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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갤러리가 된 모나코의 고급 빌라

쾨닉 모나코 쇼룸

Text | Young Eun Heo
Photos | Christoph Philadelphia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인테리어를 위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덕분에 미술 시장은 호황을 맞이했고, 갤러리는 화이트 큐브가 아닌 누군가의 집에서 전시를 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예술 작품을 보면서 예술이 집과 일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깨닫게 됐다.









2년 가까이 집콕 생활을 하다 보니 매일 똑같은 집 안 풍경이 지겹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 이왕이면 조금 더 예쁘게, 남들과 다르게 꾸미고 싶어졌다. 그 방법 중 하나로 부상한 것이 아트 인테리어다. 회화, 사진은 물론 조각과 아트 오브제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는 장르도 다양해졌다. 덕분에 미술 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게 됐고, 잠시 주춤하던 미술품 렌털 시장도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갤러리들은 주거 공간인 펜트하우스, 빌라, 아파트에서 전시를 열기 시작했다. 조명, 온도, 습도가 우리가 사는 집과 비슷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예술품은 인테리어는 물론 예술에 대한 생각도 변화시켰다. 6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쾨닉 모나코 쇼룸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독일 미술 신을 이끌어가는 독창적인 갤러리로 유명한 쾨닉Koenig은 모나코의 빌라 누볼라Villa Nuvola에 쇼룸을 열었다. 빌라 누볼라는 프랑스 건축가 장 피에르 로Jean Pierre Lott가 설계한 고급 빌라로, 물결치는 바다와 바람에 흩날리는 리본처럼 생긴 파사드가 있는 프리미엄 아파트 르 스텔라Le Stella’의 파일럿 프로젝트로 지은 건물이다. 빌라 누볼라 역시 하얀색 외벽과 유연한 곡선 형태로 시선을 끌며 유명해졌다.








쾨닉 갤러리 대표 요한 쾨닉은 빌라 누볼라를 선택한 것에 대해 '쾨닉 갤러리 프로그램의 연장선'이라고 말한다. 베를린의 브루탈리즘 양식으로 지은 교회, 런던의 오래된 주차장, 서울의 패션 플래그십 스토어를 변신시킨 갤러리 등 쾨닉의 행보를 생각하면 독특한 형태로 시선을 끄는 고급 빌라를, 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선택한 결정이 이해된다.







Jose Davila, ‘Un________________titled’, 2015




쇼룸을 열기 전 빌라 누볼라는 비어 있는 상태였다. 이를 독일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렌츠베르크LenzWerk가 자신들의 쇼룸으로 꾸민 후 쾨닉 갤러리와 손잡은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렌츠베르크의 솜씨다. 빌라 누볼라는 화려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미니멀하게 디자인해 약간은 차갑게 느껴졌다. 렌츠베르크는 독일 디자인을 대표하는 가구, 조명, 소품을 활용해 빌라 누볼라를 따뜻하고 아늑한 일상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팬데믹 이후 집으로 눈을 돌린 사람들은

전보다 더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살고 싶어 합니다.”

- 우르술라 시바하난, 렌츠베르크 창업자 -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잔 카스의 러그, 키아카의 유리 조명은 빌라 누볼라의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비트라, 발터 놀, 토넷의 디자인 가구는 여기서 살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쾨닉 갤러리가 선별한 예술품은 예술로 달라진 일상을 꿈꾸게 만든다. 안젤름 라일의 반짝이는 보랏빛 작품은 모노톤의 소파와 대조를 이뤄 거실을 특별하게 만들고, 엘름그린 & 드라그셋과 클라우디아 콤트의 작품은 딱딱한 공간에 재미를 준다.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예페 하인의 작품은 집을 사유의 공간으로 만들고, 호세 다빌라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의 사진은 무채색의 서재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Jeppe Hein, ‘Left Diagonal Cut’, 2020



Jeppe Hein, ‘Nothing is the way it has to be’, 2015




종종 현대미술이 어렵게 다가올 때가 있다. 갤러리의 하얀색 벽에 걸린 작품이 내 집에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어쩌면 삶과 예술의 괴리감은 화이트 큐브가 만들어낸 오해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쾨닉 모나코 쇼룸은 예술과 삶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우리가 사는 집에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은 예술품 한 점이 우리가 사는 공간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도 경험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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