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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라이프스타일, 친환경, 호텔

땅속에 미래의 집이 있다

포르투갈 지하 호텔 ‘카사 나 테라’

Text | Anna Gye
Photos | Silent Living, Manuel Ires Mateus

'땅속의 집'이라는 뜻을 지닌 까사 나 테라. 포르투갈 건축가 마누엘 이레스 마테우스는 땅의 흐름대로 지붕을 덮고 지하에 집을 지었다. 좁은 틈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방 3개와 부엌, 거실, 화장실 등으로 이루어진 침묵의 공간이 나타난다. 건축가는 사일런트 리빙 호텔 그룹과 함께 누구나 땅속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집을 호텔로 개방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차로 2시간 거리 몬사라스Monsaraz 지역은 관광객의 방문이 뜸한 곳이다. 토박이들은 인공 호수 알케바Alqueva 호수의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고 목축을 하며 살아간다. 2007년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마누엘 이레스 마테우스Manuel Ires Mateus는 이곳에 멋진 집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재정적 이유로 무산. 그는 클라이언트로부터 땅을 구입해 자신이 꿈꾸던 집을 짓기로 한다.








입구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방 3개가 나무 벽을 따라 나가지처럼 뻗어 있다. 땅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건물 전체에 시멘트를 사용했지만, 노출 콘트리트와 목재를 적절하게 융합시켜 지하 공간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를 덜어냈. 방 내부도 나무 벽으로 감싸고 화이트 컬러로 칠해 보통 방처럼 느껴진다. 더욱 따뜻한 분위기를 내고자 다양한 질감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건축가는 자재를 직접 제작하기로 마음먹었. 옛 건축 방식에 따라 주변에서 모든 재료를 구하기 위해 30분 거리에 있는 상페드두코르발São Pedro do Corval 마을에서 수작업으로 타일을 만들고 근처 숲에서 돌과 나무를 구했다.










3개의 방을 지나 벽을 따라 걷다 보면 중정이 등장한다. 중정은 경사진 모서리에 만든 동굴 같은 창과 만난다. 덕분에 중정 앉아 있으면 푸른 잔디가 가득한 넓은 땅이 수평선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천장에 둥근 창을 통해서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 “지하 생활에 대해 가지는 반감 중 하나는 어둡고 축축하고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밖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열린 중정을 집 중심부에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집은 지하 공간이라도 사시사철 변는 자연이 곁에 있어야 합니다. 빛과 바람만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감정까지 느낄 수 있어야 하죠.




이곳에서 느껴야 하는 것은 ‘건축’이 아니라 새로운 ‘삶’입니다.”




이런 의도는 각 방마다 작은 창에도 반영. 창은 땅 위에 낸 구멍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구멍으로 들어오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어둠 고스란히 느껴진. 이처럼 야외와 실내의 구분이 모호한 커다란 중정, 슬라이딩 도어를 이용해 중정과 적절하게 관계를 맺고 끊을 수 있는 방. 이는 몬사라스 전통 건축과도 연결. 전통적으로 몬사라스 건축물은 테라스를 넓게 만들어 열린 구조를 지향하고, 집 중심에 안뜰을 배치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하 분위기를 무조건 탈피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건축가는 지하 공간 특유의 단절감, 적막함, 은밀함을 장점으로 환원시키기로 했다. 일출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열린 중정에 비해 방은 어두운 편이다. 지하 공간 특유의 분위기가 감돈다. 각 방은 서로 통하거나 연결되지 않고 두꺼운 시멘트 벽 때문에 바깥쪽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와이파이도 통하지 않는 땅속의 방은 완벽한 밀실이다.










“마감재, 표면, 형태에 따라 소리 울림과 빛의 반사가 달라지는데, 땅속에서 전해지는 어둠과 적막은 일반 건축물과 달리 폐쇄와 단절이 아닌 고요와 침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땅이 포근하게 감싸고 차분하게 마음을 다독이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창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 자신이 내는 발자국 소리, 공기가 흐르는 느낌까지 선명하게 감각될 정도예요.” 그는 땅속의 집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감각적인 공간이자 가장 편한 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것이 비단 그만의 주장은 아니다.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땅속 주택이 실외 기온 영향을 덜 받는다는 사실알아냈. 궂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땅속 평균온도는 10~15℃로 실내 온도로서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지하 주택은 건축자재로 쓰는 천연자원을 절감할 수 있다. 2600㎡ 땅에 집을 지었을 때 최소 44그루 나무가 필요하지만 흙으로 덮인 집은 목재를 쓰지 않 돌과 시멘트 등으로 하부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전기는 100% 태양열 패널로 조달한다. 지하 주택을 건설할 때 초기 비용 일반 건축보다 많이 들지만 이런 에너지 절감을 통해 약 10년 후 건축 비용을 완전히 상쇄시킬 수 있다.








“카사 나 테라는 멋진 건축물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느껴야 하는 것은 ‘건축’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죠.” 포르투갈 건축가 마누엘 이레스 마테우스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건물보다 땅과 인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본래 서양 건축은 땅보다 건축물이 우선이다. 땅은 건축물을 쉽게 지을 수 있도록 고르게 정리한다. 그러나 지하 건축은 한국 건축처럼 땅부터 읽어야 한다. 무늬를 이해하고 새로운 무늬를 덧대야 한다. 그는 지속 가능한 건축이 바로 땅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세 먼지, 이상기후, 바이러스 출현 등 왜 이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날까? 그는 사람들이 땅과 교감하는 삶을 경험하고 질문 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일런트 리빙 호텔 그룹과 손잡고 자신의 집을 호텔로 개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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