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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네트워킹, 재생, 커뮤니티, 코워킹

덴마크의 레고 그룹 직원들이 재밌게 일하는 집

레고 그룹 사옥

Text | Kay B.
Photos | LEGO

레고 하면 각진 블록 장난감과 그것을 조립해 완성한 창의적인 작품이 떠오른다. ‘세상을 다시 조립하다’라는 슬로건으로 매번 놀라운 장난감을 선보인 레고 그룹이 이번엔 회사 건물을 다시 지었다. 집과 마을의 개념을 모티브로 독립적인 직원 개인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 호텔, 스포츠 관련 액티비티 공간까지 아우른 레고 그룹의 흥미로운 사옥을 소개한다.








유년 시절 한 번쯤 가지고 놀았던 레고. 작고 네모반듯한 블록은 상상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흥미로운 장난감이었다. <포춘> 선정 가장 위대한 현대 디자인 10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레고. 덴마크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Christiansen은 덴마크어로 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의 leg godt를 줄여서 레고Lego라는 이름의 장난감 회사를 차렸다. 그가 가장 처음 만든 것은 블록 장난감이 아닌 바퀴 달린 오리였다. 나무를 깎아 만든 이 장난감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여러 차례 회사의 도산 위기를 겪으면서 크리스티얀센은 끊임없는 상상력과 창의력, 인내심을 바탕으로 블록 장난감을 개발했다. 이미 타사에서 나온 블록 장난감이 있었지만, 크리스티얀센이 개발한 블록은 1958년에 제작한 블록이 60년 후 제작한 블록에 정확히 들어맞을 정도로 고도로 정밀하고 체계적인 형태였다. 결과적으로 레고는 현재 블록 장난감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전 세계 140여 개국에 약 750억 개의 레고 장난감이 팔렸다. 코로나19 기간에는 2021년 한 해 수익이 27% 증가하면서 새로운 성공을 누리고 있다.








최근 레고 그룹은 덴마크 빌룬Billund에 있는 본사를 새롭게 탈바꿈했다. 아주 작은 마을인 빌룬은 1932년 크리스티얀센이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처음 목공소를 지은 지역이며 레고 그룹 본사뿐만 아니라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국제공항이 들어설 정도로 발전했다. 레고 그룹의 새로운 사옥은 외관만 봐도 단번에 브랜드 정체성이 드러난다. 거대한 레고 블록을 연상시키는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앙에는 대형 레고 피겨가 세워져 있다. 이러한 건축물은 외관만 레고를 닮은 것이 아니라 소재 역시 레고에서 유래했다. 버려진 레고 블록 5,000kg을 벽돌로 재활용한 것이다.




당신이 레고 블록을 쌓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레고 그룹 직원들이 사랑하는 요소를 공간에 넣었다.




레고 그룹 본사 직원 2000여 명을 수용하는 사옥은 건축설계 사무소 C. F. 묄러 아키텍츠C. F. Möller Architects가 리디자인했다. 이들은 레고 그룹이 지향해야 할 여섯 가지 핵심적 가치(상상, 재미, 창의, 배려, 학습, 품질)가 건축 공간에 스며들도록 설계했다. 사옥 내부의 큰 테마는 집이다. 각자의 집에서 출근한 직원들이 편하게 놀면서 일할 수 있는 또 다른 집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레고 그룹의 주요한 원동력은 직원들의 창의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사옥 전체에 일과 놀이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피플 하우스People House라고 불리는, 직원을 위한 공간은 크게 8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노란색, 빨간색 등 레고의 상징적인 색깔을 입은 여러 공간 중에서도 몇 가지 특징적인 곳을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워크숍 공간에는 바느질, 뜨개질 용품과 나무 조각, 3D 프린터 등을 마련해두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사옥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인 지속 가능성을 위해 주차 시설 지붕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고 빗물을 수집하는 공간, 녹지 등을 마련했다. 또한 라운지에는 피아노와 벽난로를 두어 휴식을 취하며 보드게임, , 게임, 영화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레고 그룹 방문자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호텔급 숙박 시설까지 마련했다.








레고 그룹 워크플레이스 디자인 부서의 안네케 베이렌스Anneke Beerens는 사옥 디자인 과정에 대해 당신이 레고 블록을 쌓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레고 그룹 직원들이 사랑하는 요소를 공간에 넣었다. 우리는 다양한 블록을 조립해서 독특하고 개성적인 것을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작은 블록이 모여 참신한 하나의 작품이 되듯 직원들에게 필요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레고 그룹의 방식대로 적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직원들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도 원하지만 팀원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도 필요로 한다. 이에 각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혼합해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설계했다. 개인을 위한 독립적인 집을 마련하되 주민들이 함께 모여 생활과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유기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세상을 다시 조립하다(Rebuild the world). 레고 그룹의 슬로건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레고 그룹 사옥 역시 블록을 하나씩 쌓는 구조에서 모티브를 얻어 완성했다. 일과 놀이는 양립하기 어려운 행위다. 일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놀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고 그룹이 조립한 이 공간에는 그 두 가지가 공존한다. 일과 놀이에 대한 실험이 거대 기업이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전시 개념에 머물지, 창의적인 일터의 새로운 모델이 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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