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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이 일어나는 이태원의 소규모 공유 오피스

썬트리하우스 이지현 대표

Text | Dami Yoo
Photos | Hoon Shin
Film | Jaeyong Park

금종각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지현 대표는 “디자인을 하면서 금융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각종 세금에 얽매이겠다”는 포부를 내비쳐온 디자이너다. TV 광고 회사를 다니다 돌연 네덜란드로 떠난 뒤 한국에 돌아와 이태원에 건물 한 채를 통 크게 매입하고 공유 오피스 썬트리하우스를 열었다.








4 동안 TV 광고 회사를 다니다 돌연 네덜란드로 떠났어요.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어요. 인생에 변화를 주려면 머무는 장소나 만나는 사람을 바꾸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여러 나라를 물색해봤죠. 미국, 유럽, 동남아 등 그동안 여행이나 출장으로 다던 나라 헤아려보다가 네덜란드가 제게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역으로 성장한 국가라 그런지 사람들이 개방적이고 성격도 밝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또 네덜란드인은 영어를 잘하지만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소통하는 데 부담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디자이너로 배우고 느낄 점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네덜란드가 적합했어요.




이지현 제공




네덜란드에서 맞이한 변화는 어땠나요?

학교나 직장이나 어떤 특별한 연고지를 마련하고 간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 심심했어요. 하루에 카페를 두 곳씩 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단골 카페를 만들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유 오피스를 알아봤어요. 지역의 크고 작은 공유 오피스를 다 가봤는데 눈에 띄는 한 곳이 있었어요. 그곳 분위기가 저와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웹사이트에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하는지에 대한 소개 글이 적혀 있어서 기대되는 면도 있었죠. 실제로 소규모 공유 오피스가 맺어주는 긍정적인 관계와 에너지가 확실히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구성원 전부 저처럼 외국인이었는데 그들과 종종 나누는 스몰토크가 많은 도움이 고요. 사소하게 안부를 나누는 것부터 일에 관해 아리송 부분에 대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으니까요. 당시에는 제가 공유 오피스를 열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에서 받은 인풋이 썬트리하우스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봐요.




소규모 공유 오피스가 맺어주는 긍정적인 관계와 에너지가 확실히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썬트리하우스를 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에 들어오니 작업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집에 작업 공간이 있었지만 미팅도 하고 때로는 협업하는 경우도 있으니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공유 오피스에 들어갈지, 친구들과 공간을 나눠 사용할지, 아니면 작은 공간을 구해 혼자 쓸지,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그런 와중에 우연히 알게 된 은행원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아주 큰 결심을 하면 고유의 공간을 가질 수 있을 거야.” 그게 결정적 계기였어요.










건물을 보러 다니는 과정은 어땠나요?

우선 건물의 컨디션을 잘 판단하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함께 할 건축사 6개월 동안 보러 다녔어요. 만약 접근성이 중요했다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상권을 찾 텐데, 오피스로 사용할 목적이다 보니 깊은 골목에 위치한 건물도 괜찮았. 이곳은 이태원, 경리단길 사이에 있어서 문화적인 인풋도 풍성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감돌아요. 낮에는 해가 깊이 들고, 옥상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결정했. 비용도 골목 안쪽에 자리해 있어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건물을 계약하는 날은 금융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각종 규제에 얽매이길 바란다금종각의 깊은 뜻을 실현한 순간으로 큰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가슴속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건물을 계약한다는 게 성취라기보다는 정말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엄연히 말하면 제가 자처해서 짊어진 리스크죠.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면서 해야 할 수많은 결정, 제가 원하는 방향과 사용들의 욕구를 조율하는 것 등 비로소 본격적인 난관을 쳐 나갈 시간이 된 거예요.










채도 높은 컬러가 조화를 이루는 썬트리하우스의 분위기는 대표께서 평소 입는 옷이나 사용하는 물건, 디자인 작업물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제 취향이 담겨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교집합을 찾았어요.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저의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국내외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재미있는 아이템을 열심히 찾았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일하는 데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가장 컸죠. 책상을 몇 개 배치하고 어떤 사이즈로 선택하고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하는 것이 의외로 쉽지 않았어요.








큰 결심을 한 만큼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는 데서 고려할 것이 많았을 것 같아요. 어 오피스가 아니라 비즈니스니까요.

경제성을 따져보면 오픈 데스크 시스템이 효과적이에요. 가령 10개의 좌석이 있으면 30명까지 가입자를 받는 거죠. 그러나 저는 썬트리하우스 이자들이 공간에 일련의 소속감을 갖고 마음 붙일 수 있는 장소가 되길 원해요. 그래서 각자 고정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고, 책상도 가능한 한 큰 사이즈로 들여놓았어요. 또 지정석 외에도 별도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많이 마련했어요. 3층이나 루프에서 워크숍이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죠. 조만간 사람들을 모아 전통주를 여러 병 놓고 맛보는 이벤트 진행할 계획이. 이렇게 일뿐 아니라 개인적인 관심사도 투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장소가 되길 바라고.





이지현 제공




웹사이트를 보면 어떤 사람들이 썬트리하우스를 이용하는지 알 수 있네요.

그건 네덜란드에서의 경험에서 비롯한 거예요. 공유 오피스를 찾아볼 때 웹사이트에 게재된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면서 막연한 흥미나 호기심이 아니라, ', 이 사람에게는 이걸 물어볼 수 있겠구나’, ‘저 사람과는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구나’ 하는 구체적인 기대감이 들었거든요. 썬트리하우스도 소규모 공간이기 때문에 용자들 오가며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질 텐데, 정보를 통해 대화의 초석이 만들어지면 좋잖아요. 또 내가 사용할 공간을 어떤 사람과 나누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마음도 훨씬 편해지.








썬트리하우스 이용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직업으로 따져보면 디자이너, 에디터, 프로듀서 등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활동하는 분이 많아요.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는 분도 있고요. 인상적인 것은 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신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태원에 거주하는 분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동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여쭤보니, 오히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서 출근하는 기분도 들고, 주변에 재미있는 공간이 많아서 기꺼이 찾아올 용의가 있다고 하더라고.








꽤 오래전부터 여행자들과 집 일부를 공유해 살고 계시죠. 심지어 손님들을 위해 신혼집을 개조하기도 했고요. 자신의 공간을 누군가에게 내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이렇게 공유 공간을 계속 늘려나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과 내 경험 확장시키는 것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한 거죠. 집을 공유하며 경험한 재미있는 일화가 정말 많거든요. 제가 어떤 공간을 혼자서만 사용한다면 무척 편하겠죠. 반면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공간을 나누는 행위는 제 가치관에 많은 변화를 일으켜. 다양한 생활 방식을 직접 목격할 수 있고 이로써 평소 가졌던 편견을 돌아볼 수 있죠. 심지어 저희 집 고양이들 성격 변하더라고요.(웃음) 지속적인 자극은 제게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트리거가 돼요. 경험이 제게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썬트리하우스도 큰 불안감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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