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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가 삶의 무대로

바르셀로나의 엘 테아트로 El Teatro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s provided by El Teatro

스페인 바르셀로나 동남부에 있는 엘 포블레노우 El Poblenou는 1960년대까지 방직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탈산업화를 비롯한 여러 변수로 인해 196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쳐 1000개 넘는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며 여느 산업 도시처럼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된다. 곳곳에 빈 공장과 창고가 속출했고, 스페인 정부는 2002년 ‘22@Barcellona’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환경 개선 작업을 진행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까다발 & 솔라-모랄레스 Cadaval & Sola-Morales가 작업한 ‘엘 테아트로 El Teatro’는 당시 도시 환경 개선 작업을 추진하던 상황을 유기적으로 대응한 공간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프로젝트가 5년 만에 1,0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하고, 3만 명 이상 고용 창출 효과를 내며 집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했다. 특히 엘 포블레노우를 IT 및 미디어를 비롯한 지식기반 산업의 거점으로 변화시키고자 한 만큼 스마트한 업무수행 방식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며 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요구에 걸맞은 공간이 더욱 절실했던 것.



엘 테아트로는 사전적 의미의 '무대'라는 공간에서 오늘날의 생활 방식과 니즈에 걸맞은 의미를 더한 ‘삶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스페인어로 극장을 의미하는 ‘엘 테아트로 El Teatro’는 19세기 극장으로 쓰이다 이후 휴지 창고로 용도가 바뀌었고 다시 도시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방치됐던 곳이다. 오랜 세월 간직해온 건물의 개성은 그대로 살리되, 굴뚝 산업에서 지식 산업으로 지역 경제 활동의 중심축이 이동한 주변 지역 및 시대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입주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모던한 요소를 더해 생활 공간이자 작업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높은 천장, 다소 투박한 질감 등 건물이 가지고 있던 구조와 개성을 살린 가운데 작은 수영장이 있는 파티오 patio를 더해 자연광을 가득 받아들임으로써 공간이 확장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편 엘 포블레노우의 역동성에 걸맞게 엘 테아트로의 건물도 변화를 거듭했다. 표면적으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쓰임새로 거듭난 듯 보이지만, ‘연극 무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꿈과 이상을 실험하는 무대를 ‘집’으로 본다면 말이다. 다시 말해 엘 테아트로는 사전적 의미의 ‘무대’라는 공간에서 오늘날의 생활 방식과 니즈에 걸맞은 의미를 더한 ‘삶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집의 개념이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나와 비슷한 취향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로 확장되고 있다.



엘 테아트로는 엘 포블레노우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흡수하는 한편, 거꾸로 엘 포블레노우를 무대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며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해 가는 중이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 활력을 잃은 도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속할 수 있고 밀도 높은 커뮤니티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집의 개념이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나와 비슷한 취향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로 확장되고 있다.

인간이 집을 둘러싼 커뮤니티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내 집도 시대의 변화와 서로 영향을 교류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사는 집과 주변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때이다. 집을 무대로 본다면, 내 삶의 무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 또한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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