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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유쾌한 합정동 식탁으로의 초대

소셜 다이닝 ‘목금토 식탁’ 대표 이선용

Text | Kakyung Baek
Photos | Siyoung Song

뉴욕 금융권에서 일하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요리사와 소믈리에로 활동한 이선용 대표. 전방위적 행보의 주인공답게 에너지 넘치는 그가 운영하는 공간에는 직접 빚은 도자기 그릇과 영화 의 사연이 깃든 50년 된 빈티지 테이블, 그리고 언제나 낯선 사람들이 있다. 그녀가 신은 노란색 반스 슈즈처럼 목금토 식탁에서 일어나는 유쾌한 순간에 관해 물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합정동에서 목금토 식탁이라는 요리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함께 요리하고 다 같이 즐기는, 쿠킹 클래스와 소셜 다이닝을 접목한 공간이에요.



목금토 식탁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네요.

처음에 이곳을 열 때 혼자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초반에는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일단은 직원을 두지 않기로 한 거죠. 이렇게 생각을 굳히고 나니까 일주일 내내 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제가 미국에서 요리사를 해봤기 때문에 요리를 준비하고 대접하고 같이 먹고 설거지하고 치우는 일련의 과정이 엄청난 노동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액티비티를 즐기는 날은 대체로 목∙금∙토요일에 몰려 있잖아요. 그래서 목, 금, 토 3일만 해야겠다 마음먹고 나니 직관적으로 이 이름이 떠오른 거죠.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액티비티를 즐기는 날은 목∙금∙토요일에 대체로 몰려 있잖아요. 그래서 목, 금, 토 3일만 해야겠다 마음먹고 나니 직관적으로 이 이름이 떠오른 거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히려 커뮤니티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것 같아요.

맞아요. 코로나19 사태 초반에 대기업들이 줄줄이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했잖아요. 그 전에 이미 예약한 분들이 목금토 식탁에 모인 적이 있어요. 다들 너무 오랜만에 사람을 만난다며 무척이나 반가워했어요. 왠지 모르게 짠하더라고요.



뉴욕 증권가에서 일하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서 요리사와 소믈리에로 일하셨어요.

경영학을 전공하고 증권가로 진로를 정한 것은 그때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어요.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직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금융은 제게 맞지 않는 옷 같았어요. 금융 위기를 계기로 회사에서 크고 작은 분란을 겪으며 사람들이 돈 앞에서 자기를 잃어가는 모습도 봤죠. 상사들이 싸우는 걸 보면서 ‘언젠가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위해 저렇게 싸울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봤는데, 역시나 좋아하는 걸 해야겠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남들보다 요리를 잘하는 거예요.(웃음) 막연하지만 그때부터 ‘요리사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키워왔어요.



전방위적인 뉴욕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한국에서 목금토 식탁을 연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치 동굴 끝에서 빛을 본 것처럼 혼자서 요리를 배우러 다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뉴욕에 지금의 목금토 식탁처럼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요리하는 수업을 하는 곳이 꽤 많았죠. 와인 숍에서 기획한 수업이었는데, 스페인 요리를 배우면서 와인 숍에 있는 스페인 와인에 대한 스토리도 듣고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저는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열고 싶진 않았어요. 뉴욕에서 경험한 소셜 다이닝을 해보겠다고 지인들에게 말하니까 한국에선 그런 거 안 된다며 만류하더라고요.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긴 싫었어요. 초기 투자 비용만 감수하면 되겠다 싶어서 이 공간을 열었는데, 잘돼요. 생각보다 좋아해주시는 분이 많아요.









클래스는 어떤 식으로 기획하나요?

웬만하면 제철에 어울리는 음식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쉬운 요리이지만 다른 쿠킹 스튜디오에서 많이 안 하는 요리, 예를 들면 이번 달에 만든 달걀노른자가 반숙으로 들어간 라비올리요. 혼자서 운영하니까, 재미있겠다 싶으면 즉흥적으로 수업을 기획해요. 최근에는 시금치를 넣어서 구운 그리스식 파이인 스파나코피타를 만들었는데 오레가노라는 허브 대신 비슷한 느낌의 향이 나는 냉이를 넣어서 만들었어요. 정말 맛있었고 반응도 좋았죠.



지금 앉아 계신 공간에만 유독 빛이 잘 드네요.

여기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대형 냉장고를 수납할 공간을 만들면서 독립된 공간이 생겼어요. 주로 보는 요리 관련 책과 테이블을 갖다 놓고 사무실처럼 활용해요.



목금토 식탁을 어떤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나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요리가 쉽고 재미있다. 나도 집에서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었어요. 가능한 한 저의 취향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죠. 예전에 미국에서 인테리어 전문가가 안 팔리는 집을 다시 디자인해서 파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전문가는 의뢰인에게 집 안의 가족사진을 다 치우라고 했어요. 너무 개인적인 물건이 보이면 사람들이 내 공간으로 상상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목금토 식탁도 누구나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으로 느끼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시각적인 콘셉트는 거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일임했고 제가 정한 것이라곤 공간 중앙에 예쁘고 기능 좋은 오븐을 놓은 것뿐이에요.








오븐에 중요한 의미가 있나 봐요.

한국 요리는 대부분 오븐을 사용하지 않지만 미국의 전문적인 주방은 물론이고 소형 아파트에도 거의 다 오븐이 있어요. 6인분 이상의 요리를 할 때 특히 오븐이 편리해요. 지금 쓰는 라꼬르뉴 1908은 한국에서 공식 판매하기 전부터 눈여겨본 오븐이에요. 기능과 디자인이 심플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오븐도 이 회사 제품을 모티브로 할 만큼 아름답죠.



1년 반 동안 이곳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요?

모임에 참석한 분 모두가 혼자 신청해서 오셨던 적이 있어요. 대체로 두세 명씩 함께 오시는데 이날은 처음으로 각각 혼자서 오셨던 거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직업도 다양한 여성분들이 모인 거예요. 여자 일생 50년 동안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얘기했죠. 제가 꿈꿨던 최고의 순간을 맞은 날이었어요.




“집에 다이닝 공간을 만든다면 조명을 낮게 다는 걸 추천해요. 서로의 얼굴은 약간 어둡게 보이고 오히려 음식을 환하게 비추면 대화하기에 편한 분위기가 조성돼요. 공간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테이블은 6인용 식탁이 좋아요.”




6인용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나요?

목금토 식탁에 들여놓은 시즈 브라크만Cees Braakman의 50년 된 빈티지 테이블도 6인용이에요. 집에서 우연히 영화 <노팅 힐>의 한 장면을 보았어요. 휴 그랜트가 여동생 생일 파티에 줄리아 로버츠를 초대했죠. 서로 어색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들은 오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눠요. 딱 이런 상황이 목금토 식탁에서도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6인용 식탁을 들였어요. 8인용이라면 4명씩 그룹이 나누어질 수도 있어요. 6명은 나뉘기 애매해서 어쩔 수 없이 모두가 함께 대화에 참여하게 되죠. 여러모로 괜찮은 숫자이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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