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소 호텔은 파리 구역마다 제각기 다른 디자인과 이름, 서비스를 선보이는 7개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파리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동네에 자리 잡은 오르소 호텔은 관광객보다 파리지엔이, 이방인보다 이웃 사람이 더 자주 머문다. 투숙객에게 로컬 재료로 직접 만든 케이크를 제공하고 호텔에서 15분 거리 내에 위치한 상점 등을 표시한 오르소 지도를 건넨다.
Hotel Wallace suite / ©Lucas Madani
프랑스 파리에는 20개 이상의 각기 다른 파리가 있다. 19세기에 도시 개발을 하면서 20번까지 지역구(arrondissement)를 나누고 지역장 아래 자치제를 허용해 지역마다 다른 환경, 분위기, 정체성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2년 전 30대의 젊은 부부 아누크Anouk와 루이스 솔라네트Louis Solanet는 이 점에 주목했다. 파리 구역마다 다른 분위기에 따른 이름, 장소, 디자인 콘셉트 그리고 지역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떠올린 것이다.
Hotel Rochechouart / ©Ludovic Balay
센강을 따라 펼쳐진 앙드레 시트로앵 공원, 에펠탑 공원 등 자연이 아름다운 15구역에 위치한 호텔 로슈쿠아르Hôtel Rochechouart는 1920년대 프랑스 아르데코 스타일로 꾸몄다. 360도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루프톱, 레스토랑 등을 마련해 호텔 이용객이 아니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같은 15구역에 있는 호텔 왈라스Hôtel Wallace는 1970년대 이탈리아 스타일로 꾸미고 루프톱에 노르딕 사우나와 욕실을 만들어 에펠탑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다. 호텔 아미Hôtel Ami는 객실이 아기자기하고 테라코타 타일이 깔린 마당이 있다. 중산층 거주지로 잘 알려진 14구역에 있는 호텔 카반Hôtel Cabane은 캠핑 분위기가 나는 오두막집을, 이민자 지역인 13구역에 있는 호텔 오르페Hôtel Orphée는 터키탕과 히든바 등을 갖추는 등 호텔마다 지역과 잘 융화되면서도 각 지역을 차별화시키는 놀라운 경험이 자리한다. 각 호텔은 오르소Orso라는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호텔은 여행을 재촉하기도 하지만 머무는 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르소 호텔이 흥미로운 이유는 코로나19로 파리 관광객이 급속히 줄고 심지어 이동 제한령이 내려졌을 때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호텔 비즈니스가 최대 위기를 맞은 시기에 어떻게 새로운 호텔을 연달아 오픈하면서 호황을 누렸을까? 대표 아누크와 루이스 솔라네트는 이렇게 말한다. “호텔은 여행을 재촉하기도 하지만 머무는 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행자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이 머물고 즐기는 구심점이 될 수 있죠. 오르소 호텔이 분주한 관광지가 아닌 한적한 동네에 자리 잡은 이유입니다. 코로나19 기간에 우리는 문을 닫지 않았어요. 저렴한 가격에 호텔에 머물면서 다이닝 룸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방에서 데이트하는 이벤트를 기획했고, 자녀에게 방해받지 않고 호텔에서 재택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습니다. 호텔식 환대를 제공하면서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장소가 되기로 한 것이죠.”
(왼쪽부터) 아누크와 루이스 솔라네트
파리지엔을 위한 호텔을 열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출발했나요?
아버지가 오랫동안 호텔 경영 회사 솔라네트Solanet를 운영했어요. 제가 브뤼셀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을 때 사업을 이어받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어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으로 법과 유럽학을 공부하던 아내 아누크 또한 호텔 사업에 관심을 보였죠. 하지만 우리는 해외로 발을 넓히는 비즈니스 모델보다 두 사람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고 싶었어요. 저는 전형적인 파리지엔이고 아내 또한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위해 오랫동안 파리에 살았죠. 우리는 호텔리어이기 전에 게스트이고, 그런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20개 이상의 다양한 표정을 가진 파리, 까다로운 파리지엔이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은 집으로 먼저 접근한 것이죠.
Hotel Leopold room
Hotel Leopold lobby
파리는 지역구마다 정말 분위기가 달라요.
지난 10~15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센트럴과 샹젤리제를 중심가라 불렀죠. 하지만 동쪽으로(10, 11, 12구역 방향) 젊은 기업가, 외국인, 이민자들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파리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었고, 각 지역마다 중심가가 생겼어요. 13구역에 가면 중국 거리, 인도 거리, 아프리카 미용실 거리 등을 차례로 볼 수 있죠. 파리의 전형적인 가정적 분위기가 나는 7구역, 1900년대 벨 에포크 시대를 느낄 수 있는 9구역 등등. 중심부에서 직선거리로 1시간 걸으면 파리에 얼마나 다양한 작은 이웃들이 함께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오르소 호텔은 4, 5, 9, 14, 15, 16, 17구역에 자리 잡고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지역을 선정했나요?
