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SPACE|로컬, 비대면, 호텔

지역 마을 안에 자리 잡은 일본의 백 년 호텔

우메 야마조에 호텔

Text | Nari Park
Photos | Ume Yamazoe Hotel

스태프가 상주하지 않는 고요한 리셉션에 도착한 투숙객은 디지털의 힘을 빌려 직접 체크인을 마친다. 백 년을 훌쩍 유서 깊은 가옥에 들자 창문 밖으로 마을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통창을 모두 재치고 맑은 공기와 새의 지저귐, 풀벌레 소리까지 자연의 풍경을 객실 안에 들인다. 이튿날 아침에는 호텔 텃밭에서 현지 주민들이 직접 키운 농작물로 식사를 하고, 장작을 지펴 이용하는 핀란드식 전통 사우나에서 피로를 푼다.








일본 나라현 야마조에 마을 산속에 자리한 우메 야마조에Ume Yamazoe기괴한호텔로 소문이 나 있다. 울창한 숲속 한가운데 요새처럼 숨어있는 이곳은 체크인을 포함한 모든 숙박 과정을 전자 시스템으로 진행한다. 때문에 투숙객은 철저히 홀로 모든 것을 경험해야만 하는불편한여행을 시작해야만 한다. 일본 관광호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으니 편안하고 친근한 곳에서의 숙박을 희망하는 이라면 예약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시대에 문을 연 이 신생 호텔의 구글 리뷰는 5점 만점에 자그마치 4.9. 무엇이 이 호텔의 절대적 가치를 높인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오랜 시간 나라현의 스시 장인이던 지역 요리사가 운영하는 이 호텔은 OH 아키텍쳐아틀리에 사토시 타키지리 아키텍츠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사방이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숲 한가운데 자리한 백 년 넘은 가옥을 고급 호텔로 리모델링한 데에는 지역 주민과 호흡하는 새로운 유형을 호텔을 만들고자 하는 오너의 바람이 컸다.








호시노야 리조트처럼완벽한 쉼을 지향하는 일본 내 여러 고급 료칸들과 달리, 우메 야마조에 호텔은 시설과 서비스 품질보다는지역성(locality)’에 집중한다. 리셉션을 포함한 본관 및 독채 형태의 롯지 세 곳으로 구성된 호텔은 전체적으로 개방형 구조가 특징. 삼면이 숲과 마주한 객실 통창을 열면 언제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객실 외벽 전체를 유리창으로 설계해 한밤중에도 문을 열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과 네온 빛에 반짝이는 도시 전경이 내다보인다. “고급 호텔들은 일반적으로 고객의 프라이버시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가급적이면 공간을 외부와 최대한 공유할 수 있는데 집중했다. 지역과 연결된 생활, 지역을 경험하는 것이야말로럭셔리’, 즉 가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틀리에 사토시 타키지리 아키텍츠의 설명이다.










개방감과 지역성을 강조하기 위해 호텔은 공유형 주방을 마련했다. 리셉션이 위치한 메인 빌딩 내 투숙객들이 언제든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조리대와 테이블을 두었고, 매일 아침저녁으로는 셰프의 요리를 즉석에서 구경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질문이 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역 농장에서 수확한 제철 채소와 과일, 지역민들이 직접 만든 녹차 쿠키와 매실 주스, 가지와 열무, 매실을 소금에 절인 일본 전통 요리 쓰케모노漬物를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매일 같이 호텔로 음식을 배달하는 마을 사람들의 미소와 환대는 마치 현지인의 집에 머물 듯 호텔을 편안하게 느끼게 한다.




지역을 경험하는 것이야말로럭셔리’,

즉 가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틀리에 사토시 타키지리 건축사무소 -




자연과 동화되는 완벽한 고요는 럭셔리 호텔의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객실에는 TV, 에어컨과 히터가 없으며 리조트 객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라이빗 풀과 룸서비스, 음식을 판매하는 편의점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지나치게 과한 환대Too much hospitality’ 또한 지양하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적어도 객실 안에서만큼은 휴식을 누릴 수 있고, 자연스레 구름의 움직임, 바람과 새소리, 풀 내음과 건강한 식자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음식을 제공하는 나이 지긋한 지역 농부들은친절하고 푸근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일본의 전통 생활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직접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핀란드식 사우나와 정성스레 우린 호지차 한 잔은 완벽하게 자연에 동화되는 순간을 선물한다.










호텔은 여행지에서의 보금자리이자 또 다른 집이라는 점에서 최근 유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점차 자연 속에서 고요한 휴식을 즐기길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 우메 야마조에 호텔은 그 지역의사람이야말로 모든 삶의 구심점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수많은 구글 리뷰들이 이를 증명한다. “현지 식재료로 즉석에서 조리한 요리를 매일 아침저녁 식사로 즐기면서 음식을 통해 현지인들과 대화하는 기분을 느꼈다. 사우나를 하며 마신 직접 우린 호지차 한 잔이 잊히지 않는다.” “내 삶과 정반대의 시간을 즐기다 온 기분이다. 호텔 텃밭을 가꾸는 이들, 제철 식자재를 수확해 직접 요리하던 스태프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잠시나마 그곳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투숙객의 삶에 대한 시선을 확장시키고, 재충전 끝에 그들이 일상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의 전환 공간이 되고 싶은 호텔들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RELATED POSTS

PREVIOUS

집을 떠나 집을 생각하다
호텔 그라피 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