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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노마드, 커뮤니티, 큐레이션

부다페스트 전체를 삶의 무대로

브로디랜드 BrodyLand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s provided by BrodyLand

영국 런던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던 피터 그룬드버그 Peter Grundberg와 금융업에 종사하던 윌리엄 고시어 William Gothier는 200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 건물을 매입해 객실 4개에 살롱을 갖춘 부티크 호텔 브로디 하우스 Brody House를 시작했다. 헝가리의 유명 작가인 브로디 산도르 Brody Sandor의 이름을 딴 거리에 건물이 있어 호텔명도 작가의 이름을 차용했다.







“브로디랜드가 가진 차별점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커뮤니티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상의 ‘나라(land)’에 방문해 머물고 있다는 콘셉트를 도입했다는 거죠.”



창업자 당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와 예술에 관심 있는 이들이 편안하게 머물 장소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처음 시작한 브로디 하우스는 객실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아티스트가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해 개장 당시부터 이목을 끌었다. 더 나아가 영국과 달리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여 형성하는 회원제의 멤버스 클럽 혹은 커뮤니티 문화가 부족했던 부다페스트에 멤버 살롱을 선보이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작은 성공에 힘입어 이후 바와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겸한 브로디 스튜디오 Brody Studios, 단기 및 장기 입주자용 레지던스인 브로디 16 Brody 16, 장기 입주자용 레지던스인 더 리빙 쿼터스 the Living Quarters 그리고 장기 임대용 단독 주택인 라이터스 빌라 Writer’s Villa를 부다페스트 시내 중심지에 차례로 열었다. 그러나 단순히 규모를 키우거나 성격과 기능이 다른 시설을 다양하게 선보이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모두 근거리에 위치한 데다 인근에 국립박물관, 예술대학 등 문화 시설이 있는 이점을 살려 부다페스트라는 도시 전체를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브로디랜드라는 큰 틀 안에서 내가 머무는 곳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내가 살아보고 경험해볼 무대로 삼을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율리아 존트 Julia Csonth 브로디랜드 홍보 담당자는 “커뮤니티가 대세로 자리 잡다 보니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는 곳은 많아요. 브로디랜드가 가진 차별점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커뮤니티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상의 ‘나라(land)’에 방문해 머물고 있다는 콘셉트를 도입했다는 거죠”라며, “누구든 브로디랜드에 발을 들이면 공연, 시 낭독회, 전시회를 비롯한 문화 행사에 참여하고, 워크숍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죠. 또 바나 레스토랑을 이용하며 기분전환을 할 뿐 아니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함으로써 부다페스트 시내 거리 구석구석을 탐험해볼 수도 있습니다”라고 브로디랜드를 설명한다.








이러한 콘셉트를 살려 멤버십도 기존과 같이 가입 혹은 탈퇴하는 방식이 아니라 브로디랜드에 입국하는 ‘비자 visa’를 발급받아 레스토랑 및 클럽 라운지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관심 있는 행사를 선택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2009년 브로디 하우스의 문을 열 당시 100명도 채 안 되던 커뮤니티는 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모여 150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예술과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성별, 연령 등 어떤 배경이든 상관없이 브로디랜드의 비자를 발급받기 위한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한다.

내 집 혹은 내 생활의 무대를 물리적인 공간만으로 정의하던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간 새로운 대안을 브로디랜드에서 엿볼 수 있다. 집을 비롯해 내 삶의 토대로 삼을 수 있는 대상을 지금보다 더 넓힐 가능성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사고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기 좋아하는 곳을 고르고,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함께할 수 있는 장소와 사람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열린 마음과 눈, 그리고 호기심을 갖추자. 다양한 모습, 시각과 관점을 접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무대를 확장함으로써 내 집은 더 다채로운 모습을 띠고, 내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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