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SPACE|큐레이션, 호텔, 홈데코

신사동 가로수길에 나타난 알바 알토의 집

탈로서울

Text | Han-a Mun
Photos | 탈로서울

빈티지 가구는 왜 조심스러워해야 할까? 핀란드 인테리어에 빠진 한 광고 회사 대표가 수집한 아르텍 빈티지 가구로 가득 채운 스테이 공간 탈로서울은 알바 알토의 아르텍을 가장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쇼룸이다. 서울 가로수길 옆 한적한 골목, 오래된 북향집으로 핀란드 여행을 떠나볼까?








누군가의 공간에서 이미 손때가 묻은 물건이지만, 빈티지 가구를 마음 편하게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빈티지 가구 쇼룸에서는 흠이라도 생길까 멀찍이 보고 걸터앉아보는 것이 전부. 광고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많은 브랜드를 만나본 지치구 대표는 궁금증이 생겼다.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제품이 사용자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길 바라는데 왜 빈티지 가구는 이렇게 조심스러워해야 할까?



탈로서울Talo Seoul은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200m 떨어진 조용한 골목, 30년도 넘은 20평 남짓한 빌라 한 채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이라는 뜻의 핀란드어 딸로talo’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치구 대표는 약 2년 전 이 집을 새로운 개념의 쇼룸이자 스테이로 오픈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면적이 크지 않은 북향집이라 해가 짧은 북유럽의 인테리어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한창 붐이었던 빈티지 가구 숍과 카페들이 금세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탈로서울은 지속성을 주요 가치로 삼았다. 쉽게 구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가구 대신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알바 알토Alvar Aalto가 만든 핀란드 대표 브랜드 아르텍Artek의 빈티지 가구를 들여와 공간에 머무는 이들이 북유럽의 정서를 제대로 경험하기를 바랐다.




빈티지 가구의 매력은 흔치 않다는 것 아닐까요? 똑같은 게 없으니까요.”




알바 알토가 집을 꾸민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지치구 대표는 원하는 인테리어를 구현하기 위해 아르텍 그리고 알바 알토와 관련된 이미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시공사를 만나기 전 모아둔 레퍼런스 이미지만 700장이 넘을 정도. 2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수집한 아르텍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활용하고 구조와 배치 방식까지 북유럽식으로 세심하게 접근했다.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 탈로서울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인테리어로 완성되었다. 첫인상이 강렬하지는 않아도 잔상이 오래 남는 공간이다. 가구 자체에 힘을 주기보다 공간과의 어울림을 먼저 생각한 알바 알토의 가치관과도 닮아 있다. 공간마다 다른 매력이 있지만 지치구 대표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공간은 주방과 연결된 다이닝 룸이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 원래는 방이었던 공간의 문을 떼어내고 오픈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조도다. 해가 짧게 들어오는 만큼 실내 활동에 무리가 없는 조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가구보다 조명을 강조해 햇빛과는 또 다른 따뜻함을 담고 싶었다. 해가 진 후에도 평온함이 유지되는 공간에 집중했기 때문에 오히려 북유럽과 다른 날씨의 영향은 받지 않았다. 햇살을 잠시라도 더 받게 하기 위해 창문 가까이 둔 가구, 빛에 의한 태닝 속도를 고려해 선택한 목재, 창문 높이와 딱 맞는 커튼 등 숨은 디테일이 많다. 그렇지만 참고한 레퍼런스를 똑같이 구현하지는 않았다.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북유럽 문화에 한국의 정서를 잘 녹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심하게 드러난 전선, 천장이 높아 보이게 하는 우물천장, 타일을 깐 베란다 등 곳곳에 의도한 연출은 탈로서울을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다.








빈티지 가구의 매력은 흔치 않다는 것 아닐까요? 똑같은 게 없으니까요. 쓰면서 더 애착이 생기는 것 같아요. 빈티지 가구를 고르는 데에 정답은 없어요. 유행에 따르지 않고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가구를 찾는 게 중요해요.” 탈로서울 지치구 대표의 말이다. 오픈 후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공간이 주는 경험을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전달하고자 했던 탈로서울은 쇼퍼블 스테이 콘셉트의 온라인 플랫폼 탈로홈Talohome과 탈로제주Talojeju로 확장되고 있다. 이 새로운 공간들은 또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까? 다시 한번 우리가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게 해줄지 기대된다.




RELATED POSTS

PREVIOUS

집을 떠나 집을 생각하다
호텔 그라피 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