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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노마드, 커뮤니티, 친환경, 오가닉

초소형 이동식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 ‘리빙 빅 인 어 타이니 하우스’

Text | Nari Park
Photos | Bryce Langston & Rasa Pescud

좁은 면적에 몇 개 층을 올려 지은 협소 주택보다 훨씬 작다. 친환경 자재와 빈틈 하나 허용하지 않는 도면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은 집은 이동까지 고려해 바퀴도 달았다. 경제력과 집 크기가 비례하는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튜브 채널 ‘리빙 빅 인 어 타이니 하우스’에는 ‘작아서 더 럭셔리한 집’을 꿈꾸는 이들이 행복한 일상을 공유한다.




브라이스 랭스턴Bryce Langston은 지난 3년간 자신이 직접 지은 작은 집을 끌고 전 세계 곳곳을 누벼왔다. 그 경험을 모아 <리빙 빅 인 어 타이니 하우스Living Big in a Tiny House>를 출간했고, 현재는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작은 집을 짓는 노하우에 관한 정보와 오프라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비디오그래퍼 아내 라사 페스쿠드Rasa Pescud가 제작한 20분 미만의 영상 클립에는 그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작은 집에서 생활하는 이들과 나눈 기록이 담겨 있다. ‘작은 집에서 사는 것의 소회’, ‘직접 집을 짓기 위한 팁’ 같은 100여 개의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리빙 빅 인 어 타이니 하우스’ 운영자 브라이스 랭스턴.




채널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의 집은 좁은 대지에 층을 올린 협소 주택이나 캠핑카를 개조한 이동식 주택 그 이상이다. 채널에 등장하는 초소형 주택들은 싱글하우스를 완벽하게 압축한 모습이다. 규모는 작지만 도로에서 벗어나 대지 위에 멈춰 선 모습이 일반 주택을 닮았다. 주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집 안팎에서의 동선을 철저히 고려해 완성한 집은 스타일도 다양하다. 선박 컨테이너, 오래된 증기기관차 탑승 칸을 리모델링한 집부터 소형 아파트를 차용하는 등 ‘작아서 더욱 근사한’ 집들이 시선을 끈다. 2013년부터 뉴질랜드,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을 돌며 만난 100여 채의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이곳에 응축되어 있다.




“작은 집을 지을 때는 굉장히 기동력이 좋아야 해요. 그래야 도로에 접근하기가 쉽거든요. 주방은 매우 단순하고 기능적으로 지어야 하고요.

- 브라이스 랭스턴 -




작은 집의 바로미터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자리한 채널 운영자 브라이스 랭스턴의 집이다. 지난해 5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랜선 집들이’ 영상이 400만 뷰를 기록했는데, 스스로 5년간 지어 완성한 그의 집은 주방과 사무용 책상, 거실, 화장실 같은 필수 생활 공간을 응축한 완벽한 집이다. 대지가 넓은 집을 소유한 이들의 집 마당 한편에 주차비를 내고 ‘정박한’ 이 이동식 집의 전체 면적은 161제곱피트(약 15m2. 삼각 형태의 지붕에는 1.2m 너비의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충당하며, 지붕 주변으로 빗물을 담을 수 있는 배관을 연결해 자체 수도 시설을 마련한다.









이상) 브라이스 랭스턴이 5년간 직접 지어 완성한 이동식 작은 집




문을 열면 주방과 오픈 거실이 보이고, 몇 개의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형태의 침실이 나온다. 작은 집의 특징답게 사소한 공간 하나도 허투루 두지 않고 수납공간, 테이블과 스툴 등 다목적으로 이용 가능한 소품을 비치해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좁은 거실 공간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삼면에 통창을 내어 자연 풍경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영상 속의 브라이스 랭스턴은 진심으로 벅찬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이 집은 제가 그토록 바라던 ‘꿈의 하우스’예요. 저희 부부의 삶을 완벽하게 고려해 디자인했으니까요. 특히 집 밖에 부착한 샤워 부스는 서핑이나 수영을 하기 위해 해변 근처에 차를 정박할 일이 많아 매우 유용해요. 복층에 마련한 침실은 삼각형 지붕과 맞닿아 있는데 침대에 눕자마자 눈앞의 창으로 나뭇가지나 빗줄기가 보여 환상적이에요.”