지역 선정은 투자와 이익 문제로 귀결됩니다. 비싸더라도 관광지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객실 가격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판매 이익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곳에는 인수를 기다리는, 자산 가격이 낮은 호텔이 많죠. 저는 관광객이 찾지 않는 지역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 기준을 두었어요. 저희 두 사람이 잘 모르는 장소를 먼저 살펴봅니다. 파리를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니까요. 호텔 아미 덕분에 라 플라스 뒤 제네랄 뵈레La Place du General Beuret 거리를 알게 됐고, 단연 프랑스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치즈 가게, 빵집을 발견했어요.
Hotel Doisy salle / ©Herve Goluza
Hotel Doisy chambre / ©Herve Goluza
7개 호텔이 각각 디자이너가 다르고 그에 따라 디자인 콘셉트도 차이 납니다. 어떤 과정으로 새로운 호텔을 구상하나요?
먼저 저희 두 사람이 지역을 선정하고 그곳의 이웃, 장소, 환경, 분위기 등을 파악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어울리는 디자이너와 건축가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조건은 단 하나, 한 번도 호텔 디자인을 해보지 않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신선함과 참신함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사고방식을 깨뜨려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건축가, 디자이너와 함께 동네 소개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죠.
건축가 페스탱Festen과 함께 작업한 호텔 로슈쿠아르의 경우 원래 건축물이 세워진 1920년대 아카이브를 살펴보면서 현재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나갔어요. 호텔 카반은 빈티지 중고 가구 플랫폼인 셀렌시와 함께 작업했죠. 매번 새로운 콘셉트와 새로운 사람과 궁합을 맞춰야 하기에 디자인 작업은 도전의 연속이지만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려고 합니다. 7개의 오르소 호텔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이름, 디자인, 내부 구성, 서비스 프로토콜까지 모두 다르지만 오르소라는 이름으로 묶입니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 오르소 호텔이 프랜차이즈 호텔이나 부티크 호텔과는 다른 장르로 인식되길 원하죠.
Hotel Ami / ©Romain Ricard
Hotel Ami / ©Romain Ricard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호텔이란 정확히 어떤 모습인가요?
오르소 호텔은 코로나19로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2020년 3월에 출발했지만 이웃을 위한 또 다른 집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고립과 외로움의 시대에 말을 건네는 이웃이 되고자 했습니다. 통합을 이루려면 물리적으로 함께할 공간이 필요하죠. 오르소 호텔은 공원, 어린이 센터, 도서관 등 공동체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에 어떤 행사가 일어나는지 먼저 알고 그와 관련된 이들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죠. 엄마가 아기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웃이 교류하는 프로그램, 생일 파티 프로그램, 아이 놀이터 프로그램 등이 그것입니다. 무엇보다 지역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합니다.
호텔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내의 지역 주민만 아는 상점 100군데를 표기한 오르소 시티 가이드를 제작해 지역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고, 손님들에게 사회적, 환경적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합니다. 또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에 등장하는 마들렌처럼 무언가를 맛보거나 향기를 맡으면 오르소를 떠올리게 하기 위해 뷰티 제품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또 비영리 단체인 스쿠르 포퓔레르Secours Populaire와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가족에서 숙박 시설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지역사회의 모범이 되고 그들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줄 때 이웃도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고 생각합니다.
Hotel Cabane / ©Pierre Musellec
Hotel Cabane / ©Pierre Musellec
호텔에 감동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호텔식 환대의 핵심은 직원에게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 간의 교류, 작은 감정이 감동이 되고 추억이 됩니다. 코로나19로 직원 채용에 어려움이 있지만 저희 호텔 중 어떤 곳은 소프트웨어보다 우리 일원을 뽑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요. 호텔 서비스에 단련된 사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을 원합니다. 세심한 성격에 기본적인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오르소 호텔 직원들은 친밀감 없이 근접성의 형태로(certain form of proximity without familiarity) 손님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죠. 오르소 서비스는 '기타 등등'으로 표시합니다. 스파, 루프톱, 아이 돌봄 등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손님과 호스트 구분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가능한 돌봄과 지지, 그리고 말벗이 되는 일까지 한 발짝 거리에 있는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1919
호텔 그라피 네주
1238
하우스 리터러시
1779
더 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