에서 케이크 피크닉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기쁜 일을 선택하고,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해요. 케이크 피크닉은 자신의 기쁨과 행복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그것을 함께 실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케이크 피크닉의 한 참가자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케이크 피크닉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과 즐기는 큰 피크닉 같아요라며, 모르는 사람과 함께 케이크를 먹으며 무언가를 축하하는 분위기 자체가 일상의 한 단면 같다고도 말했다.



자신의 기쁨과 행복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그것을 함께 실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케이크를 나눠 먹고 마음을 나누는 건 어쩌면 케이크라는 디저트의 힘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케이크 피크닉 행사 사진을 보면 규모에 상관없이 파티처럼 느껴지고,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케이크 피크닉에 참가한 한 베이커리 셰프는 케이크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케이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생일뿐 아니라 목표했던 것을 달성했거나, 삶에서 중요한 순간을 기념할 때처럼 기쁘고 축하할 일이 있을 때 항상 케이크를 먹기 때문이에요. 케이크는 일상의 기쁨을 나타내요.” 케이크 피크닉이 수백, 수천 명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맛있는 케이크를 마음껏 먹는 경험은 물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걸 나눴을 때의 달콤함과 일상의 기쁨을 누리는 행복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Cake Pic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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