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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독특한 혼욕 사우나 단지

바발리 베를린 외

Text | Lee Dong-mi
Photos | Vabali Berlin

길고 지루한 베를린의 겨울을 견디는 방법은 크리스마스와 사우나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마저 지나고 나면 사우나는 더욱 절실한 겨울나기 방법. 독일 사람들의 유별난 사우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스파 단지, 바발리는 그 자체로 특별한 체험 공간이자 문화 충격의 공간이다.








발리에 있는 대저택 혹은 궁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바발리Vabali 대규모 스파 단지 베를린(Vabali Berlin)을 비롯 쾰른과 뒤셀도르프, 함부르크에 각 지점을 두고 있다. 발리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이곳은 하루 종일 사우나와 마사지를 하고 건강한 한 끼와 와인까지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휴양지. 2㎡ 부지에 실내외 수영장과 쿠지, 넓은 야외 정원, 13개의 사우나와 크고 작은 휴식 , 지중해와 아시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과 바, 벽난로가 있는 라운지까지 두루 갖추 있다. 우리나라의 찜질방처럼 다양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규모가 방대해 제대로 즐기려면 이곳의 지도와 가이드가 필요할 정도. 각각의 공간과 곳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 독일만의 독특한 사우나 문화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찜질방이나 워터파크처럼 들어갈 때 입장 팔찌를 받고 나올 때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이곳에서 받는 마사지나 음식, 음료값을 후불 결제하는데,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입장 팔찌를 받는 리셉션에 들어설 때부터 발리로 순간 이동한 듯한 기분이 든다. 발리에서 공수한 대나무 조명과 불상, 가구, 다양한 장식품과 향이 가득하다. 바발리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 날짜와 시간을 예약받. 백신 접종 완료자와 코로나 완치자만 이용할 수 있다.



리셉션에서 본관으로 가기 위해 지나는 야외 통로. 양쪽으로 대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고 티크 나무 기둥이 도열한 이 80m 길이의 복도는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니라 현재의 시간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명상적인 시간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뒤로하고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빠져나와 조용하고 아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 그 명상적인 시간으로 안내하는 충실한 다리인 셈이다.



바발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사우나. 1층 실내에 5, 야외에 3, 그리고 2층에 5곳의 사우나가 있다. 여성 전용 사우나 곳을 빼면 모두 남녀 공용이다. 독일의 사우나를 이야기할 때 먼저 혼욕 문화 빼놓을 수 없는데, 이는 독일의 그 유명한 나체주의 문화 에프카카(FKK)의 산물이다. FKK는 ‘Frei-Körper-Kultur의 약자로 직역하면 ‘자유로운 몸의 문화’라는 . 1900년대 초에 시작해 나치 정권 시대에 금지되었다가 2차 세계대전 후 동·서독으로 분단된 이후 동독에서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지금도 누드 비치는 구동독 지역에 많이 남아 있다).



혼욕 문화와 함께 독일 사우나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아우프구스Aufguss’다. 아우프구스는 사우나실마다 있는 뜨거운 돌난로 위에 아로마 농축액이 섞인 아이스 볼을 녹여 순간적으로 내부 공기를 뜨겁게 만드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마이스터가 들어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아우프구스를 진행하는데, 아이스 허브 볼을 녹인 뒤 커다란 수건이나 부채를 훅훅 돌려 뜨거운 수증기를 사람들이 앉은 자리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보낸다.








바발리는 디지털 세상뿐 아니라 나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체험 현장이다. 야외 수영장 물속 들어가려면 알몸이 되어야 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사우나보다 더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사우나 모두가 똑같이 알몸으로 들어가지만, 야외 수영장 주변 가운을 입고 밥을 먹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선을 외면한 채 당당히 나체로 수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가 쳐다볼지 모른다는 의식과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의 편견과 망설임에서 자유로워지면 알몸 수영은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을 느끼게 해준다. 몸을 죄는 수영복을 입지 않고 맨몸으로 수영 기회가 살면서 몇 번이나 있겠나. 1.35m 깊이, ㄱ자 형태의 수영장은 단순하지만 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내면의 공간은 깊고도 깊다.








바발리에서 사우나와 휴식, 식사를 하고 나면 할 건 다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곳을 나오기 전 벽난로가 있는 라운지에서 와인 한잔하는 일은 생각보다 운치 있고 낭만적이다. 레스토랑과 가까운 1층 라운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2층의 벽난로 라운지 앞은 밤이 깊을수록 한적해진다. 실제로 나무를 태우는 벽난로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너울대는 불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바발리는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커플을 위한 캐노피 침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둘이 누울 수 있는 물컹물컹한 물침대도 있다. 커플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휴식 공간이 도처에 널려 있다. 베를리너들이 발리에 가고 싶을 때 찾는 곳, 건강과 힐링, 웰니스의 방법이 가득하기에 일 년 내내 사랑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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