다른 이들의 집과 삶의 모습 또한 비슷하다. 농장 한편에 이동식 하우스를 짓고 야외에 두 아이의 놀이터를 꾸며 생활하는 4인 가족, 지인이 지은 이동식 집을 중고로 구입한 싱글 여성, 약 4만 5000유로(약 5700만 원)로 작은 집 중에서도 가장 작은 107제곱피트(약 10m2) 크기의 집을 지어 생활하는 프랑스 건축가, 일본·북유럽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호주 바이런베이의 젠 스타일 하우스에 사는 노부부 등 흥미로운 이들이 등장한다.




“작은 집에서는 삶이 단순하고 미니멀리스틱해지는 것이 좋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요. 정원을 갖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주거 형태라 만족해요.”

– 스테판Stefan, 뉴질랜드



“작은 집은 집의 에센스만 담은 주택이라고 생각해요. 15년 전에 처음 작은 집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주변의 자연과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나이가 드니 이동하는 자유를 누리고 싶었고요.”

– 토마스Thomas, 프랑스




많은 이들이 더 작은 집을 찾는 이유는 하나다. 전 세계 공통의 이슈인 살인적인 집값에 허덕이는 삶을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채널 운영자 브라이스 랭스턴 또한 비슷한 사정을 토로한다.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도 늘 경제적인 부분에서 불안감을 느꼈고 많은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해졌죠. 내 삶을 좀 더 간결하게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할 즈음 작은 집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지금은 집을 얻기 위해 대출에 허덕일 필요도 없고, 경제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됐죠.”

실제로 일반적인 ‘작은 집(tiny house)’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주택 구입비의 10분의 1 정도다. 브라이스 랭스턴 또한 10만 뉴질랜드 달러(약 8000만 원)가 들었다고 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심 평균 집값이 100만 뉴질랜드 달러(약 8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10분의 1 가격에 온전한 집 한 채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동식 집은 큰 농가나 도심 주택가에 주차 비용을 내고 터를 잡는다. 작은 집을 선택한 이들이 궁극적으로 동경하는 것은 작은 집을 통해 삶의 반경을 확장하고 보다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이다. 채널 타이틀 ‘작은 집에서 크게 생활하자Living Big in A Tiny House’ 역시 이 같은 철학을 이야기한다.





이상) 프랑스 건축가 토마스는 약 45000유로(한화 5700만 원)에 친환경 공법으로 이 집을 지어 올렸다.




‘집 크기가 삶의 행복에 비례하는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금, 작은 집에 사는 이들의 이 같은 질문에 답한다. 어느 나라도 예외랄 것 없이 ‘물리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를 시행 중인 지금 상황에서 전 세계의 작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보내온 영상(4월 3일 업로드 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상황에서 삶의 방식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돼요. 모두가 우리처럼 집에 갇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집 문을 열면 바로 자연과 만날 수 있어 삶에 큰 변화가 없어요.”
– 조나단Jonathan, 스페인 발렌시아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 상황에서도 정원을 가꾸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요.”
– 가우리 마 & 니르바나Gauri Ma & Nirvana,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제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오후 산책을 다녀오고 늘 그러하듯 집에서 일을 하죠.”
– 네사Nessa, 독일



“도심과 떨어져 있다 보니 마트에 가지 못해 불편하지만 주변 농장에서 식자재를 조달하면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고 있어요.”
– 이자벨Isabelle, 포틀랜드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그들이 작은 집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나의 온전한 집을 갖기 위해서, 그 온전한 집을 갖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결국 집은 작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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