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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탑동 어느 지하에서 꿈틀대는 이발소

애프터선데이클럽 권준혁 대표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비밀스러운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니 이국적인 인센스 향이 강하게 새어 나왔다. 애프터선데이클럽의 문을 열자마자 나타나는 전시장에는 커다란 캔버스들이 웅장하게 걸려 있고 복도 안으로 걸어가자 브루클린의 어느 골목에서 볼 법한 바버숍이 나타났다. ‘대체 여긴 뭐 하는 곳이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 애프터선데이클럽 권준혁 대표가 명쾌하게 한마디로 공간을 소개했다. “목욕탕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애프터선데이클럽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저는 크리스천이라 매주 일요일에 교회를 다녀오는데 그때의 마음가짐이 일주일 내내 지속되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첫 번째 의미는 저를 포함한 모든 크리스천에게 한 주를 일요일처럼 살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많은 사람이빨리 주말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잖아요. 5일의 평일을 단 이틀의 주말만 기다리는 게 보기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평일도 주말만큼 가치 있는 날이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애프터선데이클럽Aftersundayclub’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바버숍, 전시 공간 등 여러 기능의 공간이 애프터선데이클럽에 공존하는 방식은 무엇인가요?

쉽게 말씀드리면 애프터선데이클럽은 머리를 자르는 바버숍이 있고 전시나 공연을 하는 공간, 촬영 스튜디오,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돼요. 세 공간은 매일을 어떻게 가치 있게 살까라는 질문을 공통 분모로 삼고 있죠.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소개할 때도 있지만 사실 목욕탕 같은 곳이에요. 목욕탕에서는 텔레비전으로 영화도 볼 수 있고 음료를 마실 수도 있고 머리를 자를 수도 있죠. 뭔가 격식을 차리고 가는 곳이라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애프터선데이클럽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용현 포토그래퍼와 함께 오랜 기간 고민한 끝에 만들었어요. 그 친구와 항상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동네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였죠. 이곳을 열기 전에 동네 친구들과 안 입는 옷을 모아 작은 이벤트를 열고 거기서 나온 수익금을 공익 목적으로 기부하기도 했고요. 이후에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더라도 공간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프터선데이클럽을 열게 됐어요.



서울이 아닌 분당의 야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몇 지역을 후보군에 넣고 찾다가 야탑으로 오게 됐어요. 백현동, 정자동, 야탑동 위주로 찾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상업적이지 않으면서 동네 사람들이 충분히 많은 지역이 야탑동이더라고요. 저도 서울에 자주 가는데 매번 갈 때마다 집이 멀어서 돌아올 걱정부터 앞섰어요. 그것이 왜 우리 동네에는 내가 찾는 곳이 없고 서울에만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번지더라고요. 제가 자란 분당 백현동이 좋은 동네라고 생각하는데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하려면 서울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사는 동네에도 재미있는 장소가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많은 사람이 지하에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고민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별로 없었어요.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하기에 1층은 경제적 여건상 어려울 거라 생각했어요. 지하라면 좀 더 크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또 역사적으로 봤을 때 무언가 새로운 변화는 지하에서 꿈틀거리곤 하잖아요. 지상에서는 저희를 볼 수 없지만 애프터선데이클럽은 안 보이는 곳에 존재하면서 흥미로운 일을 벌이죠. 그런 느낌이 마음에 들었어요.




무언가 새로운 변화는 지하에서

꿈틀거리곤 하잖아요. 안 보이는 곳에 존재하면서

흥미로운 일을 벌이죠.”




바버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많은 손님이 처음에 오시면 알아서 잘라달라고 말씀하세요. 그중 어떤 손님은 처음에 그렇게 말씀하셨다가 다음번에 올 때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잘라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스타일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었고 그 이후에 오셨을 땐 거의 제가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매우 상세하게 원하는 스타일을 말씀하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 이 분야에 더 관심을 갖도록 제가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마스크 안에서 미소 지으며 커트했던 기억이 나요.



손님에게 스타일을 제안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헤어스타일은 정말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손님이 어떤 삶을 사느냐예요. 머리를 손질할 만한 시간이 있는지, 능숙하게 잘할 수 있는지, 주로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는지 등 삶의 패턴에 따라서 헤어스타일을 제안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손님이 늘 외출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한데 시간을 많이 들여 매만져야 하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면 시간을 단축시키는 헤어스타일을 제안하는 식으로요.








애프터선데이클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사실 이곳을 만들 때부터 어느 하나 애정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계단을 따라 입구로 내려오자마자 있는 복도예요. 제가 출근해서 손님 같은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올 때가 많아요. 폭이 높아서 조금 불편한 계단을 다 내려오면 복도, 현관 등이 하나씩 눈앞에 나타나죠. 그 상반되는 분위기의 공간을 제일 좋아해요.



전시 공간을 거실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뜻이 있나요?

거창한 이름 짓는 걸 어려워해요. 애프터선데이클럽에서 가장 큰 공간이라서 거실이라고 불러요. 제가 일하는 바버숍은 제 방이고 스튜디오는 작업실이라 할 수 있죠. 또 제가 초대해서 온 친구들, 작가들을 소개하는 공간이라 응접실의 의미까지 담아서 거실이라 부르게 됐어요.








전시에 초대하는 작가는 직접 선정하나요?

제 주변에 있는 작가들을 우선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서울에도 정말 잘하시는 작가가 많지만 제 주위에도 충분히 멋진 작업을 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전시 역시 애프터선데이클럽의 취지에 맞게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 위주로 선정해요. 최근에 열린 전시 <땅 죽이기, 땅 키우기, 땅 고르기>는 제가 좋아하는 팀, 덤불의 전시였어요. 땅과 관계 맺는 방식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내용이었죠.



좋은 집을 포함해 좋은 공간이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전에도 메모해두었는데요, 제게 좋은 공간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좋은 공간에 가면 생각이 멈춰 있지 않고 계속 새로운 것이 떠오르잖아요. 이를테면 영감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앞으로 애프터선데이클럽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나요?

애프터선데이클럽이 현재는 공간 이름이지만 저는 일종의 정신이라고 봐요. 김용현 포토그래퍼와 얘기할 때도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이어 나가진 않더라도 우리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요. 좀 더 먼 미래에는 샐러드 가게와 미용실을 같이 해보고 싶기도 해요. 또 전시장을 1층으로 올려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예술이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맥주를 마시면서 쉽게 즐길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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