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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의 사진가가 포착한 집

매그넘 포토스 전

Text | Eunah Kim
Photography | Magnum Photos

매그넘 포토스 소속 16명의 작가가 집을 주제로 한 글로벌 순회전 을 선보이고 있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밀라노에 이어 서울과 부산에서 5월 8일까지 이어진다.



Elliott Erwitt. New York City. USA. 2017. (c)Elliott Erwitt_Magnum Photo.._



참여 작가 엘리엇 어윗, 데이비드 앨런 하비, 알렉 소스, 마크 파워, 토마스 드보르작, 알렉산드라 상기네티, 안토니 디아가타, 요나스 벤딕센, 게오르기 핀카소프,히로지 쿠보타, 알렉스 웹, 치엔치 창, 모이세스 사만, 트렌트 파크, 올리비아 아서, 알렉스 마졸리는 본래 세계 각지의 사건 사고를 쫓던 포토 저널리스트들이다.



집의 위치나 생김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집과 관계 맺는 방식임을, 작가들은 작품과 삶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중 일부는 현재 자신이 사는 집으로, 혹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시장에 걸린 총 186점의 사진은 서사가 있는 시리즈인 것도 있고 자연과 인물 초상을 교차해 이질감을 부각한 의도가 엿보이는 것도 있다. 매그넘 포토스의 큐레이터 폴린 베메르 Pauline Vermare는 전시 소개문에서 집을 주제로 삼은 데 대해 집이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평화로운 안식처가 떠오르죠. 내가 안전함을 느끼고 사랑받고 이해받는 보호막”이라며, “가장 섬세하면서도(delicate) 보편적인 주제이기에 다양한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한다.




PERU. September, 2017. © Moises Saman / Magnum Photos



16명의 작가는 16개 다른 작업을 선보였다. 모이제스 사만 Moises Saman은 그가 태어난 페루로 돌아갔다. 각각 페루와 스페인 국적의 부모님을 둔 그는 스페인계 미국인이면서 중동에서 활약하다 현재는 일본에서 활동 중이다. 그에게 페루는 자신이 누군가에 답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곳이나 여전히 잘 모르는 곳, 친숙함과 이질성이 공존하는 장소다. 그는 ‘내 집을 찾기 위해 필요한 집’이라고 말한다.




Alessandra Sanguinetti. The closet, 'Home' Project. Argentina. 2017. (c).._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알레산드라 산귀니테니 Alessandra Sanguinetti에게도 집은 고정된 하나의 주소가 아니다. 그녀에겐 자신이 태어난 아르헨티나와 현재 사는 캘리포니아 모두가 집이다. 이번 주제에 대해 알레산드라는 자신의 가족이 지난 40년간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집 구석구석에 남은 세월의 흔적을 담았다. 금이 가거나 부서진 조각들뿐 아니라 어머니의 깊게 팬 주름이나 등도 들여다봤다. 작품 설명글에서 그녀는 말한다. “이 사진들은 제 어린 시절을 반추하기 위한 게 아니에요. 물론 행복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 기억들에 작별을 고하는 과정에 가까워요. 나와 부모님이 나이 들어간 그 세월을 보내면서, 아파트라는 집이 가진 현재 그대로의 그 모습을 담았어요.”




GB. Brighton. September 2017. (From ‘HOME’) ©Mark Power/Magnum Photos



영국의 마크 파워 Mark Power에게도 집은 매우 사적인 공간이다. “집이란 상당히 추상적인 콘셉트죠. 해외여행을 다니면 영국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영국에 오면 현재 사는 브라이턴을 집이라 칭할 것이고요. 브라이턴에 오면 아마 내가 사는 집을 집이라고 여길 겁니다.” 그리고 그의 브라이턴 집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마침 한창 전시를 위한 사진 작업을 하던 시기는 딸 칠리가 런던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나는 시기와 맞물렸다. 마크는 자신의 길을 향해가는 자식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19년간 내 집의 ‘소중한 일부’였던 딸이 떠나가는 아쉬움을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 모습으로 담았다.

그런가 하면 엘리엇 어윗 Elliott Erwitt은 자신의 집이 있는 이스트 햄프턴에서 반려견과의 일상을 발랄하게 포착하기도 했다. “저에게 집이란 내가 사는 곳이자 일하는 곳이죠. 저는 목욕보다 샤워하는 부류니까, 제가 샤워를 하는 곳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사진에 대한 자기 생각을 더한다. “사진은 그 대상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대상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결국 사진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은 결코 답을 제시하는 전시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거로 충분한 주제다. ‘당신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말에 작가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나의 ‘삶’이라고 답했다. 사진과 삶의 연장선 어디쯤 그들의 집도 놓여있지 않을까? 집의 위치나 생김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집과 관계 맺는 방식임을, 작가들은 작품과 삶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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